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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버
척 팔라닉 지음, 최필원 옮김 / 책세상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나는 글쟁이를 꿈꾸지는 않는다. 왜냐면 그러고 나면 글 쓰기가 절대로 재미가 없어 질 것이기 때문이다. 재미가 인생 모토인 나에게는 심각한 문제이다. 따라서 나는 작가도 기자도 다 싫다. 다만 그냥 재미삼아 키득거리기 위해 글을 쓰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간혹 글 쓰는것이 목표라고 버젓이 떠드는 이들을 보면 부러우면서도(그 용기가) 약간 한심하다.(그들이 써 놓은 글이)
그러면서도 책을 일다가 보면 간혹 정말 저 재능을 확 훔쳐오고 싶고나 하는 충동에 휩싸일때가 있다. 무라카미가 그랬고 움베르토 에코가 그랬다.(그 외에도 좀 많지만 불행하게도 한국 작가는 없다.) 그리고 최근에 또 한번 척 팔라닉이 그렇다.
척 팔라닉의 질식을 나는 먼저 읽었다. 아마도 서바이버가 질식 이 전의 작품인줄로 안다. 같은 작가의 글을 서로 비교한다는 것은 조금 웃기긴 하지만 나는 일단 서바이버에 점수를 더 주고싶다. 질식도 꾀 재밌었던 작품이긴 하지만 난 서바이버를 더 단숨에 읽었으니까.
내용은 사이비교에서 자라난 한 남자의 이야기다. 어떤 종교이건 광적인 것은 질색인 나에게 역시 종교는 깊이 파고 심각하면 또라이같아 진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사실 척 팔라닉은 종교를 말 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의 종교는 현실의 교육 시스템이다. 주인공이 괴상한 교도에서 자라나서 그저 주입받은 것만 알고 거기까지만 생각을 할 줄 알듯이 현대의 교육 시스템 아래서 나온 아이들도 모두 넣은대로만 입력되어 있는 바보 컴퓨터 같다. 자기들 딴에는 몹시 똑똑하고 잘난 줄 알지만 한번 생각 해 보자. 그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만들어 낸 것이 하나라도 있는지...
학교 다닐때 나는 그런 얘들을 젤 싫어했다. 딱 주어진만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만 생각하는 아이들. 딱히 범생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더 이상 생각하기도 싫은 부류들이다.
서바이버에 나오는 주인공 역시 똑같다. 일종의 쇠뇌를 당한 주인공은 에이전트를 만나기 전 까지는 늙어 죽을때 까지 다림질, 얼룩지우기나 하면서 살 팔자였다. 그러나 에이전트를 만나 유명해지고도 여전히 그는 꼭두각시 일 뿐이다. 왜냐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을 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마지막 삶의 정리마저도 타인이 시키는대로 한다. 처음에는 상상조차 안했지만 자기가 공중 납치범이 되어야 한다는 타인의 얘기를 듣고 그렇게 되기로 한다.
책 표지에는 이렇게 씌여있다. '블랙박스에 담긴 이 시대가 낳은 가짜 메시아의 처절한 고백'. 참 할 말이 없는 문구다. 제발 책좀 똑바로 읽고(아니 읽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저따위 광고 문구를 쓰라고 정중하게 권유하고 싶다. 아무튼 표지에 씌인 바보같은 문구는 신경쓰지 말고 보길 바란다. 옳은 말은 블랙박스 하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