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므 씨의 마지막 향수
퍼시 캉프 지음, 용경식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나는 냄새에 민감한 편이다. 세상에는 좋은 냄새도 많지만 불행하게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내가 그 많은 냄새중 가장 견디지 못하는 것은 사람의 냄새이다. 인공적인 냄새로 감추지 않은 사람의 살 냄새는 사실 그리 유쾌한게 아니다. 가끔은 인공적인 향으로 감추었음에도 체취가 너무 강해 엘리베이이터 안 정도는 쉽게 자신의 악취로 채우는 인간을 나는 진심으로 혐오한다. 그래서인지 냄새에 관한 책이면 뭐든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 엠므씨의 마지막 향수도 당연하게 냄새에 관한 책이였기 때문에 끌렸다.

책의 주인공 엠므씨는 나이가 지긋하다. 그러나 언제나 단정한 외모를 유지하고 있고 정신도 맑다. 전직 스파이였던 만큼 머리도 그리 나쁘지 않고 말이다. 그는 자신의 완벽성의 끝을 언제나 머스크향(사향노루향.사향노루가 발정기가 되면 배꼽 근처에서 이 향을 낸다고 한다.)으로 마감하곤 했다. 그런데 어느날 머스크 향수 제조회사가 다른 제품을 내어놓는다. 몇십년동안 써 왔던 그 머스크 향수가 아닌, 패키지가 바뀌고 진짜 사향노루 대신 인공물질로 향수를 만든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 차이를 거의 구분하지 못하지만 수십년동안 써 왔던 엠므씨는 단박에 알아차린다.(여기에는 그녀의 정부 이브도 한몫한다. 여자들은 대게 자기 남자의 냄새에 민감해서 종종 외도의 흔적을 찾아내기도 하니까) 엠므씨는 최선을 다해 전에 자기가 늘 바르던 향수를 찾기위해 갖은 고생을 하지만 찾아낸 향수는 자기가 남은 생동안 쓰기에는 너무나 터무니 없이 적은 양이다. 그래서 완벽한 엠므씨는 향수가 떨어지는 상황을 맞이하지 않기로 한다. 자기가 구한 머스크향 만큼만 사는것. 그것이 엠므씨가 선택한 마지막이다.

세상에는 엠므씨의 이런 집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냄새란 무척 중요한 것이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것도 만져지는 것도 아니지만 정신과 크게 연결된 것이다. 언젠가 영화에서 여자 주인공이 사귀던 남자와 헤어진후 병원에 가서 후각을 없애달라고 한다. 전에 사귀던 남자와 같은 향수나 로션을 쓰는 사람이 자길 스쳐지나가면 죽고싶을만큼 우울해 진다고. 다른 모든 흔적은 다 지울수 있지만 그 냄새만큼은 지울수가 없다고 했다. 나는 깊이 공감했다. 나역시 사람을 기억할때 거의 냄새로 기억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사실 사람도 동물이기 때문에 가만히 있으면 그 어떤 더러운 동물 못지않게 냄새가 심각하게 날 것이다. 그러나 아침 저녁으로 최소한 샴푸 비누정도는 향이 첨가된 제품을 쓰기 때문에 그나마 어느 정도는 가려지는 것이고 의복에도 섬유유연제를 부어서 세탁하고 화장을 하고 마지막으로 향수를 뿌리기 때문에 그 냄새는 거의 가려진다.

엠므씨가 집착해 마지 않는 머스크향은 나 역시 몹시 좋아하는 향이라서(머스크향은 대게 남자 향수 원료로 쓰이는데 그건 여자들이 가장 호감을 가지는 냄새라서 그렇다고 한다.)몇년째 머스크향의 바디클렌저와 비누를 쓰고 있다. 그리고 여름에는 사향 파우더를 몸에 뿌리는 것을 잊지 않는다. 향수를 애용하는 것은 두 말 할 나위도 없다.다른 모든것에는 아낀다고 하더라도 나는 내 몸에서 좋은 냄새게 나게하는 일에만큼은 인색하지 않다. 그 예로 엠므씨의 마지막 향수라는 책을 읽자마자 그 책 표지와 같은 색인(겉에는 노란색이지만 벗기면 빨간색이다.)빨간색 캘빈 클라인 이터니티 로즈 블러쉬를 샀다. 한정생산이라 그 값이 결코 만만치 않았는데도 말이다.

냄새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혹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를 재미있게 읽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단. 향수보다는 좀 극적재미가 덜하다. 향기도 없는 어린 그루누이가 커서 살인자가 되는것 보다 이미 늙어있는 엠므씨가 향수때문에 죽는 얘기는 사실 게임 자체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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