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사랑을 시작할때 우리는 생각한다.
이 사람이라면 뭐든 견디겠다고, 그리고 절대 이 사람을 아프게 하거나 힘들게 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자기 자신을 생각하게 된다.
그 사람이 나를 좀 봐줬으면 좋겠고, 나를 힘들게 하거나 아프게 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시간이 좀 더 지나가면
결국에는 나 밖에 보지 못한다.
내가 상처받는 것이 두려운 만큼. 그 사람에게는 쉽게 상처를 주게 되고
얼마나 아플지 생각하지 못한 채. 독한 말들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마지막까지 믿는 건
이것이 사랑을 끝나게 하는 원인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이별을 통보하는 연인에게 우리는 묻는다.
도대체 왜.
이유가 뭐냐고.
이유를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지친 사람에게 우리는 설명을 요구한다.
그리고 우리가 납득할 수 없다면
그 이별을 통보한 사람은 내 사랑을 배신한 나쁜 인간이 되는 것이다.
사랑이 시작되는 것은 한 순간일 수 있지만
사랑이 끝나는건 결코 한 순간이 아니다.
아주 조금씩
늘 청소를 해도 가구에 조용히 내려앉는 먼지들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느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것은 알게 모르게 그렇게 쌓여서는 마침내 이별을 할 만큼의 무게가 된다.
나와 같을 것이라고
나와 많이 닮았다고 생각한 서로는
결국 아무것도 같지 않고 아무것도 닮지 않은 다른 사람들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만나는 동안 그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얼마나 서로 같은 부분이 많은지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그래서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 사람은 내가 느끼는 그대로 느낄 것이고,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다른 생각은 하지 않을 거라
고.
그 사람의 진심이나 사랑의 무게를 생각하는 순간
어쩐지 손해보는 것 같은 기분.
내가 더 많이 사랑하면 억울할 것 같은 기분.
그런것 없이
그 사람이 얼마나 나를 사랑하건 말건
내가 지금 이렇게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
그것 하나만 볼 수 있어도 그 사랑은 축복을 받은 사랑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결국
일방통행 만으로는 사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왜냐면 우린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은 욕심을 결코 포기할 수 없을 테니까.
그리고 나보다 더 그 사람을 사랑할수는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