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 Vicky Cristina Barcelona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내가 저따위 제목을 붙인 이유는 순전히 이 영화의 택도없는 제목에 지대한 영향을 받아 부러 쓴 것임을 일단 밝히고 시작하자. 정말이지 어떻게 해석하면 저 영화에다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라는 제목을 붙일 수 있는 것일까? 이 영화의 핵심 인물을 오로지 스칼렛 요한슨과 페넬로페 크루즈로만 생각해야 뽑아 낼 수 있는 제목이다. 허나 정확하게는 그것도 틀렸다. 이 영화가 스칼렛 요한슨이 그가 사랑하는 남자의 아내인 페넬로페 크루즈마저 사랑하게 되는것이 주된 스토리가 아닌 이상. 저 제목은 확실히 판단 미스였다. 홍보팀이 얼마나 피말리는 마라톤 회의를 끝에 뽑아낸 제목인지, 또 고도의 홍보 전략으로 만들어낸 포스터인지 모르겠지만 이럴바에는 차라리 원작 제목과 포스터를 그냥 가져다 쓰지 뭣하러 저런 엄한 제목에 엄한 홍보성 카피를 끌여다 붙였는지 알다가도 모를일.  

어쩌면 이 영화를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 이외의 누군가를 마음에 품는것 조차 배신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면 말 할 것이다. 한국 실정에 맞지 않으며 대체 저런 방종하고 정신빠진 사랑놀음에 대해 왜 영화로까지 만들어 이 아름답고 순수한 세상에 뿌려대냐고. 그러므로 그런 성향이다 싶은 사람들은 애초에 이 영화를 안보는 것이 좋다. 나 역시 즐거운 사라의 마광수 교수가 잡혀간 것에 대해서는 통탄을 금치 못하지만 그 소설이 조금도, 약간도 재미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니 어쩌면 이건 취향 문제일수도 있고 말이다. 허나 도덕적으로 그리 타락했다고도 혹은 순수의 결정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 내가 볼때는 아주 썩, 아니 솔직하자 매우 훌륭한 영화였다. 순정파적 사랑을 다루지 않는다해서 사랑이 사랑이 아닌건 아니기 때문이다. (이게 뭔소린가?) 

포스터에는 마치 이 세 사람들이 쾌락을 위해서라면 먼 짓이든 다 할 사람들처럼 보이지만. 그리고 영화에서 나로써는 결코 흉내내기 힘든 사랑들을 하기는 하지만. 영화는 전혀 그런류의 얘기가 아니다. 영화에는 나름대로 매력적이며 개성들이 강한 네 사람이 등장한다. 먼저 요즘 헐리우드 섹시 아이콘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스칼렛 요한슨(크리스티나), 크리스티나의 친구인 레베카 홀(비키) 그리고 크리스티나와 비키가 반하게 되는 남자의 전처 페넬로페 크루즈(마리아), 그리고 이 관계의 중심점에 서 있는 남자 하비에르 바르뎀(후안) 이 주인공이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내용은 말 할 수 없지만 이 영화는 절대 방종한 영화가 아니다. 사랑을 가볍게 다루지도 않았으며 사랑이 줄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다라는 허무성 영화도 아니다. 이 영화는 분명 진지하고 심각한, 그리고 아름다운 사랑 얘기이다. 그 사랑은 꼭 남녀간의 사랑 뿐 아닌 동성간의 사랑 (동성애와는 분명히 구분짓고 싶다.) 과 친구간의 우정까지도 포함한다. 실로 다채로운 사랑의 감정들을 이 영화는 함께 잘 버무려낸다. 그러나 거기에 양념처럼 끼얹어진 나레이션 소스는 대략 난감. 뭐 우디알랜 아저씨가 그렇지 뭐 하고 넘어가면 그만이겠으나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는건 분명하다. 허나 워낙 복잡다난한 관계를 제한된 시간내에 풀어내기 위한 그의 해결책 혹은 관객이 스토리를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노파심에서 나온 정도로 생각한다면 충분히 용서 가능. 

영화에 나오는 이국적 풍경과 그림과 사진, 음악은 그야말로 보너스 보너스 되시겠다. 각자 예술적 재능을 가진 이들이 화면에서 펼치는 모든 행위가 예술 그 자체라고 해야할까? 아무튼 페넬로페 크루즈 상당히 매력적이었고, 예술적 기질이 없어 보이는 레베가 홀 마저도 매력이 넘친다. 영화에 Life is short 라는 대사가 등장하는데, 개인적 경험에 의하면 저 말은 약 7년전 만났던 남자친구가 늘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라서 무지하게 반가웠다. 어쩌면 이 영화의 제목이 차라리 저 제목이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짧은 인생을 즐기자는... 그렇다고 방종하게 내일 죽을것 처럼 오늘을 소진하자는게 아닌, 인생. 이왕이면 즐겁고 행복하게를 모토로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즐거움과 행복은 결국 인간관계와 사랑으로 귀결된다.  

제발이지 저 포스터와 제목에 현혹되어 이 영화를 평가절하한 나머지 안봐야겠다고 마음먹지 않기를. 이 영화는 우디알랜이 만들었으며 골든글로브 작품상에 아카데미 최우수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영화라는 것을 기억하자. 포스터에서 말하는 둘이 하면 로맨틱하고 셋이면...환상적일까? 혹은 파격적인 4각 로맨스의 달콤한 유혹 같은 카피는 똥통에나 쳐넣고 절대로 절대로 기억하지 말기를. 

덧붙이기 : 근데 말이지. 정말 왜 스칼렛 요한슨이 헐리우드 섹시 아이콘이 된걸까? 백치미의 대명사 먼로를 닮아서? 여기에서의 요한슨은 절대 섹시하지 않다. 오히려 페넬로페 크루즈가 마치 마녀처럼 섹시하다. 아마도 이건 내가 통통한 글래머를 싫어하는 개인적 취향 때문이겠지? 내 취향은 대략 마른 글래머? 아햏햏 (참 오랜만에 쓴다. 정겨워 눈물날지경) 그리고 한마디 더.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를 스칼렛 요한슨이 광고하던데... 볼때마다 내가 산 제품들의 가치가 마치 하락되는듯 기분이 안좋다. (환율 덕분에 실제로는 방방 뛰더라만) 지금은 내렸나? 암튼 한때는 자주가던 샵에 저 아줌마가 가방들고 입술 헤벌레하게 하고 있던 사진이 몹시도 신경쓰였었다. 이래서 제품의 모델이 중요한거야. 비오템봐. 효리가 광고하더니 얼마나 신선해졌어? 지금은 누가하는지 모르겠지만.. 디올 뷰티라인을 봐. 연식 오래된 샤론스톤 써 버리니 고만 잘 쓰던 나조차 더 늙어야 쓰는 제품인가? 하고 의심하게 되잖아...

사설이 길어 짜증났으리라...암튼 이 영화 심하게 강추. 별 다섯 모자람. 더 질문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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