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부터 

그러니까 내가 알라딘을 시작한 2001년 무렵부터 

여기의 비밀번호는 늘 그의 이름이었다. 

자판은 영어키로 둔 채 

한글로 치는 그의 이름은 

칠때마다 내게 말 하는 것 같았다. 

그를 잊어서는 안돼. 

그를 지워서는 안돼. 

어쩌면 그가 니 인생의 마지막 사랑인지도 몰라. 

그래서 

비록 화면에 글자로 나타나지 않는 

*********** 

이런 형태의 비밀번호였지만 

여기 들어올때마다 나는 그의 이름을 누르고 생각했다. 

그리고 조금 아프기도 했었다. 

 

오늘 비밀번호를 바꿨다. 

이제 그의 이름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그저 내가 외우기 쉬운 것으로. 

또 이메일이랄지 다른 모든것에 걸려있는 

똑같은 그 비밀번호로 바꾸었다. 

비밀번호를 하나로 통일하면 

비밀번호를 잃어버렸습니까? 따위를 클릭할 일은 없다. 

수 많은 아이디를 잊었으면 잊었지 

똑같은 비밀번호. 그 단 한 개를 잊긴 힘드니까. 

 

내가 비밀번호를 바꾼 이유는 

그를 잊어서가 아니다. 

그를 지워서도 아니다. 

단지 

내가 어느 날 부터인가 

그의 이름을 치면서도  

더이상 아프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럴줄 알았다. 

죽을때까지 못 잊을 줄 알았다. 

아니, 죽어서라도 할 수만 있다면 나는 그를 만나고 싶었다. 

언제까지고 나는 

그를 떠올리면 괴롭고 힘들줄 알았었다. 

그런데 8년만에 

내 안에서 그는 깨끗하게 도려내져버렸다. 

기억은 나지만 

그 기억이 더 이상 아무런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지 않으니 

그건 도려내진거나 마찬가지다.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살다보니 

어느 날 저절로 그렇게 되었다고랄 밖에... 

 

그는 잘 지내고 있을까? 

가끔씩 그의 안부가 궁금하다. 

건너건너 들리는 그런 소문으로의 그가 아닌 

그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것을 생각하며 사는지 

아주 가끔은 궁금하다. 

그렇지만 그 궁금함 때문에 

아프지는 않다. 

더이상. 그렇다.  

 

십년도 못 가는 내 사랑 

십년도 채우지 못하는 내 마음 

십년도 유지할 수 없는 내 그리움 

참 가볍구나. 

나는 이런 사람이었다는걸 

이제야 알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