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 프로젝트
다비드 사피어 지음, 이미옥 옮김 / 김영사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제목에서도 알다시피 (환생 프로젝트라니!) 이 책은 환생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내가 별 5개를 주기는 쉽지 않은데, 이 책은 어찌나 재미있던지 망설임도 없이 별 5개, 라고 결정해 버리고 말았다.

 

환생 프로젝트라, 제목이 붙여져 있기는 하지만 종교적인 색채로 보는 환생이 아니라 굉장히 유쾌하다. 우리 나라에서는 점점 존재가 희미해지는 듯 보이는 불교지만 외국에서는 어째 사람들이 점점 관심을 보이고 있다하더니 이렇게 재미난 소재가 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우리 나라에서는 교과서나 책에서나 봤던 <환생>. 내가 환생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말은 사실 스님들이 작은 미물도 죽이기 싫어 지팡이로 땅을 짚으며 걸어갔다던 이야기였다. 미물이라도 죽이면 나쁜 업보가 쌓여 다음 생에는 인간이 아닌 동물로 태어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유명한 달라이 라마의 환생도. 기본적으로 모든 종교에 똑같은 관심(즉 그닥)을 가지고 있던 나로서는 환생이니 업보니 하는 게 와닿지 않았지만, 이 책은 그렇게 해박한 지식이나 진지한 생각보다는 웃음 속의 깨달음을 중시한다.

 

주인공인 킴 랑에는 매우 성공한 여자 아나운서로, 남편 알렉스와 딸 릴리를 가족으로 둔 여자였다. 너무 성공한 나머지 딸과 놀아주지도 못하고 남편과는 싸움이 끊이질 않는다. (남편은 매우 좋은 남자임에도!) 킴이 <킴>으로서 있던 마지막 날은 딸애의 생일이면서 독일 텔레비전 수상식이 있던 날이었다. 딸애의 생일파티를 뒤로 하고 시상식으로 달려가지만 여러 가지 일은 꼬이고 꼬여 엉망진창이다. 거기다 잘생긴 남자와 바람까지 피우게 되고... 여러모로 엉망진창이었던 하루를 정리하기 위해 올라간 옥상에서 우주 정거장의 파편을 맞고 사망한다. (애도) 하지만 눈을 떠보니 웬걸, 자신이 개미가 되어 있었다. 더군다나 스스로를 부처, 즉 붓다라고 소개하는 "뚱보" 개미까지! 킴이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여서 개미로 태어났다는 말에 킴은 격분하지만 도리가 없다. 다시 가족을 되찾기 위해 어떻게든 접근하려 애를 쓰지만 그 와중에 다시 죽어버리고... 다시 개미로 태어난 킴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환생한 개미인 "카사노바"를 만나 좋 더 좋은 업보를 쌓아 가족에게 다가갈 수 있기를, 그래서 얄미운 남편의 새 애인을 떼어놓고자 노력한다.

 

물론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그 과정의 스케일이 어마어마하게 큰 만큼 (온갖 동물을 다 거치니ㅋㅋ)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게다가 게스토도 빠방하니 어! 하고 상큼하게 놀라주며 훌훌 책장을 넘길 수 있다. 중요한 등장인물 중 하나인 카사노바는 이름이 좀 웃긴 인물, 이 아니라 정말 카사노바 본인으로 영 좋은 업보와는 어울리지 않는 성격 탓에 무려 113년 동안 개미로 환생했다. 전적으로 킴의 관점에서 쓰여진 이 소설 중간중간에 * 표시와 함께 쓰여진 말풍선안의 카사노바 관점의 글은 정말 매력덩어리라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환생이니 업보니 하는 용어가 많이 쓰이고 그게 글을 이끌어 가지만, 이 소설의 제일 중요한 건, 삶의 소중한 순간은 극락보다 좋다, 라는 교훈아닌 진리를 말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훈계조로 말했다면 재미가 없었겠지만 각종 동물들의 삶을 겪으며 벌어지는 해프닝에 주인공이 가진, 가족을 향한 사랑에 유머까지 곁들이니 금상첨화!

독일 책은 한 번도 읽은 적이 없는데 이렇게 재밌을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물론 작가의 개성과 실력 덕분이겠지만. 이게 첫 번째 책이라 하니 앞으로의 작품도 너무너무 기대가 된다.

 

+유쾌한 소설을 읽고 싶으신 분

+미드 <내 이름은 얼>을 보고 소재가 참신하다 생각하셨던 분

+삶의 소중한 것이 궁금하신 분

+환생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 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