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 리포트 필립 K. 딕의 SF걸작선 1
필립 K. 딕 외 지음, 이지선 옮김 / 집사재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원작이 있는 상황에서 영화를 만들면 반응은 두 가지 이다. 그럭저럭 잘 했다와 원작을 완전하게 망가트렸다는 것. 원작을 뛰어넘는 훌륭한 어쩌고 하는것은 영화 흥보 문구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뿐이며 좀처럼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도 않는다. 바로 원작의 광신도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얼마전 개봉한 한국영화 비천무의 경우 김혜린의 만화 원작 비천무를 가지고 영화화 했으며 개봉하자 마자 네티즌들의 열화와 같은 비난에 시달렸다. 이유는 단 하나. 자신들이 사랑하는 작품을 너무나 회손시켜 놓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사정은 어떨까?

알다시피 필립 K. 딕의 소설은 이미 블레이드 러너와 토탈리콜을 비롯해서 몇편 정도 영화화 되었다. 블레이드 러너와 토탈리콜의 경우 영화는 봤으나 원작은 보지 못했기 때문에 뭐라 평하기는 힘들지만 세인들의 평가를 들어보자면 블레이드 러너의 경우는 원작을 뛰어넘는 훌륭한 어쩌고 하는 듣기 힘든 소리를 들었으며 아직까지 SF영화의 고전이자 교과서로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다. 특히 기모노와 옥외광고 이미지는 음습한 미래도시의 전형처럼 되었다.

마니너리티 리포트에 대해서는, 먼저 영화 얘기를 해야겠다. 나는 영화를 먼저 봤으므로... 스필버그는 역시나 블레이드 러너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기모노 옥외 광고는 좀더 세련되어져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홍채로 신분을 판독해서 말한다. 누구누구씨 갭의바지가 새로 나왔습니다. 확실히 스필버그가 그린 필립 K. 딕의 미래도시는 블레이드 러너의 그것보다는 한참 밝다.

그러나 어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어린 안드로이드가 엄마를 찾아 삼만리 떠나는 내용처럼 밝은가! 원작을 읽어 본 결과 전혀 아니었다. 필립 K. 딕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우울하고도 음습했다. 스필버그가 아무리 밝게 표현을 하려고 했다지만 그 저변에 깔린 인간에 대한 끝없는 질문은 어쩔 수 없다. 마치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처럼 기억은 회손되거나 조작되기 십상이여서 나를 나라고 증명하기 어렵고 예언 때문에 현실이 되었는지 현실이 존재하기 때문에 예언이 이루어지는 것인지 모호하다.

어떻게 보면 SF영화나 소설들이 추구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인간 자신에 관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리 화려한 볼거리가 장악하고 있는 천하의 매트릭스도 결국은 인간 자신의 내면 세계로 초점이 맞추어진다. 넓고 거대하고 광할한 이미지를 가지고 결국은 보이지 않는 인간의 안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우주에서 가장 신비롭다는 블랙홀의 이미지를 차용한 것인지도 모른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책과 소설이 가장 다른점을 꼽으라면 설정에 있다. 책의 앤더튼과 영화의 앤더튼(보면 알겠지만 몹시 수려한 이혼경력 2회를 자랑하는 단신)은 하늘과 땅 차이며 가족의 설정도 많이 다르다. 또 주변부 인물들도 조금씩 성격을 달리 하고 있다.
사실 영화는 썩 잘 만들어졌다. 과연 스필버그. 혹은 AI의 네버엔딩 동화틱 결론으로 인해 실망을 한 관객이라면 스필버그 답지않은 쿨한 작품이었다고 말을 할 것이다. 긴 시간이지만 지겹지 않은 영화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소설은 어떤가! 영화와 많이 다르긴 하지만 앤더튼이 배가 나왔다고 해서 영화의 날렵한 앤더튼보다 결코 못하지 않다. 어차피 영화의 미끈한 앤더튼은 배불뚝이 앤더튼의 잘못 태어난 클론과도 같다. 그리고 그 짧음이란... 스필버그가 2시간 30분동안 엉덩이의 외침을 막기 위해 온갖 화려한 볼거리를 등장시키느라 진땀을 뺐다면 필립 K. 딕은 너무도 짧은 책으로 우리에게 허기를 불러 일으킨다. 하나는 관중을 잡고 늘어지며(허나 재밌어서 그러는지 조차도 잘 모른다) 하나는 관중에게 맛만 보여주고 도망가는 셈이다.

그래서 나는 영화도 소설도 꼭 보고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근데 이게 말이 되나?)
여기에는 다른 단편들도 함께 있지만 그것까지 언급하지는 않겠다. 여러분들도 그렇겠지만 나 역시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위해 이 책을 구입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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