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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요나의 디자인 강의 노트
양요나 지음 / 따님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결론부터 말하자면 얇다는 장점을 빼고는 이 책이 디자인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알 수 없다. 감각과 논리 향상 프로그램이라고 적혀있기는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함량 미달의 내용들도 많다. 컬러와 레이아웃에 신경 쓰지 않은 건 그렇다 치더라도 강의 노트라는 이름에 맞추려고 간간히 필자가 연필로 낙서를 해 놓은 것은 오버액션으로 보인다. 디자인을 각각의 장에 맞추어서 디자인 자체 그리고 디자이너에 관한 내용을 넣기는 했지만 두서없는 배열도 신경이 쓰인다.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걸 좀 건드렸다가 저걸 건드렸다 다시 이게 생각나면 또 이걸 말하는 식이라 각 쳅터별로 파고들며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디자이너가 자신에게 자부심을 가지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본다. 그것은 어느 직업에나 다 해당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나치지는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책의 저자 양요나는 디자인이 세상의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있다. 어떤 것이든 독창적으로 다른 문화를 이끌 수는 없다. 세상일이 그렇듯 모든 게 상호 보완적이다. 때로는 끌고 때로는 밀고 때로는 딸려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디자인만이 모든 문제를 제기하고 그 답을 가지고 있는 것 역시 디자인이라고 말 하고 있다. 논리적인 사고와 감각을 키우고 싶다면 차라리 일상생활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이 책은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에게도 사고력의 향상을 위해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말한다. 확실히 디자인에 관한 일을 하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 어려운 책은 아니지만 필독서는 아니라고 본다. 디자이너에게는 보는 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도 배려를 하지 않았다. 같은 예를 들더라도 좀 더 확실한 예를 가지고 들면 분명하게 이해가 되는데 이 책에 나오는 사진이나 그림들은 모두 흑백처리가 되어있고 본문과 잘 맞지 않는 곳에 배치되는 우를 범하고 있다. 하나의 사물을 가지고 다각도에서 집요하게 접근하는 것은 높이 살 만하지만 너무 사소한 것들 까지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남들보다 더 자세한 눈을 가지고 관찰하는 것은 분명 디자이너가 하는 일이지만 남들이 알 수 없는 디자인을 내놓고는 보는 눈들이 없다고 탓할 수는 없다. 디자인은 어차피 가장 상업적인 분야이다. 모든 컨덴츠와 사물에게 그럴듯한 옷을 입히는 것 그리고 되도록이면 아름답고도 기능적인 옷을 입히는 것이 디자이너가 할 일이다. 디자인은 순수 예술과는 분명하게 경계가 있는 분야이다.
사실 책을 쓴다는 건 참 힘든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좀 예쁘게 봐 줄까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책을 읽는 사람들은 분명 소비자이다. 어떤 의미에서 책을 내는 것도 서비스에 속한다. 서비스 하는 사람이 힘드니까 좀 불친절한 서비스를 받더라도 참아내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좀 더 멋진 그림들을 넣고 좀 더 내용을 알차게 만들었더라면 의도 자체는 상당히 좋았을 것 같았던 책이라 안타깝다. 디자이너에게 감각과 사고를 길러주는 책. 듣기만 해도 그럴 듯 하지 않는가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은 스스로 너무 위대한 디자인 교수에 의해서 권위 속으로 침몰 해 버렸다.
확실히 두터운 책들에 비해서 술술 읽히기는 하지만 모든 게 다 쉽다고 용서가 되지는 않는다. 목적이 분명한 책들은 분명 읽고나면 단 하나라도 머릿속에 남는 게 있어야 한다. 이 책은 그저 수월하게 읽혔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내 감각이나 사고가 자란 것 같지도, 그렇다고 뭔가 남아있는 것 같지도 않다. 정 이 책을 읽어야 하는 대상을 찾자면 디자이너가 아니라 요즘 많이 나오는 생각하는 동화 같은 책들을 읽는 사람들이라고 보여 진다. 책에 관해 너무 비판만 한 것 같지만 읽고난 후 솔직한 느낌이 그러했다. 사람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어떤 이들은 이 책을 몹시 유익하고 좋은 책으로 평할 수도 있겠지만 책에서 말한 감각과 논리는 거의 향상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