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댁 요코짱의 한국살이 두 번째 이야기 - 한국 아줌마 따라잡기
타가미 요코 지음 / 작은씨앗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처음 이 책을 접한건 (새댁 요코짱의 한국살이 첫 번째 이야기) 카툰을 좋아하는 여동생이 권해서였다. 별 생각 없이 책을 사서 읽었는데. 음. 허걱 이라고 말 할 정도로 귀여운 것이 아닌가.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요코짱은 타가미 요코라는 일본인 여성이다. 외국에서 공부하다가 한국인 남편을 만나, 한국에 정착해서 살고 있다. 일본인인 그녀가 한국에서 한국인으로, 또 여성으로, 주부로 살아가면서 느낀 것들이 짧은 만화컷과 함께 글로 표현되어 있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상당히 귀엽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귀엽냐고 묻는다면 설명하기 힘들겠지만 아무튼 귀엽다. 가와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흔히 한국에서 사는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한 책을 낼 경우는 몇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박노자처럼 한국인보다 더 한국에 대해 빠삭하게 알면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 경우. 그리고 둘째, 한국에 대해 칼같은 비판의 날을 들이대면서 (그러나 뭔가 해박한 지식에 의한 것이 아닌 개인적 체험에 의한) 한국은 이게 나쁘고, 저게 이상하고, 이건 정말 너무 안좋아 같은 얘기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새댁 요코짱은 조금 다른 노선을 취한다. 그녀는 한국의 다른점들을 그냥 문화적 차이의 다름으로 순수하게 이해한다. 뭐가 우위에 있고 뭐가 아래에 있는 것이 아닌. 그냥 여긴 일본이 아닌 한국이니까 이렇구나 하는 정도로 생각한다. 그 생각의 유연성 때문에 읽고 있는 내내 나 역시도 유해지는 느낌이 든다. 뭐든 신경을 날카롭게 세우고 세상을 맞짱뜨듯 살던 나에게 있어 이 책은 어떤 책들 보다도 나를 이완시켜주었다. (마음을 다스리는 법 뭐 이런 책 보다 이게 더 효과가 있더군) 

사실 한국은 이상하다. 한국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그건 세계 어느 나라 국민도 마찬가지로 생각할 것이다. 자국이 좋기도 하면서 정말 이상하기도 한. 때로는 내가 여기 태어나 살고 있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들. 그리고 받아들이기 힘든 것들도 잔뜩 있다. (당연하다. 내가 만든 제도와 관습들이 아니니) 자국민도 이런데 다른 문화, 그리고 다른 말을 쓰던 외국 사람에게는 얼마나 더 이상할까? 요코짱에게는 이것도 저것도 다 이상하고 신기한것 투성이다. 하지만 거기에 대해 섣불리 비판하지 않는다. 왜냐면 그녀는 이걸 한국은 이상한나라 라는 전제하에 보는 것이 아닌. 일본인이 보는 한국은 이렇게 다르고 신기해요 정도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는 이왕 이곳에 살게 되었으니 잘 한번 적응해볼까? 라는 마인드로 임하고 있다. 이상하다고 비판하고 이건 이래서 불만이고 저건 저래서 불만이다가 아닌. 약간 다르고 이상하긴 하지만 뭐 이것도 해 보니 괜찮네? 정도라고나 할까. 

읽다가 보면 사실 문장이 조금 덜컹대는 부분이 있다. 그건 요코짱이 일본어로 쓰고 난 다음 스스로 번역을 했기 때문이다. 어지간하면 출판사에서 번역을 하거나 최소한 문장이라도 고쳐줄 수 있었겠지만 타가미 요코는 고집스럽게 자신의 한국어 실력으로 한국을 얘기하고 있다. 아마도 그것은 이 땅에 잠시 머물것이 아닌. 여기에 평생 살 생각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 애정이 없다면 어쩌면 일본어로 된 글을 출판사에서 매끄럽게 번역을 해 주었을지도. 그러나 읽는데 지장이 생길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요코짱의 문체에 점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요코짱이 그린 그림은 참 귀엽다. 본인을 매우 간단화시켜서 (머리칼도 없고 옷도 어지간하면 입지 않고, 손가락 발가락 같은건 아예 생략) 그렸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지하게 귀엽다. 그래서 요코짱의 실수는 이 그림이 실수를 하는 동영상으로 어느새 머리속에 플레이되곤 한다. 아마 그녀의 진짜 얼굴을 알았다면 이렇게까지 귀엽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또 모르지. 실물이 그림 뺨치게 귀여울지도) 그림 때문에 그런지 더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는 요코짱이 늘 이런 정도로 한국에 적응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너무 환상적으로 적응 해 버리면 더 이상 쓸 얘기가 없을테니까. (그녀 개인에게는 덕담이 아닌 그 반대겠지만) 그래서 이 책이 시리즈로 계속 나오면 좋겠다. 요코짱의 한국살이는 언제나 대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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