예전의 나는 나무를 좋아했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지나가다 나무를 보면 서서 물끄러미 바라 볼 정도로 

나무가 어떠하기 때문에 좋다든가, 뭣 때문에 좋다든가 하는건 없었다. 

그냥 나무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그때 어떤이가 나에게 '매미' 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그러자 징그럽게 크고 컬러도 요상하다 생각되던 매미가 

하나도 싫지 않았다. 

 

요즘의 나는 비를 좋아한다. 

비의 낭만이 어쩌고 하는 이유라기 보다는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습기 때문에 비를 좋아한다. 

미스트를 한통을 다 뿌려도 

가습기의 희망 가습을 60% 로 해 두어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비는 한방에 날려버린다. 

비가 오면 내 마음도 세포들도 모두 촉촉해지는 것 같다. 

오늘 어떤이에게 비가 와서 좋다고 했더니 

습기 때문에 좋아한다는걸 익히 알고 있던 그는 

내게 '달팽이' 라고 불렀다. 

이제 나는 '매미' 가 아닌 '달팽이' 가 되었다. 

그런데 달팽이의 끈적함은 여전히 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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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1 08: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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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1 09: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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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1 11: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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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1 12: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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