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ain 1 - 김중만 사진집
서영아 지음, 김중만 사진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5월
평점 :
절판


정확하게 오늘 오후 6시에 책이 배달되었고 나는 30분만에 이 책을 다 봤다. 내가 구입한 김중만의 책은 아프리카 여정. 대한민국 헌법을 읽자에 이어 이 책이 세번째 이다. 사진을 전공하는 것도 아니고 사진 찍는것이 취미도 아닌 내가 사진작가의 책을 세권이나 연달아 구입하는 것은 내가 생각해도 좀 의아하다. 그러나 김중만의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답이 보인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혹은 사물에 대한 김중만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확실히 그는 트렌디한 사진을 찍는 사람은 아닌것 같다. 간혹 그런 사진을 찍기도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런 사진 안에서 김중만의 독특한 시선을 찾아내는 것은 조금 어렵다. 그의 사진은 정형화되지 않고 약간은 거친듯할 때 그 빛을 발하는것 같다.

요즘에는 다들 디지탈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그게 추세인 모양이다. 하긴 옆에서 보면 그것들은 얄미울 정도로 편리하고 21세기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 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그 사진들에게는 따뜻함이 없다. 나에게 있어 사진은 여전히 조리개와 셔터속도를 맞추고 손이 떨릴까봐 숨을 죽이며 찍는 것이 사진처럼 느껴진다. 김중만의 사진에는 그런 작업들이 느껴진다. 모 디지탈 카메라를 광고하는 그의 사진을 보긴 했지만 나는 왠지 그가 이 책에서만큼은 디지탈 카메라를 쓰지 않았을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좋은 디지탈 카메라는 수동 카메라 못지 않은 퀄리티를 자랑 한다. 그러나 직조기로 짠 스웨터와 핸드메이드로 짠 스웨터의 느낌이 다르듯이 나에게 수동 카메라와 디지탈 카메라는 그렇게 다르다.

에프터 레인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뮤지션, 모델, 배우들의 사진이 등장한다. 그렇지만 그들은 익히 보여주던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다. 김중만의 시선을 거친 그들은 매스컴에 의해 만들어진 그간의 이미지와는 아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TV만 켜고 잡지만 펼치면 나오는 그들이건만 식상하지 않다. 간혹은 오른쪽 하단에 적힌 이름을 보지 않으면 누군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에프터 레인에는 보너스로 아프리카 여정에 쓰였던 사진도 중간중간 들어가 있다. 그 사진들과 함께 옆에 있는 유명인들의 사진은 묘하게 닮아있다. 나무나 강 같은 자연과도 닮아있고 호랑이나 얼룩말 같은 동물들과도 그들은 닮아있다. 김중만은 사람도 자연도 다 하나라는 것을 말 해 준다.

유명한 뮤지션이나 배우들이 담긴 사진이라고 해서 잡지속의 그것처럼 컬러플하고 트렌디한 사진을 생각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그런 사진들을 찾는다면 김중만이 아닌 다른 유명 사진작가의 사진집이나 패션 화보집을 사 보는것이 훨씬 낫다. 모르긴 하지만 여기에 사진 찍힌 사람들도 자신들의 모습을 보며 몹시 좋아했으리란 생각이 든다. 늘 익숙하던 자신이 아닌 모르고 있었던 부분을 끄집어내어 준 사진 앞에서 묘한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사실 책 값이 싸지는 않다. 책을 받아보기 전 까지는 그런 생각이 든다. 이 돈이면 보통 책 세권은 살텐데. 그렇지만 책을 받아들면 펼치기도 전에 그 무게가 크기가 정말 실한 책이리란 기대감을 심어준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책값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리고 1권을 먼저 읽어보고 2권을 주문하려고 했었는데 처음부터 둘 다 살껄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는 김중만이 쓴 글은 아니지만 글도 함께 들어가 있다. 내가 썩 좋아하는 타입의 글이 아니여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아프리카 여정에서 그랬듯 김중만이 직접 글을 썼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러면 사진이 훨씬 더 온기를 지닐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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