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Q - 탐정 아이제아 퀸타베의 사건노트
조 이데 지음,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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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25세의 흑인 청년이 있다. 180이 조금 넘는 훤칠한 키에 마른 체형, 비상한 두뇌에 번뜩이는 추리... 각종 공구를 다루고, 차를 분해하는 등 다양한 손재주를 가진... 그가 바로 LA 뒷골목 소시민의 각종 사건을 저렴히 해결해 주는 '무허가 비밀 해결사 탐정' 아이제아 퀸타베이다. 책 제목 <IQ>는 주인공 이름의 약자이다.

책은 아이제아가 방황하는 10대 청소년 시절과 탐정 일에 매진하는 20대 청년 시절로 교차 서술된다. 각종 경시대회의 상을 휩쓸며 명문 대학 진학을 앞둔 17세의 총명한 고등학생 아이제아는 유일한 보호자인 친형의 죽음으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의지할 곳이 없어진 아이제아는 공황 상태에 빠지고... 설상가상으로 보금자리인 형의 아파트를 유지해야 하는 금전적 압박에 시달린다. 결국 불량 동급생 도슨에게 방을 내어주고... 그와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다.

알바의 푼돈을 넘어 범죄를 부추기는 도슨의 꾐에 넘어간 아이제아는 조그만 상점을 털어 그 장물을 이베이를 통해 되팔아 이익을 챙기는 도둑으로 변신한다. 착실한(?) 아이제아에 비해 씀씀이가 헤픈 도슨은 사사건건 의견 충돌이 심해지고... 생활비가 떨어진 도슨은 결국 마약 거래상을 습격하고, 이것이 지역 갱단 간의 전쟁으로 번져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다. 여기서 아이제아는 자신의 삶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정의의 길로 들어설 것을 맹세한다.

뒷골목 소시민의 사소한 사건을 해결해 주고 푼돈을 챙기는 25세 청년 아이제아에게 후원하는 아이에 대한 큰돈이 필요할 때 마침 악연의 도슨에게 연락이 오고... 결국 거액의 수임료를 보장받고 유명 래퍼 살인 미수 사건에 뛰어든다. 누군가 60킬로그램대의 무시무시한 맹견 핏불로 래퍼를 습격한 것. 아이제아는 세밀한 현장 분석과 날카로운 추리로 개의 주인,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 그것을 사주한 배후의 인물을 추적한다.

출판사가 '21세기형 셜록 홈즈의 재림'이라고 소개하는데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추리 요소가 적절히 가미된 범죄 액션 스릴러에 가깝다. 유일한 보호자인 형을 잃은 슬픔으로 한때 못된 친구의 꼬임에 빠져 범죄자의 길에 들어섰지만 자신으로 인해 평생 불구가 된 한 아이를 보고 대오 각성, 자신의 출중한 능력을 LA 뒷골목 소시민 약자에게 쓰기로 한 현대판 슈퍼히어로.

이 책의 재미를 탄탄히 받히는 것은 탐정 아이제아와 조수역 도슨의 불편한 듯 합심하는 달짝지근한 캐미이다. 절대 어울릴 수 없는, 종자가 완전히 다른 두 동급생이 룸메이트란 운명하에 한배를 탄다. 또 하나는 바로 리얼리티, 살아있는 생생한 현장감이다. LA에 거주하며 흑인 문화를 두루 접한 작가가 뒷골목에서 통용되는 그들만의 저속한 언어나 표현을 통해 갱단의 습성과 행동 방식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마치 내가 현장에 있는 듯 착각할 정도로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한다.

책을 다 읽으니 번뜩이는 추리와 호쾌한 액션이 어우러진 갱스터 영화 한 편을 감상한 느낌이다. 가진 것 별로 없이 오로지 정의감 하나만 가지고 영민한 두뇌와 싱싱한 몸으로 때우는 20대 흑인 청년이라는 탐정 캐릭터가 무척이나 신선하다. 특히, 보호의 책임이 있는 아이 앞에서, 그리고 멀리 하늘나라로 간 친형의 메시지를 가슴에 새기며 주인공이 자신의 삶의 목표와 가치관을 재정립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무법과 무질서, 갖은 음해와 폭력이 난무하는 대도시의 뒷골목 세계를 무대로 선한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을 돕는 주인공의 활약은 오늘도 계속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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