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횡단 특급
이영수(듀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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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나의 소설은 [면세구역]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이다. 개인적으로는 면세구역 보다는 태평양 횡단특급에 별 한개 정도 더 주고 싶다.

한때 듀나는 한 사람이다. 혹은 여러사람이 모인 집단이다는 의견이 분분했다. 물론 성별 논쟁도 끊이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듀나는 이영수라는 이름으로 소설을 내기 시작했고 의견은 좁혀지는 듯 했다. 하지만 누가 아는가 이영수 조차도 필명 일지...

면세구역을 읽어보면 그다지 여러 사람이 썼다는 생각이 들지않아서 나는 듀나를 한 사람이며 남자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태평양 횡단특급을 읽으면서 또 다시 헤깔리기 시작했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듀나라는 이름아래 활동을 하고 그 중에는 여자도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SF장르라고는 했지만 앞의 3가지 단편들('태평양 횡단특급''히즈 올댓''대리 살인자')는 SF라기 보다는 그냥 재기발랄한 단편 정도이다. 그리고 '첼로'부터 나머지 까지의 단편들은 앞의 소설 [면세구역]과 그리 다르지 않은 장르와 문체를 택하고 있다.

내가 듀나를 여자일지도 혹은 여러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대리살인자'와 '첼로' 때문이다. 두 단편은 다른 듀나의 글과는 조금 다른 냄새가 난다.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것은 역시 '대리살인자'와 '첼로'인데 대리살인자의 경우 누구나 한번쯤은 아무런 댓가도 지불하지 않으며 잡혀서 죄값을 치뤄야 할 일이 절대로 없다면 누군가를 죽일텐데 하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더구나 내 손에 피를 바르지 않아도 다른 누군가가 죽여주겠다고 한다면 우리는 얼씨구나 하면서 여러사람의 이름을 말 할 것이다. 특히 이 단편에 정이갔던 이유는 주인공들이 선생을 많이 지목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학교라는 곳을 다닌 사람들은 안다. 선생들 중에서 얼마나 죽이고 싶은 인간들이 많은지를...

다음으로 첼로는 로봇과 인간의 사랑을 다룬 것인데, 뭐 그리 로멘틱하지는 않지만 충분하게 공감이 가는 이야기이다. 특히 주인공의 이모가 로봇을 그리워하며 내뱉는 말들은 가히 압권이다.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사랑이 끝나고 나면 그 사람이 그리운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존재감이 그리운 것이다. 첼로는 그 부분을 아주 잘 표현 해 낸 수작이다.

자. 나머지 단편들은 거의가 SF이다. 조금 기대에 못 미치는 작품도 있고 괜찮은 작품들도 있다. 반나절 정도면 뒹굴거리며 충분히 읽을 만 하고, 읽고나서 그다지 머리에 콱 와서 박히는것은 없지만 재미는 보장 할 만하다. 적어도 듀나의 다음 작품이 나오면 선뜻 장바구니에 넣을 정도는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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