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랑정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임경화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도서관에서 무작정 제목만 보고 책을 집어들었을 때, (나는 추리소설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자극적인 제목에 쉽게 걸려든다...) 표지를 보고 순간 흠칫했다. 표지 속의 사람들 눈에 눈동자가 없어서 상당히 선명한 색상에도 괴기물을 보는 것 같았다. 색이 선명해서 더 그럴 수도 있지만...

나는 추리소설을 무척 좋아하고, 또 어렸을 적부터 줄곧 읽어왔지만, 단 한번도 수월하게 이 사람이 범인이네, 혹은 이건 트릭이다, 같은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한 번 읽었던 책도 나중에 다시 보면 흥미진진하게 읽는데 오죽할까...싶기도 하고 여태껏 읽은 추리소설의 경력이 허무하기도 하고. 내 스스로 변명을 좀 해보자면, 추리소설을 읽을 때에도 스토리를 따라서 읽을 뿐, 진지하게 추리를 하지는 않는 편이다. 거기에 사람들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잡아내지 못하는 둔한 성격도 한 몫하는 듯 하고.

<회랑정 살인사건>을 읽는 동안에도 추리소설을 읽을 때면 늘 그렇듯이 범인이 누구인지 도통 모르는 상태로 그저 책장을 넘겼다. 트릭은 애초에 생각조차 하지 않은 게... 공간능력이 떨어지는 나로서는 이 회랑정의 구조를 살짝 이해는 해도 생생하게 떠올리기는 무리라 그저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리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말 나온김에 추리소설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내가 좋아하는 추리소설은 대부분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이다. 여성작가다운 섬세한 감정라인에 몇몇 작품은 연애소설같은 분위기를 풍겨서 사건에서 오는 기묘한 오싹함과 대비되어 읽는 맛이 나기 때문이다. 코난 도일의 셜록홈즈 시리즈와 모리스 르블랑의 아르센 뤼팽 시리즈는 어렸을 적에 하도 읽어서인지 요새는 잘 손대지 않지만, 다시 읽어봐도 재미있는 작품이다. 추리소설에서 '긴장감'은 다른 어떤 소설에서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범인이 누구인지 모르는 긴장감, 다음에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 모르는 불안감이 독자들을 다음 페이지로 이끄는 원동력이랄까.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회랑정 살인사건>에서는 그런 생생한 긴박감은 못 느껴서 아쉽다. 이야기에 흠잡을 곳도 없고 트릭도 기발하진 않아도 괜찮았는데 너무 주인공의 감정이 세세하게 드러나서인지 긴박감이 떨어진 듯 했다. 아니... 혹시 이건 그냥 소설일까나... 소재가 살인사건일 뿐인? 작가소개를 보면 굉장히 대중적이고 이름있는 작가인데...오늘 내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일 수도 있으니 다음에 다시 읽어볼 책 리스트에 올려두어야 겠다.

뭐, 무난하게 읽히는 책이고 마지막의 엔딩도 나름 반전이라 실망스러운 작품은 아니다. 엔딩을 읽고 느낀게 여자의 서글픔이라는 건 좀 슬프지만... 여자의 마음을 가지고 논 것도 모자라 그런 흉악한 일까지 하다니, 정말 주인공이 범인 색출에 목숨까지 바치는 게 무리는 아니다 싶다. 원래 이런 소설에서는 힌트를 주는 게 예의가 아니고, 난 원래 스토리 요약을 못하니 쓰지 않을 테지만-

잠시 잠깐의 장난기로 힌트를 주자면, 여주인공의 모든 동기는 '나의 지로가 살해당했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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