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귀 맞은 영혼 - 마음의 상처에서 벗어나는 방법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장현숙 옮김 / 궁리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살면서 생각보다 맘을 다친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그들은 지나치게 난폭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소심하거나 둘 중에 하나이다. 물론 남의 입장에서 본다면 난폭함이 훨씬 더 나쁘다. 그렇지만 맘을 다친자의 입장에서 보면 차라리 난폭함으로 표현내지는 표출하는 것이 더 나은지도 모른다. 그저 조용히 있기 때문에 아무도 피해를 입지는 않지만 정작 본인은 속 깊이 곪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부끄러운 집안사를 좀 들먹여야 겠다. 우리집안 사람들은 다 허허 거림서 살아서 실속은 없을 망정 사람좋단 소리는 늘 듣고 사는데 거기에 유일하게 빠지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우리 고모이다. 고모는 남자많은 한의원집에 태어나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랐고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오빠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았다. 그러나 무엇이 문제였던지 고모는 시집을 가고 자식을 낳자 사람이 이상해져 버렸다. 본인은 멀쩡한데 무언가 스트레스가 있었는지 그걸 어린 남매에게 풀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나는 고모집에 갈때 마다 어린 두 조카가 죽도록 맞는 광경을 목격해야 했고 저 아해들이 과연 정상으로 잘 자라줄까 하는 걱정을 했었다.

그리고 세월은 흘러 막내 여자아이가 20살이 되었다. 아이는 내 걱정대로 무척 소심하고 상처를 잘 받는, 그리고 안으로만 말려드는 달팽이 같은 아이가 되어버렸다. 내가 아무리 용기를 북돋우어 주려고 해도 그 아이 스스로가 이미 자기 자신은 나쁘다고 정의 해 버린 뒤였다.

다시 책 예기를 하자. 암튼 나는 요즘 이 책에서 필요한 부분을 그 아이에게 읽어주거나 상담을 하고 있다. 심리치료사는 아니지만 그 아이가 그대로 가만히 있는것 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책을 통해 아이는 여태까지 자기가 너무 나쁘고 엄마는 옳았다는 생각을 버리게 되었다. 인정하기 힘들지만 자기 엄마가 나빴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아이는 자기가 나쁘고 못나서 엄마의 미움을 받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아니다.

어른들도 상처를 잘 받겠지만 특히 어린아이들의 경우에는 그게 더 위험하다. 왜냐면 가해자가 나쁘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그게 자기가 잘못해서 그런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어른이 되어 이미 부모의 품을 떠난 후에도 피해의식을 갖고 자존감을 잃어버린채 살게 되는 것이다.

내 생각에 이 책은 상처를 입은 당사자만 볼 책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 더 나아가서는 인간관계를 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읽어보아야 할 책인것 같다. 우리가 혹시 우리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거나 혹은 받지는 않는지를 말이다.

인간관계란 그저 핸드폰에 전화 많이 오고 생일날 선물이 많이 들어온다고 해서 성공하는게 아니다. (우리 고모의 경우 위 두가지로만 보면 인간관계의 끝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그냥 되는데로 있으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에는 잘못된 인간관계가 주는 피해는 너무 크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피해가 절대 드러나지는 않거나 혹은 아주 나중에 엉뚱한 방향으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책은 비교적 쉽게 쓰여있으며 여러가지 사례들도 많다. 이 책은 특별한 사람들이 보는것이 아니라 모두가 한번쯤은 보아야할 일반상식 도서에 해당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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