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 일본 철도 여행 - 스케치북과 카메라로 기록한 드로잉 여행 1
김혜원 글.그림 / 씨네21북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여행, 이라는 단어만큼 두근거림을 가져다 주는 단어가 또 있을까. 물론 난 천성이 실내파라 두근거림에 귀찮음이 한 숟갈 더 추가되지만 그런 것쯤은 여행길을 떠나는 순간 잊혀지기 마련이다. '여행'은 생각만 해도 즐겁다. 어디로 갈까, 얼마만큼 머무를까, 무엇을 타고 가야 하나... 고민하고 결정할 일이 산더미지만 새로운 환경에 새로운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것 하나만으로 모든 게 들뜬다.

 

현재 내가 제일 가고 싶은 여행 목적지는 멀고도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이다. 왜냐고 이유를 묻는다면 이거다! 하고 으스대며 얘기할 이유는 없지만 내가 그동안 읽어왔던 일본 만화책, 소설책의 배경들, 혹은 일본에 다녀왔다며 자랑에 사진까지 늘어놓는 친구들 덕분에 그냥 이유없이 일본을 여행해 보고 싶다. 더군다나 다른 나라들과 다르게 가깝기도 하고.

 

예전에 여행을 좋아하는 엄마가 새벽에 출발해 하룻동안 관광하고 돌아오는 '밤도깨비' 일본 여행을 권한 적이 있었다. 불행히도 학교 일정과 약간(이라고 생각하자) 모자라는 여행경비 때문에 계획은 무산되었지만 인터넷을 뒤져 관광정보를 보고 티켓값을 확인하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 <드로잉 일본 철도 여행>은 그 때를 떠올리게 한다. 알듯말듯한 이웃나라에 간다는 기대감, 말이 안 통할텐데 뭘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불안감이 뒤섞인 그 기분을.

 

난 여행책자는 무조건 사진이 많은 걸 좋아한다. 아무래도 여행은 좋아하지만 여건상 갈 수 없어 '대리여행'용으로 읽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요새는 여행에세이도 많이 나와있어서 볼거리가 풍성해져 여행을 못 가도 마음이 따뜻하다. 이 책은 사진보다 작가가 직접 그린 만화가 더 많지만 스토리 만화라기 보다 사진처럼 그 지역의 특성을 잡아 그린 일러스트라 독특한 매력이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사진을 싣는게 작가 입장에서는 훨씬 쉬웠을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작가분께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만큼 읽는 재미도 있고 사진으로 찍을 수 없는 에피소드를 글로 읽는 것보다 시각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책을 쭉 읽어내려가면 여행을 가고 싶어서 엉덩이가 들썩들썩해진다. 처음에는 아, 이 곳 멋지다, 여기 가보고 싶다, 이거 먹고 싶다 등등 신이 나서 메모를 해나갔지만 곧 이 책의 모든 장소, 모든 음식을 가고 싶고 먹고 싶다는 걸 깨닫고 적기를 포기하고 책장을 여유롭게 넘기기 시작했다.

 

내 여행의 기억은 그리 방대하진 않다. 기억력도 그리 좋지 않고 지리에 특히 약하기 때문에 어느 곳을 다녀왔어도 가는 길을 까먹거나 풍경은 기억나도 지명이 기억나지 않는 일이 허다하다. 이런 실망스런 딸의 반응에도 우리 부모님들은 워낙 여행을 좋아해 방학 때마다 짐을 한가득 실고 자동차로 국내 방방곡곡을 여행했다. 아빠가 자동차를 몰면 엄마는 조수석에서 과자를 뜯고 사탕을 나눠줬다. 나와 동생은 창밖으로 지나가는 풍경들을 바라보다 눈을 깜박깜박 졸며 언제 도착하냐고 물었다. (그 어린 날의 교훈 한 가지. 어른들의 '5분만 더 가면 돼'는 믿어선 안된다.) 이런 기억 때문인지 '여행' 하면 어쩐지 누군가와 함께 가야할 것만 같다. 왜 수학여행처럼 친구와 함께 가도 재미있을테고. 가족들과 함께 가면 든든할테고.

 

하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혼자서 이렇게 여행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심심할 때도 있겠지만 낯선 여행지에서 심심할 일이 많지도 않을테고. 거기다 밤에는 홀로 고독을 만끽할 수 있겠지. 여행지에서의 밤은 두근두근하다. 가족과 함께 있어도 창밖으로 내려다보이는 야경에 가슴이 울렁울렁하는데, 혼자서 보내는 그 밤은 과연 어떤 기분일까.

 

<드로잉 일본 철도 여행>을 읽으면서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새로운 걸 잔뜩 알았다. 무엇보다 기차 여행! 기차는 타본 적이 거의 없어서 내 생활에서는 거의 없는 존재였는데 이 책에서는 기차가 잔-뜩 나와 '이국적'인 매력을 풍긴다. (물론 기차를 일상적으로 타시는 분들은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거기다 스탬프를 찍는 역도 있다니 관광 기념품으로 간직하기엔 최고일 것 같다. 수집하기에도 좋을 것 같고.

 

거기다 일본하면 온천, 이라는 고정관념에 빠져있는 내게 다양한 지역의 그야말로 다양한 온천은 메모하지 않고 견딜 수 없는 정보였다. 가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아서 고민이 된다는 문제를 제쳐두고라도.

 

작가분인 김혜원씨는 어쩜 이렇게 꼼꼼히 알아보고 여행을 다니셨을까- 싶을 정도로 일본여행 하기에 알찬 정보가 많다. 좋은 호텔이라든지 기차, 맛있는 음식점, 박물관 등을 비롯해 일본 편의점의 먹거리 같은 소소한 정보까지. 당장 이 책만 들고 일본에 가도 문제없을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여행서를 읽을 때마다 나타나는 부작용이지만 오늘따라 더욱 '여행'이 끌리고 그립다. 언제가 있을 일본 여행에 대비해 한 권쯤은 책장에 소장해 놓고 싶은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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