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한국사 샘이 깊은 이야기 3 - 고려 뿌리 깊은 한국사 샘이 깊은 이야기 (솔출판사) 3
이병희 지음 / 솔출판사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고려편.

최초 국문학사 수업에 도움이 될 법해서 이 책을 빌린 것에 너무도 만족한다. 수업과 연계되어 진행되는 역사를 듣고, 읽고 있노라면 스스로가 유식해지는 기분마저 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국사에 대해 정말 완벽히 무지했던 나 자신에 대해 창피함을 느낀다.

슬슬 우리의 역사에 대해 비통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윗대가리들이 머리싸움 하는 것은 한국의 전통인 모양이다. 왕건의 찬란하고도 독보적인 업적으로 고려는 세워지지만, 대를 이어갈수록 호족과 문벌귀족을 통솔하지 못하며 고려의 역사는 사양길로 접어든다. 이어 무신란과 원나라가 침입함으로서 그 비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어진다. 강화도로 천도해 정권을 지킨 무인 집권층 나름의 의미는 존재하지만, 오로지 강화도만 지킨 그들의 미친짓에는 욕밖에 할 게 없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죽고, 잡혀갔다. 포로로 잡혀간 20만명이라는 숫자를 믿을 수 없어 몇 번이나 다시 봤다. 억압당해야만 했던 민생들의 삶에 절로 주먹이 쥐어졌다. 그 와중에서도 대장경을 만들고, 고려청자를 만들었다. 그런 일들에 존경심만 들었다.

역사에 물론 만약은 없다.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했더라도 당나라와 대립하다가 져서 멸망당했을지도 모르고, 국풍을 따르는 묘청의 서경파가 고려를 장악했다고 한들 고려가 원을 막을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사가 진행될수록 느껴지는 답답함은 정말 막을 방법이 없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권력과 이득을 탐하려는 지배층에서 시작된다. 몇몇의 개혁군주만으로는 나라가 바뀔 수 없었다. 그렇기에 민중들의 힘에 눈물이 났다.

다양한 세력들의 다양한 침략과 억압 속에 우리는 우리나라로서의 정체성을 어쩜 그리 잘 지켜왔는가. 그 사실에 나는 감동했다. 우리의 말을 지키고, 문화를 지키고, 풍습을 지켰다. 우리는 분명히 일본과도 다르고, 중국과도 다르다. 우리의 민족과 민중이 가진 끈질긴 힘이 우리나라 국민이 가진 가장 큰 가치였음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국사는 분명히 필수과목이어야만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뿌리 깊은 한국사 샘이 깊은 이야기 2 - 통일신라.발해 뿌리 깊은 한국사 샘이 깊은 이야기 (솔출판사) 2
강봉룡.서의식 지음 / 솔출판사 / 200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통일신라, 발해 편

글쓴이의 이름순서가 바뀌었다. 섬세함을 느꼈다. 국가의 정치제도와 같은 것들이 나오면 끝없이 졸리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는 역시 아주 재미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배우고 나서 국사와 관련된 것은 쳐다보지도 않았었는데, 그 이유는 국사는 재미없다는 내 선입견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함께 국문학사 수업을 듣고 있으면 교수님의 말씀이 너무도 재미있게 들린다.

책의 제목은 용비어천가에서 따왔다는 것을 불현듯이 깨달았다.

책을 읽는 내내 최수종의 얼굴이 어른거렸다. 대조영이 되어 발해를 건국하고(698), 장보고가 되어서 청해진을 설치하고(800년대), 왕건이 되어 고려까지 건국시킨다. (918) 심지어 장보고와 왕건은 채 100년이 차이가 나지 않는 같은 시대를 산 사람인데, 제왕의 상이란 것이 실제로 있는가 싶은 생각마저 들어 웃음이 나왔다.

그리 정독하지는 않지만, 대강의 국사가 머릿속에서 정리되는 것 같아 뿌듯함을 느낀다. 여기에다 역사의 진행 낱낱을 기록하는 것은 분명히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느껴져 특별히 적지는 않는다. 다만 그 시대의 책들이 아직도 남아 있어 지금 과거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은 나에게 언제나 큰 기적처럼 느껴진다.

가장 인상 깊고 많은 생각을 했던 부분은, 고려 건국 즈음의 왕건에 대한 것이었다. 나는 왕건에 대해 경외심을 느꼈다. 중세적인 사고를 했던 왕건은 그 덕분에 아직도 고대적인 사고를 하고 있던 궁예, 견훤과 경쟁해서 고려를 건국할 수 있었다. 이 과정을 살펴보면 왕건의 (상대적으로 아주 뛰어났던)능력이 정말 대단하게만 느껴진다. 판을 넓고도 정확히 읽을 수 있었던 왕건 덕분에, 신라 말 갈기갈기 찢어질 뻔 했던 우리나라가 고려라는 하나의 나라로 규합될 수 있었던 것이다. 창건까지도 아주 드라마틱하지만, 고려 개국 이후에도 왕건의 정책은 시대적으로 아주 적합했다는(그것이 가장 최고 최선의 방법은 아니었지만) 느낌이 들었다. 다만 발해에 대한 사료 부족 탓에, 발해에 대해서는 많은 부분을 알 수 없는 것은 아주 큰 안타까움으로 느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뿌리 깊은 한국사 샘이 깊은 이야기 1 - 고조선.삼국 뿌리 깊은 한국사 샘이 깊은 이야기 (솔출판사) 1
서의식.강봉룡 지음 / 솔출판사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고조선, 삼국 편

당분간은 도통 문학을 읽을 마음이 들지 않는다.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소설에 대한 내 애정이 사라지는 걸 느꼈지만 나는 그것이 슬프거나 안타깝지는 않다. 우선-가능한 빨리,라고 써봐야 이번 학기 내내겠지만-이 시리즈를 전부 읽고 세계사 전반에 관한 책을 읽는 것이 당분간의 독서 목표다. 국문학사 첫 수업시간에 국사에 대한 내 지식이 정말 눈꼽만큼도 없다는 사실에 너무도 큰 부끄러움을 느낀 나머지 충동적으로 빌린 책이다. 이 책의 역사에 대한 시각은 대체로 보수적. 보수적이라는 말은 곧 국수적이라는 말로 바꿀 수 있을 것이고, 아마 대부분의 역사책이 그러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의문과 의심이 들었다.

물론 임나일본부설같은 걸 주장하는 일본이나, 고구려와 발해가 자기 나라의 역사라고 주장하는 중국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역사에서만큼은 되도록 객관적인 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를 위해서는 역사에 대한 인식이 국사가 아닌 역사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우리나라가 분명한 우리의 나라들이라고 여겼던 삼국시대의 네 나라-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의 흥망성쇠에 대해서는 다소나마 객관적인 태도로 서술하고 있다. 각 나라의 부흥이나 정치적 실패 따위에 대해서 담담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모든 나라가 우리의 선조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상대적으로 중국이나 일본에 대해서는 배타적인 태도로 역사를 설명한다는 얘기도 된다. 이유는 국사는 곧 지금 현재 우리의 자긍심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은 수나라가 망한 결정적 요인이 고구려와의 무리한 전쟁 때문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일본은 대륙에서 섬으로 문화가 흘러들어갔다는 아주 상식적인 이야기도 부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욕할 수 없는 것은 우리 또한 우리의 역사에 대해 냉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자신이 저들처럼 우리 역사에 대해 어떠한 환상이나 억지를 쓰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를 버리는 가장 좋은 길은 ‘우리의 역사’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우리의 범위를 지금의 우리나라가 아닌, 세계-지구의 범위에서 본다면 역사 자체에 대한 상대적으로 높은 객관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이야기라는 것도 인정해야겠지만 말이다.

고등학교 이후 처음으로 역사책을 마음먹고 읽고 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그냥 ‘고구려가 ~을 했다’라고 써 있는 것을 어떠한 의심 없는 진리처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런 주장이 어떤 책의 어떤 기록에서 어떤 유물에서 비롯되는지를 주석을 통해 알려준다는 것이다. 공산성 돌담 위를 걸으며 천 오백년 전 어느 백제인도 이 위를 걸었을 것이란 생각에 아득해진 적이 있었다. 나 자신도 그러한 어떤 선상에 놓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그와 비슷한 감정이 다시금 찾아온다. 역사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주 흥미롭게 느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년을 위로해줘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내가 가장 좋아하던 작가가 이 사람이 맞나 싶은 감정이 들었다. 문체는 조악하고 캐릭터는 낯 뜨거울 만치 유치하다. 줄거리에 개연성이 없다는 생각만 들게 이야기는 흘러가고, 이렇다 할 공감을 불러일으킬 인물도 없다. 최소한의 재미를 유발하는 것은 은희경이 가졌던 과거의 흔적 정도일 것 같은데, 그것만으로 이 책 한권을 다 읽게 하는 것을 생각하면 그 과거가 얼마나 대단했나를 유추 할 수도 있다. 작가 자신만 즐거워하면서 책을 쓴 기분이 들었는데, 그런 기분만으로는 독자들에게 감동을 전할 수 없다. 차라리 이런 주제의 소설이라면 공지영의 ‘즐거운 나의 집’이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과거였으면 저 두 명의 작가의 이름을 함께 거론하는 일 자체가 은희경에게 있어 한없이 죄송스러워질 정도로 수준이 다른 작가였는데, 내 스스로 저 둘의 이름을 쓰는데다가 공지영이 낫다고 말할 정도라면 이 작품에 대해 내가 갖는 감정이 어느 정도인지는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하지만 요즘 내가 문학에 대해 갖는 감정 때문에 이렇게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 또한 든다. 박민규의 작품도 도무지 재미가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또 그렇다. 하지만 그래도 지금 나의 기분으로는 이 작품에 어떠한 좋은 평도 해주고 싶지 않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후반의 맥락 없는 이야기 진행에 분노를 느꼈기 때문이다. 아주 조금씩만 달랐더라도 엄청나게 재미있을 책이라는 아쉬움도 크기 때문에 이렇게 더 열통터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심장을 쏴라 -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지난달에는 철저하게 놀았다. 그래서 책을 전혀 안 봤다. 정확히 24일간의 대여 기간+연장신청 기간을 통해서 겨우 이 한 권을 보았다. 전작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에 대한 감정이 아주 좋았기 때문에 이 책을 빌렸다. 세계문학상 수상 작품이라고 한다. 뭐랄까, 요즘은 문학에 대한 나의 마음가짐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을 한다. 설명하면 길기 때문에 나중에 내기면 쓰겠지만 지금 당장은 담아두도록 한다. 지금 당장 생각이 굳어지지 않은 것을 굳이 말로 바꿀 필요를 느끼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좋은 변화도 나쁜 변화도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은 결국 상대적인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독서 페이스가 너무 길었기 때문에 온전한 감동을 느끼지 못했다는 생각을 했다. 이야기도 아주 좋고 작가가 하려는 말 자체도 너무 잘 표현되었다. 무엇보다 이 작가가 가진 위트와 이야기는 굉장히 독보적이다. 줄거리에 쉽게 공감하고 또 수명과 승민의 이야기는 아주 재미있어 뒷이야기가 궁금해진다. 하여튼 가타부타 설명하는 일 자체가 구차하게 느껴지는 좋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