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오파트라의 꿈 - 간바라 메구미의 두 번째 모험 간바라 메구미 (노블마인) 2
온다 리쿠 지음, 박수지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에 클레오파트라, 라고 들어가 있어서 뭔가 했다. 내가 아는 '그' 클레오파트라? 로마의 영웅 두 사람을 함락(?)시키고 독사로 자살한 '그' 악명(?)높은 클레오파트라? 하고.

하지만 정작 그 역사적 이름이 갖는 무게에 비해 이름은 사실상 의미가 없었다. 다만 누군가를 가감없이 끌어들어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 데에는 같은 운명을 갖고 있었던 듯 싶지만.

 

간바라 메구미, 라는 주인공이 처음 등장했을 때 약간 헷갈렸다. 남자? 여자? 메구미라고 하면 여자 이름처럼 보이지만 분명 지문에는 '그'라고 되어있고....그래서 남자인가 했더니 말투는 여자 말투고.... 하지만 확실히 그는 매력있었다. 친구삼고 싶고 마주 앉아서 수다 떨고 싶은 매력이.

근데 스스로 머리가 잘 돌아가고 기억력이 끝내준다고 말하는 것 치고는 여러가지 추리가 다 틀린다.... 그냥 기억력만 좋은가봐........하고 멍하니 생각해도 그 기억력만큼은 확실히 부럽다. 컴퓨터에서 사진을 불러와 확대해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일까... !

 

쌍둥이라는 존재는 어렸을 적부터 부러운 존재였지만, 커서 보니 쌍둥이라고 해도 가깝지 않으면 나이 차이나는 형제자매와 다를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 부러워했던 것도 학교 가기 싫을 때나 뭔가 하기 싫을 때 쌍둥이가 나대신 해주지 않을까- 하는 얄팍함이 깔려있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허무맹랑한 생각이다. 내가 하기 싫은 건 남도 하기 싫어할 것일뿐더러 나대신 쌍둥이가 학교에 가면 그 쌍둥이 대신 학교 갈 사람은 당연 내가 되는 거겠지...

 

온다 리쿠는 여행을 굉장히 좋아하는가 보다. 어느 작품에나 조금씩은 '여행'의 설레임, 불안함이 배어있다. 메구미만 해도 동생이 사는 도시라고는 해도 처음 와보는 도시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생각에 잠기기 일쑤고. 온다 리쿠의 작품을 읽다보면 나도 한 걸음 한 걸음 모르는 동네를 하릴없이 걸어다니는 듯한, 공중에 붕 떠있는 여행의 긴장감이 느껴진다. 뭐랄까. 걷는 속도가 생생하다고나 할까. 걷는 시간에 오히려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그걸 차분하게 풀어놓고 있는. 새로운 풍경에 설레기도 하고 익숙치 않아 불안하기도 하고. 한 걸음 한 걸음이 모험인 것 같은 여행의 마력이.

 
온다 리쿠의 책이 으스스한 것은 어떤 '사건' 때문이 아니라 그 사건으로 인해서 드러나는 사람들의 '진심'때문인 것 같다. 대부분 읽고 나서 오싹해지는 책이 많지만 되집어보면 사실상 그렇게 큰 사건이 있다든가 잔인하다든가 하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만 사람이 무섭다.
이번 작품에서 살짝 무서웠던 건 죽은 박사의 인상이 말하는 사람에 따라 바뀌는 것, 이었다. 직접 보지 않고서는 모른다. 봐도 잘 모르는 판에 듣는 것 만으로는 사람을 판단할 수 없다. 알고는 있었지만 살짝 엿보는 것만으로도 무서웠다. 과연 나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 뇌리에 어떻게 남아있을까.

 

찾아보니 메구미가 등장하는 전작이 있다고 한다. 룰루랄라. 책이 다음책(이번 경우에는 전책(?)이지만)으로 이어지는 것만큼 가슴 설레는 일도 없다. 즐겁다.

 

클레오파트라의 꿈. 클레오파트라에 혹했지만 정작 비중은 꿈이라는 단어에 있었다. 모든이를 매혹시키는 꿈에.

 

++++

사담. 냉동귤.... 맛있을까?

 

-연인의 휴대전화나 수첩을 몰래 훔쳐봐야 하는 사랑. 그건 상대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다. (37)

 

-암처럼 신변 정리와 작별 준비를 할 수 있는 죽음은 사고나 돌연사보다는 좋은 죽음에 속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황망하게 소중한 사람을 잃은 충격은 그 순간부터 점점 심해진다고 한다. (46)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세계는 극적으로 변화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확실한 뭔가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곳까지는 무수히 많은 점으로 이어져 있고, 그 점 하나하나가 조금씩 변해간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137)

 

-적막한 어둠. 이렇게 어둠 속에 가만히 누워 있을 때마다 실은 내 몸은 어둠 속에 이대로 누워 있었고, 지금까지 나는 인생이나 현실이라는 꿈을 꾸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의혹이 들었다. 호접몽이다. (213)

 

-그 정도로 빈약하고 위험한 외줄타기에 인류의 운명이 맡겨져 있는 게 우리 현실이라는 거야. (260)

 

-이 세상에는 그와 비슷한 위험 상황이 엄청나게 많지만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행운으로 지금까지 어찌어찌 지탱하고 있는 건 아닐까? 세상에는 매일매일 누군가가 외줄타기를 하고 있어. (260)

 

-꿈은 꿈으로 족한 겁니다. (28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