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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 푸딩 살인사건 ㅣ 한나 스웬슨 시리즈 12
조앤 플루크 지음, 박영인 옮김 / 해문출판사 / 2010년 12월
평점 :
시리즈는 리뷰하기가 어려워서 되도록이면 안 하려고 했는데, 이 시리즈는 어차피 한 권당 한 사건인데다 진전도 거의(!) 없는 편이라 뭉뚱그려 리뷰하기도 편할 것 같고...나름 즐겨읽는 책이라서 도서관에서 빌려온 김에 리뷰를 해보기로 했다.
조앤 플루크의 살인사건 시리즈는 내가 좋아하는 로맨스와 추리를 적절하게 섞어놓은 소설이다. 주인공은 한나는 (자칭) 보기싫은 붉은 머리에 통통하며 늘상 (자신보다 외부 압력에 의한) 다이어트로 고민하는 소박한 베이커리 주인이다. 명실상부 미네소타주 최고의 베이커리 '쿠키단지'의 주인인 한나는 한 권, 한 권 읽기만해도 먹고싶어지는 다양한 빵/푸딩/케이크/과자를 구워댄다. 아, 저절로 씁쓸해지는 말투여... 이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유혹에 약한 나는 동네 빵집으로 달려가 빵을 입에 물고 돌아오곤 한다. 한나는 자기 다이어트는 물론 내 다이어트마저도 위협하고 있다...
입맛도는 한나의 레시피는 책의 중간중간에 실려있으나 라면물도 잘 못 맞추는 나는 레시피가 나오면 책장을 넘기기 바쁘다. 덕분에 한나의 레시피들이 실제로 무슨 맛인지는 상상에만 맡기고 있다.
이 베이커리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뭐니뭐니 해도 레시피도 살인사건도 아닌 '시리즈'라는 특징에 맡게 한나 주위의 사람들이 점점 등장하고 친근해진다는 점이다. 첫 권만해도 한나와 여동생 안드레아만 눈에 들어왔는데 <자두 푸딩 살인사건>에 이르러서는 고정적인 캐릭터만 해도 주인공 한나 외 9명에다가 그간의 시리즈를 통해 '알게 된' 이웃주민도 여러명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 원작으로 미드 하나 나와도 재밌을 것 같다... 문제는 그 때마다 빵(혹은 과자 혹은 케이크 혹은 푸딩 등등)이 먹고 싶을 가능성이 98%라는 거.
사실 베이커리 살인사건 시리즈는 추리소설이라기엔 너무 전개가 뻔하고(한나는 매번 마지막에 죽을 위기를 맞고 늘 파트타임 남자친구가 구해준다) 로맨스라기엔 너무 진도가 느리다. 어느 한 쪽이다, 라고 말하기엔 어렵지만 두 분야에서 각각의 재미를 주니 큰 문제는 없다.
다만... 슈크림 살인사건과 자두 푸딩 살인사건을 연달아 읽고나니 '연애'와 '추리' 사이에서 '연애'부분 진도가 너무, 진짜로 너무 느리다!
읽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한나는 그 머리카락색과 체형에도 상관없이 인성으로 두 남자를 매료시킨 잘나가는 여자()다. 한나 관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기 때문에 진짜 다른 사람들이 한나를 어떻게 보는지 객관적으로 알 길은 없지만, 한나는 연거푸 자신의 머리카락(붉은색)과 체형에 대해 불만족감을 나타낸다. 어느 여자고 컴플렉스는 있는 법이고 당연한 일이라도..., 남들이 봐도 잘나가는 남자를, 그 작은 마을에서, 둘이나 반하게 해놓고 무슨 불평이야! 라고 소리치고 싶어진다. 이게 바로 잘 안 나가는(?) 여자의 화풀이일까...
한나의 파트타임 남자친구는 두 명, 한 명은 잘생기고 섹시한 경찰이고 한 명은 편안하고 배려심많은 치과의사다. 물론 시리즈 중간중간 한나에게 호감을 표하는 남자가 나왔다가 사라지곤 하지만 주가 되는 연애라인은 이 삼각관계다. 최근에는 한나를 둘러싼 두 남자가 친구가 되는 바람에 더욱 더 미묘한 관계가 되었다. (자두 푸딩 살인사건에서 보면 두 남자가 한나에게는 존댓말을 하면서 서로에게는 반말을 하는 게 보여서 둘이 참 친해졌구나- 싶었다.) 게다가 자두 푸딩 살인사건에서 시리즈 최초로 다음 권을 예고하는 듯한 엔딩으로 한나의 전 남자친구가 등장했다. 점점 추리보다 로맨스가 흥미진진해지는 듯 하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문제는... 내가 이번에 시리즈 두 권을 연달아 보고 짜증이 난 점은... 그 두 남자의 캐릭터 차이다. 책 두 권을 후닥 읽어내려간 뒤 엄마에게 달려가 '이 남자는 이렇고 저 남자는 이런데, 이 여자는 저 남자를 선택하지 않고 둘 사이에서 방황해!! 이상해!!'라고 울부짖었다. 실생활 연애와는 거리가 멀어서 그런건지 낭만적이기보다는 현실적인 성격이라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한나의 파트타임 남자친구(1)인 마이크는 알고지내기엔 좋지만 남자친구/남편하기엔 짜증나는 남자 스타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잘생기고 섹쉬(시가 아니라 쉬)한 마이크는 걸핏하면 (여자 입장에서 봤을 때) 머리 비고 몸매 좋고 성격나쁜 여자들과 염문이 돌고, 경찰인 탓인지 한나를 종종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곤 한다. 시리즈를 읽으면서 난 마이크가 미칠듯이 잘생기고 섹시하고 신들린듯한 키스 테크닉을 가졌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게 아니고서야 여자가 그렇게 붙어있을리가 없으니까.
내 울부짖음에 엄마는 심드렁하게 TV 드라마를 보며 말했다. "여자는 나쁜 남자한테 끌리게 되있어." 그렇다, 마이크는 나쁜 남자의 집합체(잘생기고 섹시하지만 여자보다는 자기에게 중점을 두는 남자)고 노먼은 착한 남자의 집합체(편안하고 여자를 항상 배려하는데다 사소한 일까지 신경써주는 남자)다. 어떤 남자를 좋아하는지는 개인 취향일테니, 어떤 독자는 마이크를, 어떤 독자는 노먼을 응원하겠지.
하지만 이 미묘한 관계에 변화가 좀 생겼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삼각관계로 간볼 시기도 이미 지났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한나의 전 남자친구이자 인생의 전환점인 남자가 등장했으니 무슨 일이 터져도 크게 터질 듯 하다. (혹시 다음 권엔 그 남자친구가 죽는걸까?!)
리뷰를 한다고 해놓고 어째 한 사람의 흉만 실컷 본 것같은 느낌이 든다 - 지만 올라가서 그 구절을 모조리 지울 생각은 들지 않는게... 내 취향은 너무 확고하다... .
로맨스도 추리도 적절히 즐길 수 있는데다 요리를 하시는 분들이면 레시피까지 겟할 수 있는 다양한 매력이 있는 베이커리 살인사건 시리즈. 여타 추리소설이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나 로맨스와 추리소설 두 분야를 다 좋아하시는 분들은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