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심리학 - 천 가지 표정 뒤에 숨은 만 가지 본심 읽기
송형석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고 싶어 -

 

아마 인간이 '사회'라는 이뤘을 때부터 생겨났을 질문. 나 아닌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만 있다면...  짝사랑 하는 사람의 마음도 알고 싶고, 날보며 수근거리는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알고 싶고. 단순한 내가 생각하는 심리학의 발달계기란 너무 단순해서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도 창피한, 이런 이유다. 물론 심리학이라는 학문을 배운다고 실제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적어도 그런 생각에서 싹트지 않았을까?

 

언젠가 교양 강의로 현대 사회와 심리학이란 강의를 수강한 적이 있었다. 두 과목 중 선택해야 하는 과목이었는데 불행히도 족보가 없다는 나름 절실한 이유로 나와 단짝을 제외한 우리과의 대다수가 다른 과목을 선택해 잘 모르는 학생들 사이에서 한 학기를 보냈던 기억이 난다. 심리학을 심도 깊게 다루는 강의라기 보다는 심리학의 언저리를 가볍고 상식적으로 알려주는 듯한 강의라 오, 이렇게 유익할 수가! 하고 감탄했지만 정작 인간관계에서는 적용해 보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론으로만 해나가기에는 인간이 너무 복잡해서. 더군다나 경험이 부족했던 새내기 대학생에게 그런 이론은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이론을 백날 공부해 봐야 써먹기엔 내가 너무 미숙했다.

 

그로부터 몇 년, 이 <위험한 심리학>을 읽으며 또다시 그런 기분을 느꼈다. 그런 깨달음을 옛날에 얻고도 나는 '다른 사람의 행동 / 마음을 읽는 일'에 일종의 환상을 가지고 있다. 이 세상에 눈치 빠른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그리고 그런 사람이 난 너무 부럽다. 눈치라는 건 일종의 '상황 / 사람을 읽는 일'을 본능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서. 그래서 이 책을 펴들며 또다시 이 책만 읽으면 사람을 읽을 수 있겠지! 하는 망상에 사로잡혔다. 난 아마 요가 매트만 사도 살이 빠지는 기분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딱 잘라 말하자면, 이번에도 내 환상은 이뤄질 것 같지 않다. 송형석 선생님이 말씀하셨듯이 심리학은 단순히 사람을 읽는 학문이 아니기 때문에. 난 심리학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일반인에 불과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심리학은 인간 행동 / 심리에 대한 확률이다. 어떤 상황에서 사람이 어떻게 반응하고 그 반응을 분류한 것 같다고 말하면 너무 간단하게 말한 걸까.

 

이 책은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이 '퍼즐'이라고 말한다. 사람의 행동을 관찰해서 퍼즐 조각을 모아 전체적인 모습을 그려 예상하는 방법을 차근차근 예시를 들어가며 설명해 주기 때문에 예시만 읽어도 재미가 쏠쏠하다. 다양한 예시로 넘어가기 전에 퍼즐 조각을 찾는 방법부터 배워야 한다. 선생님이 '퍼즐'이라고 하셨으니 퍼즐 비유를 좀 더 사용해 말하자면, 컴퓨터용 '숨은 그림 찾기' 게임에는 으레 '힌트'가 주어진다. 그냥 봐서는 몰라 속절없이 사라지는 시간을 바라보며 누르는 그 힌트는 (빛이 나든 동그라미가 나타나든) 숨어있던 숨은 그림을 찾아 보여준다. 이 책에 소개되는 행동 관찰법은 그런 힌트와 닮아있다. 평소라면 신경쓰지 않고 넘어갈 것들을 하나 하나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해준다. 물론 그렇게 모은 퍼즐조각을 제대로 맞추는 것은 매우 힘들다. 그렇게 쉬웠으면 세상이 뒤집어졌겠지.

 

하지만 제한된 힌트라도 힌트이고 전체를 몰라도 구석만 맞춰두면 일단 희망이 보이는 게 퍼즐 아니겠는가! 당장은 몰라도 그 사람을 읽는 내 시도 자체는 의미 있는 일 아닐까. 다른 사람을 읽는다는 건 거꾸로 말하면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일이니까. <위험한 심리학>은 그런 팁을 소소하게 알려주고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면 어색하고 당황스러울 '지내기 어려운' 성격들의 유형을 소개하며 적용할 수 있는 대처방법을 소개해준다.

 

이 책을 읽고 바로 아 저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일을 하겠네! 하고 돗자리는 못 깔아도 사람을 만날 때 좀 더 신중하게 상황을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지내다보면 언젠가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 난 아직도 꿈을 못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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