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각오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5월
평점 :
품절


중학교때 가정인지 가사인지 아무튼 그 과목을 지지리도 못했었는데 선생님이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반 평균을 깎아먹는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서평을 쓰면서 나는 간혹 그 일을 떠올린다. 다른 사람들의 서평이 유달리 많은 별점을 달고 있고 내 서평에 별점 2개 이하를 달 예정일때. 나는 알라딘에서의 평균 별점을 깎아먹는 인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내 나름의 기준으로 별점을 주는 이유는. 남들이 재밌다고 하니까 나도 재밌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다들 책을 읽으라고 말 한다. 지하철을 타도 책을 읽으라는 광고가 나오고 텔레비전에서는 코메디 프로에서 조차 책을 선정해주고 (책들은 코믹하지 않다. 실망스럽게도...) 읽으라고 강요를 한다. 이런 세상에 살다보면 어떤 책이던 간에 책이라고 생겨먹은 것들은 모두 재밌으며 맘의 양식이 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내가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된 이후부터 약 20년간 책을 읽어온 결과 세상에는 별로 재밌지도 유익하지도 않은 책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준은 어디까지나 남들이 아니라 내 자신이다.

물론 책을 고르는 기준에 있어서 남들의 평가는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에 내가 산 책 '소설가의 각오'는 남들의 빛나는 별점을 보고 샀다가 결과적으로는 실패를 본 책이다.

내 딴에는 엄청난것을 기대했다. 소설가들은 언제나 위대한 이야기꾼이자 사기꾼들이므로 소설가의 각오는 무언가 대단한 것인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어본 결과 나는 아무것도 더 알아내지 못했다.

지은이는 끊임없이 소설가로서의 자신의 위치나 해야할 일이 힘겹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나 우연한 계기에 소설가가 되었다는 말도 한참을 한다.

그러니까 소설가는 처음에는 어찌어찌 하다가 보니 되었는데 나중에 되고 나니 소설을 쓰기 위해서 어느 정도는 규칙적인 삶을 살아야겠더라 정도이다.

사실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맥주를 팔고 남는 시간에 글을 써서 소설가가되는 할랑한(그러나 몹시 좋아하는)부류는 아닌줄 알았다. 근데 이 사람도 처음의 과정은 별반 다를것이 없다.

물론 이 사람이 지은 소설이라고는 '물의 가족'만 읽어봤다. 역시 그 책은 나에게 좀 재미없는 소설로 찍혀서 심지어 서평조차 쓰질 않았다.

소설가는 소설로 말 해야 하는것 아닐까 싶다. 근데 이 책에서 딱 하나 맘에드는 것은 들어가기전에 소설을 쓰고픈 사람들에게(정확하게는 한국의 소설 지망생들에게) 희망 비슷한 뭐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하라는 말을 해 둔 것이다. 아쉽게도 내 손에서 너무 빨리 떠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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