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그 여자! 1
츠다 마사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1999년 1월
평점 :
품절






고등학교 시절의 어느 날, 동생이 만화책을 읽다가 뜬금없이 말했다.

 

"얘, 언니 닮았어."

 

으잉? 도대체 누군데? 하고 돌아보니 <그 남자! 그 여자!>의 유카링이었다. 동생에 대한 불신 + 내가 산 만화책의 90%가 유쾌하다는 사실 + 여태까지의 경험으로 호빵맨에 버금가는 얼큰이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유카링! 정말 닮았다면 어깨가 으쓱할만한 일이었다. 노력파에 머리도 좋지, 특히 돈에 대해서라면 탁월한 감각을 지녔으니까! (그렇다, 난 이 부분에서 동생이 말한 '닮았다'의 정체를 깨달았어야 했다...) 물론 집 안팎의 괴리는 살짝 웃기긴 하지만. 난 오랜만에 동생이 참 날 좋아하고 있구나- 하고 흐믓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나와 내 동생의 관계는 그런 흐뭇한 관계가 아니었다...

 

"얘 내숭떠는 게."

 

그럼 그렇지. 난 내숭 떠는 게 아니라 낯을 가리는 거라고 누누이 말했건만... 동생은 들은 척도 않은체 다시 만화책에 코를 박았다. 일상적인 우리 자매의 (나만 슬픈) 대화였다.

 

<그 남자! 그 여자!>는 중고등학생분들에게 꼭 한 번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만화책이다. 재미있고 '학교'를 다시 생각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유쾌하다. '학창시절'의 정체성이 이 안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듯 하다.

 

남에게 칭찬을 받으면 희열을 느끼는 유키노는 고등학교에 올라와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인생 최대의 라이벌을 만나게 된다. 바로 품행방정 성적우수 병원집 아들 아리마 소이치로! 성적도, 외모도, 심지어는 학교 내의 지위에서도 2위로 밀려나자 유키노는 아리마를 이기는데 총력을 기울이지만 곧 속까지도 우아한 아리마에 비해 자신은 겉만, 그것도 꽤나 심하게 노력해야 우아하다는 걸 자각하고 만다. 이런 자각은 아리마가 유키노에게 고백하고, 유키노의 본 모습을 깨닫고 나서도 이어진다. 우여곡절 끝에 사귀게 되었지만, 겉과 속이 (꽤) 다를 뿐 단순한 유키노에 비해 어두운 그늘이 (뿜어내는 우수의 향기가) 있는 아리마. 그리고 자꾸 자꾸 넓어지는 학교내의 세상.

 

-어쩐지 뒷내용은 급히 마무리 지은 듯 하지만 21권의 스토리를 하나하나 읊자니 앞으로 읽으실 분들은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그 남자! 그 여자!>는 만화책도 재밌지만 애니판도 상당히 깔끔하고 그야말로 '시청하는' 재미가 있다. 만화책을 곧장 애니로 옮긴 듯한 효과를 보여주지만 확실히 '읽는' 것과는 다른 생생함이 있달까. 다만 만화책 완결 전에 24화로 완결이 난 탓에 21권의 전 내용을 담지는 못했다. 그래도 유키노와 아리마의 아기자기함이 살아 움직이는 걸 보고 있으면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난다.

 

내가 <그 남자! 그 여자!>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내게 '이상적인' 관계를 산뜻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남들과 벽을 쌓고 살아가던 유키노가 과거로 인해 자신을 걸어잠궈야 했던 아리마를 만나, 유키노는 자신의 허영벽을 부수고 '진짜 나'를 드러낼 수 있었고 '진짜' 친구를 만났다. 아리마는 자신의 과거를 포용하고 미래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교제는 서로 만나서 서로의 세계가 넓어지는 것, 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 남자! 그 여자!>의 모든 커플들은 훌륭한 롤모델이다. 자신만의 세계가 누군가를 만나 자신의 세계 너머로 펼쳐지고 미래가 되는 그림. 소위 'highschool sweetheart'(고등학교 시절의 연인) 커플이 그토록 많이 나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작품이지만, 다른 어떤 점보다 '학교'가 단순히 '공부하는 곳', '대학교를 위한 관문'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곳', '세계가 넓어지는 곳'으로 비춰진 것이 대단하다고 본다.

 

유키노와 아리마를 비롯, 다른 친구들도 다들 재능이 있기 때문에 보면서 뭐 하나 뛰어난 재능이 없는 나는 2차원의 캐릭터를 절실히 부러워하며 읽었다. 내 학창시절은 좋은 말로 하면 평온하고 바꿔 말하면 밋밋했기 때문에 집안 문제, 가치관 문제, 재능 문제 등으로 복잡하게 어우러져 결국은 아름답게 피어나는 <그 남자! 그 여자!>의 아이들이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부러워할 에너지를 공부로 돌렸으면 좀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싶지만 그 시절의 나에게 들려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 남자! 그 여자!>는 복잡하고도 섬세한 고등학교 아이들의 성장기, 이지만 누가 보더라도 재미있고 자신의 학교생활을 떠올리게 만드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고 3 학생분들께 만화책을 권하면야 안 되겠지만^^ 공부에 대한 걱정을 잠시 떨치고 느긋하게 <그 남자! 그 여자!>를 읽으며 학창시절의 여유로움을 만끽해보면 어떨까. 



고등학교 시절의 어느 날, 동생이 만화책을 읽다가 뜬금없이 말했다.

 

"얘, 언니 닮았어."

 

으잉? 도대체 누군데? 하고 돌아보니 <그 남자! 그 여자!>의 유카링이었다. 동생에 대한 불신 + 내가 산 만화책의 90%가 유쾌하다는 사실 + 여태까지의 경험으로 호빵맨에 버금가는 얼큰이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유카링! 정말 닮았다면 어깨가 으쓱할만한 일이었다. 노력파에 머리도 좋지, 특히 돈에 대해서라면 탁월한 감각을 지녔으니까! (그렇다, 난 이 부분에서 동생이 말한 '닮았다'의 정체를 깨달았어야 했다...) 물론 집 안팎의 괴리는 살짝 웃기긴 하지만. 난 오랜만에 동생이 참 날 좋아하고 있구나- 하고 흐믓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나와 내 동생의 관계는 그런 흐뭇한 관계가 아니었다...

 

"얘 내숭떠는 게."

 

그럼 그렇지. 난 내숭 떠는 게 아니라 낯을 가리는 거라고 누누이 말했건만... 동생은 들은 척도 않은체 다시 만화책에 코를 박았다. 일상적인 우리 자매의 (나만 슬픈) 대화였다.

 

<그 남자! 그 여자!>는 중고등학생분들에게 꼭 한 번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만화책이다. 재미있고 '학교'를 다시 생각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유쾌하다. '학창시절'의 정체성이 이 안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듯 하다.

 

남에게 칭찬을 받으면 희열을 느끼는 유키노는 고등학교에 올라와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인생 최대의 라이벌을 만나게 된다. 바로 품행방정 성적우수 병원집 아들 아리마 소이치로! 성적도, 외모도, 심지어는 학교 내의 지위에서도 2위로 밀려나자 유키노는 아리마를 이기는데 총력을 기울이지만 곧 속까지도 우아한 아리마에 비해 자신은 겉만, 그것도 꽤나 심하게 노력해야 우아하다는 걸 자각하고 만다. 이런 자각은 아리마가 유키노에게 고백하고, 유키노의 본 모습을 깨닫고 나서도 이어진다. 우여곡절 끝에 사귀게 되었지만, 겉과 속이 (꽤) 다를 뿐 단순한 유키노에 비해 어두운 그늘이 (뿜어내는 우수의 향기가) 있는 아리마. 그리고 자꾸 자꾸 넓어지는 학교내의 세상.

 

-어쩐지 뒷내용은 급히 마무리 지은 듯 하지만 21권의 스토리를 하나하나 읊자니 앞으로 읽으실 분들은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그 남자! 그 여자!>는 만화책도 재밌지만 애니판도 상당히 깔끔하고 그야말로 '시청하는' 재미가 있다. 만화책을 곧장 애니로 옮긴 듯한 효과를 보여주지만 확실히 '읽는' 것과는 다른 생생함이 있달까. 다만 만화책 완결 전에 24화로 완결이 난 탓에 21권의 전 내용을 담지는 못했다. 그래도 유키노와 아리마의 아기자기함이 살아 움직이는 걸 보고 있으면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난다.

 

내가 <그 남자! 그 여자!>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내게 '이상적인' 관계를 산뜻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남들과 벽을 쌓고 살아가던 유키노가 과거로 인해 자신을 걸어잠궈야 했던 아리마를 만나, 유키노는 자신의 허영벽을 부수고 '진짜 나'를 드러낼 수 있었고 '진짜' 친구를 만났다. 아리마는 자신의 과거를 포용하고 미래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교제는 서로 만나서 서로의 세계가 넓어지는 것, 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 남자! 그 여자!>의 모든 커플들은 훌륭한 롤모델이다. 자신만의 세계가 누군가를 만나 자신의 세계 너머로 펼쳐지고 미래가 되는 그림. 소위 'highschool sweetheart'(고등학교 시절의 연인) 커플이 그토록 많이 나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작품이지만, 다른 어떤 점보다 '학교'가 단순히 '공부하는 곳', '대학교를 위한 관문'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곳', '세계가 넓어지는 곳'으로 비춰진 것이 대단하다고 본다.

 

유키노와 아리마를 비롯, 다른 친구들도 다들 재능이 있기 때문에 보면서 뭐 하나 뛰어난 재능이 없는 나는 2차원의 캐릭터를 절실히 부러워하며 읽었다. 내 학창시절은 좋은 말로 하면 평온하고 바꿔 말하면 밋밋했기 때문에 집안 문제, 가치관 문제, 재능 문제 등으로 복잡하게 어우러져 결국은 아름답게 피어나는 <그 남자! 그 여자!>의 아이들이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부러워할 에너지를 공부로 돌렸으면 좀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싶지만 그 시절의 나에게 들려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 남자! 그 여자!>는 복잡하고도 섬세한 고등학교 아이들의 성장기, 이지만 누가 보더라도 재미있고 자신의 학교생활을 떠올리게 만드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고 3 학생분들께 만화책을 권하면야 안 되겠지만^^ 공부에 대한 걱정을 잠시 떨치고 느긋하게 <그 남자! 그 여자!>를 읽으며 학창시절의 여유로움을 만끽해보면 어떨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