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질링 살인사건 찻집 미스터리 1
로라 차일즈 지음, 위정훈 옮김 / 파피에(딱정벌레)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조앤 플루크의 베이커리 살인사건 시리즈도 그렇고, 이 <다질링 살인사건>도 그렇고 외국에서는 음식업계에 종사하는 미혼여성의 아마추어 탐정소설이 인기인가 보다. 음식과 추리의 상관관계를, 난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 읽으면서 조앤 플루크의 베이커리 살인사건(스스로는 예쁘지 않다 칭하지만 매력남에 훈남까지 프로포즈하고 있는 여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 자꾸 생각났다. 작은 가게를 가지고 있고 훌륭한 제품들을 자부심있게 판매하며 젊은 아가씨가 가게에서 일하고, 애완동물을 기르고 있는데다 미스터리에 엄청난 호기심으로 파고들어간다. 마지막으로...범인의 정체를 막판에 죽음의 위기와 함께 알아차리는 점이 꼭 닮았다. 예전 김전일과 코난을 번갈아 가며 읽을 때도 느꼈지만 베이커리 살인사건의 한나와 다질링 살인사건의 시어도시아를 만나게 해주고 싶어진다. 아마 둘이 서로 과자를 권하고 차를 권하고 화기애애하겠지...

 

다질링 살인사건은 주인공 시어도시아가 경영하는 작지만 기품있는 찻집을 배경으로 시어도시아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을 흥미진진하게 따라간다. 분명한 건, 차에 대해서 어마어마한 정보와 팁이 책 속에서 쏟아져 나온다는 거다. 물론 차와는 거리가 먼 나로서는 거의 흘려읽었지만. 차를 좋아하시거나 관심있으신 분들께는 소설 + 정보니 일거양득이 아닐까 싶다.

 

난 피곤할 때 격하게 추리소설을 찾는 습관이 있다. 환상이 가득한 판타지 소설도 좋고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는 동화도 좋지만 아무래도 머리가 복잡하고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싫을 때는 오히려 머리를 비워주는 -책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는- 추리소설이 피곤을 덜어주는 기분이 든다. 그 중에서도 이 <다질링 살인사건>처럼 적당히 상냥하고 적당히 스릴있는 책이 가볍게 보기엔 더 좋다. 굳이 콕 집어 얘기하자면 일본 추리소설은 심리추리소설이 많아서 책을 덮은 뒤에 도리어 복잡해 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어지간하면 잘 읽지 않는다.

 

오늘은 화창하진 않아도 적당히 뒹굴거리기 좋은 날씨에 머리 아픈 일이라곤 레포트밖에 없었지만, 마침 도서관 반납 날짜도 얼마 남지 않았고 하니 가장 가까이 있는 이 애교스러운 표지의 <다질링 살인사건>을 주워들었다. (책장에 책이 많아서 요즘은 바닥에 쌓아두고 있다)

 

단언컨데 수없이 많은 추리소설 중에서도 이렇게 아기자기한 표지는 찾아보기 힘들거다. 볼을 붉히며 윙크하는 찻주전자를 든 아가씨나, 애교스럽게 웃고 있는 강아지나. 딱 <다질링 살인사건>에 어울리는 표지다. 표지만 봐도 복잡한 일들이 잊혀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와도 어울리고. 하지만 시어도시아는 좀 더 우아하게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이 책은 굳이 얘기하자면 호흡이 좀 짧다. 덕분에 가볍게 읽기에는 좋지만 군데군데 떡밥을 던져놓고 그 뒤로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가끔 들었다. 물론 이야기 전개에 그리 영향을 주는 건 아니지만, 앞서 말했듯이 조앤 플루크의 베이커리 살인사건이 자꾸 떠오르다 보니 비교가 되어서 그런지 그런 점이 좀 아쉽게 느껴졌다. 나야 딱히 꼬투리를 잡는 성격이 아니라 설렁설렁 넘어간다고 해도 세심한 분들은 (혹시) 그런 점들에 괴로워 할지도 모를 일이니까! 옴니버스 식이라 그런걸까, 생각해 봤지만 다음 시리즈를 읽어보지 못했으니 아무래도 판단은 미뤄둬야겠다.

 

그래도 시어도시아는 훌륭하다! 열심히 미스터리를 판 것치고는 범인을 마지막까지도 알아채지 못한데다 헛다리 집는 일에 열중하긴 했지만 그 열정과 행동력에 감탄했다. 심지어 예쁘기까지 하다니 그녀가 실제한다면 먼 거리를 무릅쓰고라도 달려가 보고 싶은 심정이다. (차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지만 적당히 추천해 주겠지!)

 

다음 시리즈도 발표했다고 하는데 아직 한국에는 번역되지 않았나보다. 이 다정하고 매력적인 찻집 아가씨를 언제쯤 다시 만날 수 있을런지 기대해본다.

 

-싫든 좋든, 분명히 나는 이미 수수께끼에 허리까지 푹 잠겨 있잖아.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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