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생각에 속을까 - 자신도 속는 판단, 결정, 행동의 비밀
크리스 페일리 지음, 엄성수 옮김 / 인사이트앤뷰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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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심리학에 꽤 관심이 많다. 남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러니까 주로 나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기 때문에.

사교성이 있는 사람은, 그리고 사람과 함께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당연히 사람과 어울리며 터득하는 걸 택하겠지만, 나는 어라, 모르겠다? 싶으면 도서관을 검색하는 타입이다. 그러니까 실전보다 이론부터 파야지, 하다가 실전에서는 써먹지 못하는 바보라는 뜻이다.

심리학 책을 읽거나, 내 행동에 대해 후회하거나 반성하거나 생각해 볼 때마다 내 행동이나 지각이 나아진다는 생각은 든다. 한 개미 한 마리만큼? 이대로라면 죽을 때까지 '내가 원하는 나' 같은 건 될 수 없을 것 같다.

이 책을 골라든 이유를 말하자면 "내가 유혹에 약하기 때문"이다. 나는 남들이 굳이 나를 유혹하지 않아도 알아서 열심히 유혹의 계기를 제조해 혼자 넘어간다. (그래서 나는 다이어트에 도전하지 않는다...) 그 유혹이 이 생각이 아닐까, 하는 얄팍한 생각에 책을 골랐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쉽다. 여타 다른 심리학 책처럼 어렵지 않아서 술술 읽힌다. (물론 요즘은 읽기 쉬운 책도 많이 나와 있긴 하다) 기본적으로 소제목만 훑어도 내용 파악이 된다. 소제목 밑의 내용은 소제목을 전적으로 뒷받침하는 실험이나 일화라서 흥미로운 걸 골라 읽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솔직히 심리학 실험 이야기 읽는 것만큼 흥미로운 건 남의 일기장 읽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게다가 작가가 풀어가는 어투가 해학적이라 유쾌하게 읽을 수 있다.

책의 1부에서는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한 번도 의식하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나온다. '부드러운 것을 만지면 너그러워 진다'든지 '도덕적 결정은 대개 감정적 결정'이며 '도덕적 판단을 내릴 때 활용하는 논리적 판단은 결론을 합리화하기 위한 판단' 같이. 가장 뜨끔했던 건 '아주 안 좋은 일이 일어난 경우, 상대가 피해자라 해도 누군가에게 그 책임을 돌린다'라는 내용이었다. 피해자임에도 내가 감정적 부채에서 벗어나기 위해 책임을 지워 미워해본 경험이 나도 있었기 때문에.

2부에 들어서면 의식과 무의식의 관계를 설명해 주는데 '무의식'에 대해서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는데 꽤 재미있는 사실을 많이 알려준다. ​2부의 설명을 딛고 3부~5부에서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행동/감정의 이유'를 설명해주는데 내가 팔랑귀여서인지 책을 읽으면서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진다. 참고로 내가 가장 쓸만하다고 느낀 건 "의지력은 고갈되는데 (물론 나중에 다시 채워진다) 달콤한 음료를 마시면 의지력이 보강된다"는 구절으로, 이제 나는 합리적인 이유를 대고 초코우유를 마실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운동을 하면 정신력이 강해진다는 구절은 살포시 넘어갔다. 내가 운동을 열심히 할 정신력이 있다면 정신력을 높이기 위해서 운동을 할 필요가 없는 게 아닐까... )


책의 내용은 알겠는데 실제로 이해했는지는 아직 긴가민가하다. 의식과 무의식중 행동(인간의 모든 결과가 행동이라고 볼 때)을 결정하는 게 무의식에 가깝다고 하는데. 애초에 무의식은 의식할 수 없으니까 무의식인 거잖아... 그럼 내가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없는 거고. 이렇게 '내가 원하는 나'에 가는 길은 여전히 험난한 채로 남게 되었다.

책에는 아주 새로운 정보보다, 이미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는 정보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볼 수 있는 정보가 많다. 게다가 다른 사람에게 적용된 이야기가 잔뜩이라 신나서 볼 수 있다. 덤으로 어, 그럼 나도 그런가? 하면 좋고. (책에서 말하길, 우리는 다른 사람을 통해서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하니까.) 

도덕은 합리적이지 않고, 기억은 진리가 아니며,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만큼 독립적이지도 않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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