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백 브라운 신부 전집 1
G. K. 체스터튼 지음, 홍희정 옮김 / 북하우스 / 200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추리소설을 좋아는 해도 좀 편파적인 제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4명의 캐릭터들 중 한 분인 브라운 신부님....(나머지는 포와로, 뤼팽, 홈즈) 어렸을 적 홈즈, 뤼팽 전집을 다 읽고 새로운 추리소설에 허덕일 때 보게된 캐릭터이기도 하고, 그 뒤에 읽게 된 아가사 크리스티 전집 덕분에 밀려나게 된 캐릭터 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른 세 캐릭터들과 비교해 결코 꿀리지 않는.. 아니 오히려 꼭대기에 서 있을 법한 브라운 신부님은, 겉보기에는 상당히 허술하신 신부님이죠. 늘상 들고다니는 우산은 놓쳐 주위를 두리번 거리기는 일쑤고 키가 작고 허름한 옷을 입어 종종 '별 볼일 없는 사람'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점이 독자들에게 친근감을 주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저는. 실제로 제가 어렸을 적에 처음 이 시리즈를 보았을 때에도 저는 이 작달만한 신부님이 너무 좋았었거든요. (그 뒤 포와로의 매력에 빠졌음)

우선, 책부터 보자면... 북하우스에서 나온 이 브라운신부 전집은 여느 책보다 작고 하드커버지만 무겁지 않아서 들고다니기 괜찮습니다. 표지에 는 작가이신 G.K. 체스터튼의 얼굴과 싸인(으로 추정되는)이 보이고요. 뒷표지와 자필원고처럼 보이는 배경으로 이어져있는 책등에는 은색으로 작은 브라운 신부님이 새겨져 있어요. 전집 5권을 다 꽂아놓으면 브라운 신부님이 5분이나...! 저는 만족도 5점 주겠어요~

브라운 신부님 시리즈는 다른 추리소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길이가 참 짧아 단편소설 수준입니다. 이 결백이란 책 한 권에 무려 12편의 추리소설이 담겨져 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결코 허술하지 않고 장편 추리소설의 늘어지는 전개(가끔 이러면 짜증나죠...)가 없다는 게 이 시리즈의 장점이죠.

제가 인상깊은 구절로 집어넣은 '기적에 관한 한 가장 믿을 수 없는 사실은 그 기적들이 실제로 일어난다는 것이다.'는 제일 첫번째 소설인 푸른 십자가에서 나온 말입니다. 여기서 처음 보게되는 브라운 신부님은 꽤나 선하고 허술해 보이십니다. 물론 끝까지 읽어보신다면 선하시긴 하지만, 결코 허술하진 않다는 걸 뼈저리게... 그리고 멍-하게 알게되실 겁니다. 제가 아직 다른 4권의 책들을 읽지 않아 모르겠지만, 이 소설에서 '결백'에 나온 중요 캐릭터들이 다 나옵니다. 브라운 신부님이야 말할 것도 없고, 플랑보와 발렝탱이 나오니까요. -그리고 바로 그 다음 순서인 비밀의 정원에서 기막힌 반전이.... 전 그 캐릭터를 참 좋게 봤었다구요! 그 충격이라니... 전 그 캐릭터가 '홈즈와 왓슨' 식의 보조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대 충격! ...이런 식으로 브라운 신부님 시리즈는 읽다보면 허를 찌르는 반전이 많습니다. 뭐 추리소설을 많이 읽으신 분들은 거의 짐작할 만한 트릭이긴 하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센세이션이었을 것 같아요.

이 브라운 신부님을 가만-히 지켜보는데 누군가가 떠오르신다면 십중팔구 미스 마플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도 그랬으니까요. 특별히 연구한 건 아니지만 신자들의 회개를 통해 수많은 '악'의 방법을 알게 된 브라운 신부님과 어디 돌아다니지 않아도 집에 앉아 마을의 소식을 접하며 범죄의 온상을 받아들이게 된 미스 마플. 두 분 다 사소한 일을 가지고 사건을 풀어나가죠. 노파심에서 말하자면, 아가사 크리스티가 체스터튼의 브라운 신부님에게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_^

뭐 여러모로 읽으며 즐거운 책입니다. 묘사도 훌륭하고 인상깊은 구절도 많죠. 인상깊은 구절 몇 개는 밑에 따로 쓸거구요, 묘사는... 정말 끝내줍니다. 체스터튼은 주로 '두 명의 영국 경찰을 밤에 피는 히스꽃 들판으로 끌고 나와 엉겅퀴에서 무화과를 찾는 것만도 못한 일을 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에 휩싸였다' 같은 식으로 다른 일에 상황을 빗대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맥베스의 노크 소리라도 들은 것처럼 모두의 간담이 서늘해졌다' 도 그런 식이죠. 체스터튼식 묘사의 제일 좋은 점은 굉장히 문학적이면서도 문화적으로 독특하다는 겁니다. 보고 있으면 어쩐지 즐겁죠.

-지혜는 우연에 의존해야 하는 법이다.

-범죄자가 창조적인 예술가라면, 탐정은 비평가에 지나지 않지.
(명탐정 코난에서 괴도 키드가 같은 말을 했죠? 기억이 가물가물...)

-범죄는 예술작품과 같은 것입니다. 지옥과 같은 고통스런 작업에서 탄생하는 것이 예술작품만은 아니니까요.

-인간은 선한 일에 있어서는 일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네만, 나쁜 일에는 그 수준을 유지할 수가 없다네. 점점 더 내리막길을 내달릴 뿐이지.


제가 자신있게 추천하는 추리소설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라지만 알만 한 분들은 다 아시니 제가 굳이 할 필요도 없을 것 같지만요. 정말로 강추!

+추리소설의 범인이 너무나 궁금해 미칠 것 같은 분(빨리 알 수 있어요)
+추리소설의 진수를 맞보고 싶으신 분
+홈즈/포와로 시리즈를 다 읽었는데 아직 브라운 신부님 시리즈를 안 읽으신 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