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솔찍하게 말하자면 국정교과서 세대는 아니다. 지학사와 동화사의 책 중에서 한권을 배웠고 지금은 기억도 가물거린다. (영어는 지학사였던게 확실하지만 국어는 모르겠다.)이 책은 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교과서라고는 달랑 한 종류밖에 없던 시절의 국어책이다. 그래서 한문도 무지하게 많다. 참고로 나는 한문이 필요없다고 판단된 시대에 학교를 다녔고 한문 공부는 중학교 1.2학년때 잠깐 했었다.처음에는 책을 펴면서 내 솜털 보송하던 중학시절을 떠올리며 가슴을 잠시 설레였으나 이내 실망스러웠다. 이유는 오직하나 내가 배운 국어책과 너무 다르다는 것이었다. 황순원의 소나기 이외에는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았고 사설들은 하나같이 우리나라 좋은나라 그니까 니네 똑바로 사러 였다.난 언제나 학기초에 교과서를 받으면 제일 먼저 국어책을 펴고는 읽을만한 꺼리들을 찾곤 했었다. 게으르디 게으른 나에게 있어 교과서에 실린 단편들은 한나절 정도는 재미나게 보낼 수 있도록 해 주는 고마운 것들이었다.(물론 막상 그 단편을 배울때는 딴짓을 했었더랬다.)아무튼 이 책은 국정교과서를 읽던 사람들이 읽어야 재미있거나 혹은 추억을 떠올릴수 있거나 하는 책이다. 연도는 상당히 오래전이다. 지금 최소한 서른 다섯은 넘어야 할것같다.이 책과 동시에 다시 읽는 고등학교 국어책도 샀었는데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더욱 더 무수한 한문때문에 눈알이 해태가 될 지경이었으니 말이다. 그나마 예상외로 얇아서 용서하기로 했다. 그리고 저런 책 하나 책장에 있으면 학창시절에 국어 공부를 열심히 했으며 그 미련을 아직도 버리지 못한듯한 효과를 낼 수 있기는 하다. 끝으로 지금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라면 국어책이랑 국사책 역사책 같은건 내다 버리지 말길 바란다. 살다보면 간혹 거기에 있는 지식들만 잊어버리지 않고 알아도 똑똑하단소리 듣는 경우가 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