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시작된다
이노우에 다케히코, 이토우 히로미 글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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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만화세계에 대한 작가 자신과 시인 ‘이토 히로미’의 대담집. <슬램덩크>, <배가본드>, <리얼>등의 만화로 유명한 ‘이노우에 다케히코’ 일본 젊은이들이 뽑은 가장 존경하는 인물 1위에 오를 정도로 일본에서는 인지도가 높다. 나 또한 그의 작품들을 아주 좋아하고 관심이 있기 때문에 이 책을 빌려 보았다.

사실 내가 가장 많이 접하는 문화 매체는 바로 만화다. 책이나 영화, 음악 등에도 많은 관심이 있긴 하지만 혼자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 인생에서는 만화가 가장 나를 열광하게 했었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훌륭한 만화를 만났을 때의 여운은 좋은 책, 음악을 만났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사람들은 보통 만화를 문화적으로 열등하다고 폄훼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그것에 대해 항상 불만을 가져왔었다. 물론 내가 읽어도 좀 별로인 만화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별로인 책이나 음악도 분명히 존재한다. 만화 또한 문화 매체의 한 장르로서 넓은 분야에 걸쳐 다양하고 훌륭한 많은 작품이 존재한다. 만약 평소 만화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 있다면, 그 약간의 편견만 버린다면 분명 좋은 예술을 만나는 인생의 기쁨도 조금은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가 샜는데, 이 책은 말 그대로 만화가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시인이자 만화 평론가이기도 한(그리고 슬램덩크의 엄청난 팬인) ‘이토 히로미’의 여러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난 평소에 평론가라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들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 편인데, 그 이유는 역시 내가 여러 작품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나는 평소 책이나 만화 등을 접해도 그것들을 쉽게 읽고 쉽게 잊는다. 영화나 음악도 마찬가지다. 쉽게 듣고, 보고, 쉽게 잊는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떠한 이미지와 느낌이다. 어떠한 장르의 어떠한 작품이라도 그것이 정도 이상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면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야 말로 예술이 가진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평론은 다르다. 평론은 하나의 작품을 하나하나 뜯어가며 분석한다.

이런 예가 좋을 것 같다. 재치 있는 농담은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가장 좋다. 어떤 농담을 했을 때 못 알아듣는 사람이 있어서 웃고 난 후에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설명한다 해도, 그 사람은 이해는 하겠지만 그 전 상황처럼 시원하고 담백하게 웃지는 못한다. 평론은 이런 것과 흡사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토 히로미가 아무리 <슬램덩크>의 어떠한 면에 대해 꼬치꼬치 물어가며 작가에게 질문해 대답을 이끌어 낸다 해도, 우리 자신이 <슬램덩크>를 한 번 더 읽는 것만 절대 못하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태도는 역시 좋다. 모든 것을 설명하려 하지 않고 어느 정도는 두루뭉술하게 이야기를 돌리는 그의 능청스러움이 아주 좋았다. 가장 놀랐던 것은 이야기의 결말을 생각하지 않고 인물들이 움직이는 대로 놔둔다는 이야기였다. <슬램덩크>야 처녀작이니까 다소 거친 면 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배가본드>는 정말로 짜임새가 완벽한 만화라고 생각했는데, 그 <배가본드>조차 그저 한 회 한 회를 완성할 뿐이라는 얘기는 참 신기했다.

어쨌든 이런 이야기 말고도 인상 깊은 얘기들은 많았지만 이런 얘기를 주절주절 늘어놓고 싶지는 않다. 이 작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 읽어봐도 좋을 책이지만, 역시 그보다는 <슬램덩크>를 한 번 더 보는 편이 나은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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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크로노스 총서 1
폴 존슨 지음, 한은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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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노스 총서01

요즘 책도 많이 안 읽고, 빌리고 나서도 다 읽지도 못하고 그대로 반납하는 거 같아서 전부터 관심 있었던 총서 시리즈를 읽어보려고 찾아보다 이 책을 빌리게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은 얄팍해 보이는 겉보기와는 달리 200페이지가 넘는 제법 튼실한 책이었다. 책은 제목 그대로 르네상스에 대한 내용이다. 전반부엔 르네상스가 일어날 수 있었던 사회-경제적 배경에 대해 간단히 서술하고, 본론 부분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한 다양한 르네상스인(人)들을 중심으로 르네상스의 전개 과정을 이야기 한다. 작가는 끊임없이 르네상스는 오로지 위대한 많은 예술가들이 있었기에 가능하며, 그렇기에 르네상스를 얘기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전인들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간단하게 르네상스가 끝나게 되는 과정을 말하는데, 정말로 아주 간단하게 몇 페이지만으로 말한다. 아마도 르네상스 자체는 끝났지만 그 정신은 그 이후로도 강한 영향력을 끼치며 이어졌기 때문에 없어지지 않은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판단해서 그랬던 모양이다.

이렇듯 책은 대부분의 지면을 르네상스의 전인들에 대해 서술하는 데에 할애한다. 다 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 나도 잘 알고 있는 인물들도 많이 소개되지만, 그보다 내가 잘 모르는 인물들 또한 많이 등장한다. 사실 르네상스의 전개 과정은 그 인물들을 빼놓고는 이야기 할 게 없기 때문에 이렇게 서술할 수밖에 없어 보이긴 했지만, 다시금 나의 무지를 맛본 것 같아 부끄러웠다.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한 다 빈치 등에 대해서도 거의 모르는 내용이 태반이었다.

요즘 들어 부쩍 역사와 또 이탈리아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는데, 르네상스가 궁금해 가볍게 빌린 이 책을 통해 나의 무지를 알게 되니까 역시 책을 좀 더 많이 읽어야겠단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르네상스를 이끌어 간 인물들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르네상스 또한 알 수 없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키지 않을 말인 거 같지만 책을 조금 더 많이 읽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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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사람들
아일린 파워 지음, 이종인 옮김 / 즐거운상상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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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물이나 관념 등 인간이 언어를 부여한 모든 것을 나누는 방법은 무척 다양하다. 역사를 나누는 방법 또한 여러 가지인데 그 중 미시사와 거시사라는 개념이 있다. 거시사라는 개념은 무척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이유는 우리가 배우는 대부분의 역사가 거시사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일테면 고조선-부여/삼한-삼국-신라-후삼국-발해/고려-조선-대한민국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것과 같은 중요한 사건들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거시사이다. 거시사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또한 역사서에 여러 번 오르내린 중요 인물들이 대부분이고, 그 안의 우리와 같은 민생들의 삶은 무척이나 집약적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쯤 말하면 미시사는 어떤 것인지 감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역사는 이렇게 거대한 큰 인물들이 주도하는 하나의 흐름으로 요약되기 쉽지만, 조밀조밀 따져보면 결국 지구의 과거 속에 존재했던 모든 사람들은 역사적 인물인 것이다. 거시적인 흐름들이 어떻게 미시적인 존재들에게 영향을 주었는가, 혹은 미시적인 존재들의 움직임이 거시적인 흐름에 영향을 주었는가 따위에 집중하는 것이 곧 미시사이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이 미시사라는 것은 최근 들어 집중을 받으며 크게 발전하였다. 거시사만으로는 부족한 역사의 공백을 채워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시사도 결국 거시사 속에서 존재한는 것이니만큼 이 둘은 밀접한 관련을 가지며 공생하는 관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연구에서 있어도 미시사의 중요 자료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들인 경우가 많다. 이 책에서 사용한 자료들도 문학작품이거나 한 사람의 지극히 개인적인 저작, 혹은 편지들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미시사의 선구자와도 같은 저자는 중세시대 한 농부의 구체적인 삶의 모습들, 결혼관습들 따위에 집중하면서 당시 시대를 면밀하게 구성한다.

이렇게만 쓰면 참 재미있는 책 같지만, 사실 그렇게 재미있게 읽지는 못했다. 자료들은 너무 구체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흥미가 떨어졌고, 글은 전체적으로 논문투가 너무 심하여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거시적인 전개 자체가 파악이 잘 되지 않는데, 미시적인 부분이 쉽게 이해될 리가 만무했다. 좋은 책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아직 내가 역사에 대해 많은 지식이 없다는 것만 깨달았던 것 같다. 그녀의 다른 책들은 조금 더 내공을 쌓은 뒤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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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8 - 위기와 극복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8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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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권 위기와 극복

7권이 너무 재미있어 읽자마자 바로 8권을 빌렸지만 8권의 초반부는 어쩐지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읽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네로가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로마 덕에 그 뒤에 등장하는 갈바-오토-비텔리우스 황제의 이야기는 아주 지루하게만 읽혀졌다. 그렇게 권력 투쟁일 일어나고 작은 규모의 내전이 발생하고 나서 등장한 것이 베스파시아누스 황제였다. 로마엔 아직 망조가 들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베스파시아누스 황제가 네로 이후 권력 쟁탈과 내전 등으로 엉망이 되었던 로마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이야기는 반대로 아주 재미있었다. 여기부터는 다시 속도를 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특히 곰브리치 세계사에서는 단 몇 줄로 요약된 이야기들 속에 숨은 사연들을 읽는 재미는 상당하다. 세계사 속의 로마사는 상당히 압축적으로 나올 뿐인데, 그 대부분도 로마인의 정복욕이나 멸망만을 강조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중국의 진나라를 생각하면 쉽다. 사실상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업적만으로도 진은 분명한 가치를 지니지만, 사람들이 집중하는 것은 오히려 진시황의 실정으로 멸망해가는 진이었다. 로마도 마찬가지로 그들이 일궈난 찬란한 업적보다는 기독교의 유입이나, 게르만 용병들에 의한 로마 멸망의 이야기들이 중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나의 기존의 편견을 깨는 이러한 이야기들이 더욱 재미있게 읽히는 모양이다. 하마터면 ‘망할’뻔 한 네로-갈바-오토-비델리우스의 치세 이후에 예상치 못하게 황제가 된 베스파시아누스는 다른 무엇보다 그 상황을 읽는 능력이 아주 훌륭했다. 현재 로마가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그것에 대한 아주 적절한 대응을 통해 로마를 지켜냈다. 그리고 그의 뒤를 이은 그의 아들 티투스 또한 정권 자체는 아주 짧았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로마를 다스렸다. 이어지는 티투스의 동생 도미티아누스 역시 여러 가지 악평들이 따라다녔지만, 좋은 정책, 적절한 정책들로 로마의 방향을 잡아냈다. 결국 이들 세 부자(夫子) 황제들 덕분에 네로 이하 네 황제의 실정을 바로잡아 이어지는 오현제 시대로의 훌륭한 가교 역할을 해낸 것이었다.

이걸 쓰기 위해 찾은 리뷰에서 로마인 이야기 자체가 시오노 나나미의 대책 없는 로마 찬양이라는 말을 봤다. 나 또한 이 책을 전적으로 믿고 읽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대부분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의문 없이 받아들인다. 이유는 역시 내가 로마에 대해 가진 배경 지식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그런 리뷰를 읽고 나니 이 책을 마냥 떠받들기도 곤란하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조만간 이것과 반대의 의견을 펼치는 책들도 조금 찾아보아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과정 또한 즐겁게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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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학개론
커피교육연구원 지음 / 아카데미아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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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론이란 이름이 붙은 책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쉬운 동시에 어려운 책인 것 같다. 비슷한 맥락에서 필요에 의한 독서는 가장 즐거운 동시에 고통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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