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사람들
아일린 파워 지음, 이종인 옮김 / 즐거운상상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어떤 사물이나 관념 등 인간이 언어를 부여한 모든 것을 나누는 방법은 무척 다양하다. 역사를 나누는 방법 또한 여러 가지인데 그 중 미시사와 거시사라는 개념이 있다. 거시사라는 개념은 무척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이유는 우리가 배우는 대부분의 역사가 거시사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일테면 고조선-부여/삼한-삼국-신라-후삼국-발해/고려-조선-대한민국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것과 같은 중요한 사건들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거시사이다. 거시사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또한 역사서에 여러 번 오르내린 중요 인물들이 대부분이고, 그 안의 우리와 같은 민생들의 삶은 무척이나 집약적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쯤 말하면 미시사는 어떤 것인지 감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역사는 이렇게 거대한 큰 인물들이 주도하는 하나의 흐름으로 요약되기 쉽지만, 조밀조밀 따져보면 결국 지구의 과거 속에 존재했던 모든 사람들은 역사적 인물인 것이다. 거시적인 흐름들이 어떻게 미시적인 존재들에게 영향을 주었는가, 혹은 미시적인 존재들의 움직임이 거시적인 흐름에 영향을 주었는가 따위에 집중하는 것이 곧 미시사이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이 미시사라는 것은 최근 들어 집중을 받으며 크게 발전하였다. 거시사만으로는 부족한 역사의 공백을 채워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시사도 결국 거시사 속에서 존재한는 것이니만큼 이 둘은 밀접한 관련을 가지며 공생하는 관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연구에서 있어도 미시사의 중요 자료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들인 경우가 많다. 이 책에서 사용한 자료들도 문학작품이거나 한 사람의 지극히 개인적인 저작, 혹은 편지들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미시사의 선구자와도 같은 저자는 중세시대 한 농부의 구체적인 삶의 모습들, 결혼관습들 따위에 집중하면서 당시 시대를 면밀하게 구성한다.

이렇게만 쓰면 참 재미있는 책 같지만, 사실 그렇게 재미있게 읽지는 못했다. 자료들은 너무 구체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흥미가 떨어졌고, 글은 전체적으로 논문투가 너무 심하여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거시적인 전개 자체가 파악이 잘 되지 않는데, 미시적인 부분이 쉽게 이해될 리가 만무했다. 좋은 책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아직 내가 역사에 대해 많은 지식이 없다는 것만 깨달았던 것 같다. 그녀의 다른 책들은 조금 더 내공을 쌓은 뒤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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