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크
로리 할스 앤더슨 지음, 최필원 옮김 / 문학세계사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나는 성장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성장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주인공들이 별로 성장하는 꼴을 보지 못했으며(주인공도 성장을 하지 않는 마당에 읽는 내가 성장할리는 만무했다.) 성장 소설은 데미안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밀밭의 파수꾼이랄지 그외 다른 성장소설들을 간혹 읽는걸 보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말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책 표지를 보면 아마 아무도 이게 성장 소설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처음 봤을때 무슨 추리소설인줄 알았다. 제목도 별로 성장소설틱하지 않고 말이다.
책은 10대 소녀인 멜린다가 고등학교를 입학하여 졸업하기까지의 시간이 학기별로 나열되어 있다. 처음에 읽기 시작했을때는 멜린다가 그저 그런 10대 소녀라고 생각했었다. 그 나이에 맞게 가볍고 아무 생각없고 모든게 삐뚤게만 보이고 어른들은 무조건 경멸스러운 평범한 10대들 말이다.

하지만 계속 읽어갈수록 이 아이 무언가 다르다는 생각을 했었다. 자신의 괴로움에 대해 징징거리지 않는 어른스러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거기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 하더라도 유머를 잃지 않았고 더군다나 자신을 불쌍한 상황으로 몰아넣지도 않았다. 책을 계속 일다가 보면 우리는 멜린다가 고등학교로 오기 전 까지는 친구들도 있었고 비교적 평범한 시절을 보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친구들과의 파티 이후로 모든 상황이 변한다. 친구들은 멜린다를 따돌리고 멜린다는 말을 잃어간다. 사실 상황만으로 본다면 멜린다는 심각한 일을 겪었고 그것으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이지만 그애는 절대로 그 상황 자체에 빠져 지내지 않는다. 사람들이 자신을 따돌리는 것에 대해 일일이 자신이 겪은 일을 설명했다면 동정을 얻었겠지만 멜린다가 선택한것은 침묵이었다.
그애는 자기만의 세계에서 미술시간에 나무를 그리며 조금씩 스스로를 치료한다. 미술선생도 엄마도 아빠도 친구들도 그녀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는다. 또래와 같아지기에는 이미 그녀가 겪은 일로 인해 너무 자라버린 후이고 엄마와 아빠는 여느 가정이 그렇듯 자기네 일 만으로도 머리통이 터질 지경이다. 이상하게 이 책을 보면서 아메리칸 뷰티에 나오는 도라 버치가 생각났다. 판타스틱 소녀 백서에서의 도라 버치 그리고 아메리칸 뷰티에서의 도라 버치가 짬뽕이 되어 읽는 내내 멜린다와 뒤섞였었다.

성장소설을 굳이 찾아 읽지는 않는 내가 이 책에 별 넷을 주는 이유는 궁상을 떨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엄청난 일을 당했으니 나는 늘 심각하고도 불쌍해야만 해 같은 구석이 멜린다에게는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좀 잔인하게 들리겠지만 독자들은 충분하게 웃으며 유쾌하게 볼 수 있다. 다만 청소년 권장 도서라고 하기에는 우리 나라와 문화적 교육환경적 차이가 너무 커서 별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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