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광수생각
박광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를 그닥 많이 보지 않음에도 박광수의 만화만큼은 꾸준하게 본것 같다. 남들은 착한척 순수한척 한다며 미워하기도 하지만 나는 박광수라는 인간 자체의 순수를 가늠하기 위해 만화를 보는것이 아니라 그가 말해주는 내용들이 적어도 한번쯤은 순수함을 되돌아보게 하는것 같아서 봤었다.

광수생각 시리즈로 만화계 스타로 급부상한 박광수. 그의 이름이 이제는 더이상 폭풍의 중심에 서 있지 않은 지금. 나쁜 광수 생각이라는 책을 냈다. 고백하건데 내가 만약 서점에서 이 책을 몇장 휘리릭 넘겨봤었으면 그 적날함에 또는 19세 미만 구입불가라는 빨간 딱지를 보고 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쁜 광수 생각은 어쩌면 야한 광수 생각으로 이름을 바꾸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광수도 남자인지라 그가 하는 나쁜생각은 거의 다 남성의 성적 판타지를 대변하고 있으니 말이다.

내가 보기에는 여자가 봐서 그닥 공감을 하거나 재미있을 만한 내용은 없다고 생각된다. 아무리 남녀가 평등하다고 주장하는 세상이지만 성적 판타지 마저 똑같을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여자가 거기에 함께 공감하며 키득이기에는 조금 무리가 따른다. 그렇지만 인간은 어차피 동물 이라며 오픈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여자라면 별로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광수 생각이 좀 순수하고 착한 내용이라고 해서 나쁜 광수 생각도 나빠봐야 지가 어디까지 나쁠라고 끽해야 불효 정도겠지 하고 생각하다가는 큰코 다친다. 광수생각의 영원한 테마인 효를 비롯해서 갖가지 착하게 살자 버전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이 책의 가장 뿌리를 이루고 있는것은 뭐니뭐니 해도 박광수 개인의 성적 판타지이다. 그렇다고 해서 변태스럽거나 밉살스럽지는 않다. 누구나 그 정도는 뭐 하면서 유야무야 넘어가줄 정도는 된다.

한가지 부러운 것은 마누라를 무서워 한다면서도 이런 책을 만천하에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광수라면 마누라가 무서워서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을것이다. 책을 보면서 약간 놀란게 있다면 박광수가 한번 이혼을 했다는 것이었다. 이혼 자체가 놀라운것이 아니라 전에도 마누라에 관한 내용을 많이 써 놓았던데.. 그 내용으로 봐서 이혼같은건 안할 사람으로 알았는데 하는 정도의 놀람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박광수는 영원한건 아무것도 없다를 몸소 보여준 셈이다. 그렇게나 사랑한다고 많이 말하던 마누라와 어찌되었건 헤어졌으니 말이다.

원색적인 표현도 많고 읽기에 다소 부담스러운 면도 있었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키득일 수 있는 부분도 있었고 여전히 박광수표 착한 만화도 군데군데 등장했다. 단 너무 심기 연약한 여인네들은 보지 않았으면 한다. 차라리 그런 분들은 박광수의 책을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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