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퇘지 - 양장본
마리 다리외세크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암퇘지는 기괴한 책이다. 여 주인공이 어느날 부턴가 조금씩 돼지로 변해가는데, 어느날 갑자기 동물이 되어 흥미로운 모험담을 그린 내용은 아니다. 오히려 주인공은 놀라울만큼 담담하게 자신이 돼지가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또 체념하며 살아간다.

과거가 술 권하는 사회였다면 지금은 성형수술을 권하는 사회가 아닌가 싶다. 남자건 여자건 가릴것 없이 외모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사람들은 서로의 목소리를 듣거나 상대방의 마음을 읽기에는 지나치게 바쁘기 때문이다. 우선 눈에 보이는 외모를 보고 빨리 판단을 한 다음 그 사람을 잘 대해 줄 것인지 아니면 무시를 해 버릴 것인지 결정을 내린다.

암퇘지는 단지 암퇘지로 변해간 여자에 관한 얘기만을 하는것은 아니다. 그녀가 암퇘지로 변하기까지 그리고 변한 이후에 정작 중요한 것은 그녀 자신이라기 보다 주변에 있는 환경들이다. 암퇘지가 되게까지 한 것도 사회의 냉소이며 돼지가 되고 난 이후에도 사회는 냉대를 멈추지 않는다.

가벼운줄 알고(실제로 책도 가볍다. 열린책들이 그러하듯.. 다만 자꾸 절판 시키고 개정판이랍시고 하드커버 만든 담에 가격 올리는 일은 그만좀 했으면 좋겠다.) 읽었다가 몹시 무거운 기분이 들었다. 내 주변에 자꾸만 늘어가고 있는 성형수술 중독자들. 그들은 고쳐도 고쳐도 만족을 하지 못한다. 이제는 연애인만 수술을 하는게 아니라 민간인들도 눈.코 정도는 애교다.

이 사회에서 자신을 보여주고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은 정말로 날씬한 몸과 예쁜 얼굴 뿐인지... 그리고 사람들은 한 인간의 내면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는 정도의 시간을 도저히 낼 수 없는 것인지... 이 책을 일고 주변을 보면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암퇘지로 변한 여자들이 보일 것이다. 어쩌면 거울에서 발견하는 불행한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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