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명품이다
조미애 지음 / 시지락 / 200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대학을 다닐 무렵 프라다 백이 상당히 유행했었다. 백팩형태이건 토트백 형태이건 아무튼 까만 역삼각형이 로고가 달린 프라다 백은 그야말로 개나소나 다 매고 다니는 백이었더랬다. 처음에는 그 백의 소제를 보고 아주 싸구려라고 생각했었는데 예상외로 그것이 몇 십만원을 호가한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아는 대부분이 진품이 아닌 가짜를 매고 다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나일론 소제의 백을 몇 십만원을 주고 살 수 있는 대학생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리고 나도 마음만 먹으면 몇 만원에 까만 역삼각 로고의 프라다를 맬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명품임을 알게 되고 부터는 그러지 않았다. 비싼 가죽소제가 아닌 나일론도 명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부터 나는 명품들에 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최고로 비싼 물건이라는 것과는 다른 무언가가 명품에는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명품은 만드는이와 동시에 쓰는이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것은 오래된 진리와도 같다. 그렇지만 주위를 한번 둘러보라 과연 명품을 제대로 정말 아끼고 사랑하면서 쓰는 이가 몇이나 되는지... 명품을 소유할 만한 재력을 가진 이들의 대부분은 새로운 라인이 나올때 마다 구입을 해서 유행을 시키고, 그걸 구입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가짜를 구입해서 거리를 온통 그 디자인에 그 디자인을 물 들인다.

나는 아직 명품이라고 불리울 만한 물건을 가지고 있지 않다. 물론 그 근처에 맴도는 정도의 물건들은 가지고 있지만 대를 물려 쓰겠다 싶은 명품은 없다. 그것은 내가 아직은 재력이 되지 않아서 일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지금 내 나이에 그런 것을 소화 해 낼 만한 깊이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나도 아주 튼튼한 가방이나 시계를 내 딸에게 물려주고 싶다. 엄마가 나에게 크리스찬 디올의 선글라스와 까르띠에 목걸이를 물려주셨듯이 말이다.

명품은 이렇듯 대를 물려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만큼 견고하고 튼튼하며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트렌드를 초월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저 유행한다고 또 비싸서 다들 부러워 할 것이라는 생각하에 걸치기에는 그 물건을 만든 장인들에게 너무 미안한 짓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설이 길었다. 책에 관해 예기하자. 우선 첨 책을 받았을때 너무나 작고 얇아서 놀랐다.
내용은 우리가 알고 있는 명품들의 유래에 관한 이야기 정도로 보면 될 것이다. 각 브랜드 마다 너무 집요하지 않게 그러나 그렇게 썰렁하지는 않게 넘어가고 있긴 하지만 심도있다고 평을 내리기에는 조금 부족한 감이 없잖아 있다.

이 책에 관해 가장 큰 불만이라면 설명에 관한 사진이 좀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버버리 코트를 언급할때는 버버리의 패션쇼에서 찍은듯한 사진 대신 버버리 코트를 사진을 실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너무 뻔하고도 당연한 사실을 망각한 저자가 약간 원망스럽다. 패션이나 명품에 관해 별로 아는게 없는 나같은 이는 설명만으로 그게 어떤건지 상상하느라 머리가 약간 아프다. 또 패션 용어들을 사실 아무 생각없이 쓰고 있기는 하지만 그 정확한 명칭이나 해설이 들어갔다면 더욱 좋았을것 같다.

단언하건데 이 책은 지금보다 서너배 정도 두꺼워져도 아무 지장이 없을 듯 싶다. 종이도 지나치게 두껍고 질이 나쁘며 그 안에 있는 레이아웃은 뭐라 말 하기도 약간 무안하다.

명품을 다루고 있다면 책도 명품이어야 한다는 소리는 아니지만 적어도 한번쓰고 버리는 물건이 아닌 명품을 말 한다면 책 또한 그것과 엇비슷한 이미지 정도는 줘도 되지 않을까 싶다.

(PS: 일전에 읽었던 유광준의 명품산책과 몹시 비교되는 책이다. 우선 종이 질의 차이는 유광준 쪽이 앞선다. 그러나 책 표지는 이것이..가 조금 더 심플하니 괜찮다. 내용은 유광준쪽이 개인적인 취향을 담고 있다면 이것이..는 이미 입증된 명품들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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