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형의 Paris Talk - 자클린 오늘은 잠들어라
정재형 지음 / 브이북(바이널)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파리라... 어렸을 적 나에게 '파리'라는 장소는 도시라기보단 밤낮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가로등에 화려한 옷을 입은 예쁜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그런 꿈의 장소였다. 그 이미지는 고등학생이 되어도 변하지 않아 다른 또래 아이들처럼 파리에 대한 반짝이는 환상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 꿈이 깨진 건 고등학교 때의 친구가 돈을 모아 홀로 파리여행을 하고 난 뒤였다. 고등학교 때의 교복과는 확연히 틀린 살랑거리는 치마를 입고 찾아온 친구는 그 대도시가 무려 '더럽다'고 했다. 물론 무척이나 멋진 곳이만 환상을 가지면 실망할 곳이라고. 그렇게 경험자다운 충고를 하며 자랑스럽게 보여준 앨범 안의 파리는 '더럽다'는 말에 꿈이 깨진 환상속의 이미지보다 훨씬 멋진 곳이었다. 차가운 파랑빛이 비치던 외국의 건물들. 이국적인 카페와 벽돌길. 나는 정말 한없이 친구가 부러웠다.

 

정재형의 Paris Talk는 마치 일기장같은 책이다. 딱히 유머스럽다기보다는 정겨운 세련됨이 흐르는 그런 일기장. 책 속의 사진들과 일러스트들은 파리의 모습을 그의 시각에서 보여주는 듯 하다. 솔직히 말해 내가 보고 싶었던 건 '정재형'이라는 사람보다 '파리'라는 도시였다. 반짝거림보다 이국적인 음울함이 사랑스러운. 하지만 책을 덮고나면 파리라는 도시와 한 발 가까워짐을 느낌과 동시에 정재형이라는 사람에게도 다가섰다는 걸 느낀다.

 

위의 표지는 상당히 밝게 나와있지만 실제론 조금 더 커핏빛으로 띠지 속 샌드위치와 잘 어울려 아주 분위기가 있는 책이다. 제목의 폰트도 무척 마음에 들어서 받고나서 자랑하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속안의 사진들과 일러스트들은 전부 컬러라 알록달록 가라앉은 화려함을 뽐내 맘에 들었다.

 

내가 책을 읽고 동질감을 느꼈다면 너무 오만한걸까. 하지만 외국에 나가서 생활하는 입장은 여기서 거기, 결국은 통하게 되어 있는 것 같다. 내가 어학연수로 미국에 나가있던 그 나날들이 생각나서 나도 모르게 맞아맞아, 라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으니까. 물론 정재형이라는 사람과 나는 다른 사람이라 표현의 방법이 전혀 달랐지만.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매우 감각적이고 아슬아슬하다. 난 물고기 이야기에서 조금 놀라 멍해지기도 하고, 연예계라면 거의 3살난 아이 수준과 다름 없는 내가 아는 몇몇 연예인들의 이름이 나와 어리둥절 몰입해 보기도 했다. 읽으면서 느껴지는 건, 화려한 낭만과 패션의 도시가 아니라 생활지로서의 파리, 그리하여 더 친근한 도시였다.

 

언젠가 이 책의 일러스트와 함께 있는 지도를 참고해 파리로 가 나만의 파리여행을 마음껏 즐겨보고 싶다.

 

+프랑스 파리가 너무 좋으신 분

+정재형씨를 좋아하시는 분

+파리로 가는 여행에서 가볍게 읽을 걸 원하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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