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노스케 이야기 오늘의 일본문학 7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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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을 보니 퍼레이드도 생각나서 오랜만에 요시다 슈이치를 읽었다. 사실 요시다 슈이치의 책을 들 때마다 어쩔 수 없이 퍼레이드를 떠올리게 되는데, 그는 너무 이른 나이에 자신의 최고의 작품을 써버렸다는 생각을 늘 하게 된다. 작가에게 참 미안한 얘기다. 

 

이 책의 제목은 아마 일본 고문학의 한 장르인 ‘모노가타리’에서 차용한 듯하다. ‘모노가타리’자체가 ‘이야기’를 뜻하는 일본어인데, 문학 쪽에서는 그 용어가 한 장르를 뜻하는 말이 된다. ‘모노가타리’는 우리나라로 치자면 일종의 ‘전(傳)’(전기문학)으로 볼 수 있는데, 한 사람의 일생을 다루는 허구의 산문인 것이다. 곧, ‘모노가타리’는 소설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추측에 불과하지만 아마 맞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충분히 깔끔하고 세련된 문체로 이야기를 진행시킬 수 있는 작가가, 일부러 다소 구시대적인 3인칭을 고집하는 것을 보면 설명이 된다. (내가 잘못 봤다면 말해주오.)

 

결국 이 소설은 ‘요노스케 이야기’로 요노스케라는 대학에 입학하는 한 청년의 1년간의 생활을 4월부터 (이듬해)3월(일본 학기의 시작은 4월이다.)까지 12개의 챕터로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조금 더 성장한 요노스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곁들인다. 

 

어쩔 수 없이 철저히 일본 색을 띈 소설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래도 그 일본 문화에 조금은 익숙한 사람들이 읽었을 때에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은 무척 좋다. 이 작품도 아마 내 마음 속 요시다 슈이치 문학들 중 다소 상위를 차지할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다. 이유라면 역시 요시다 슈이치는 현실을 똑바로 직시하려는 성향이 보이기 때문이다. 많은 일본 작가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소설 속에서의 리얼리티를 많이 버리곤 하는데,(반면 재일한국인 작가들은 극도로 리얼리티를 살리곤 한다.) 요시다 슈이치는 늘 소설과 현실을 떼놓지 않고 작품을 쓰기 때문에 간혹가다 한 번씩 그의 책을 읽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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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죽음의 나쁜 예 - 법의학이 밝혀낸 엉뚱하고 기막힌 살인과 자살
에두아르 로네 지음, 권지현 옮김 / 궁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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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읽은 김중혁의 책에 소개된 책. 무척 재미있어 보여 빌렸다. 지난 얼마간 읽은 책들은 대부분 아주 두터웠는데 오랜만에 170여 페이지 밖에 되지 않는 얇은 책을 읽으니 읽기 편했다.  

 

작가인 에두아르 로네는 프랑스에서 과학 전문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데, 그동안 독특하고 재미있는 과학의 세계에 대한 책들을 내왔다고 한다. 이 책도 그러한 과정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면 된다. 수많은 사람들은 수많은 방식으로 자살을 시도하는데, 이 책은 그러한 다양한 자살의 방법들 중 정말로 특이하다고 해도 좋은 여러 사례들을 법의학자들이 낸 논문, 소논문들을 통해 밝히고 있다. 사실 문체도 아주 경쾌하고 재미있는데, 어찌 보면 단순히 흥미를 끌고 자극적인 소재들을 통해 죽음에 대해 너무 가볍게 다루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는 서문에 밝혔듯,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들은 극히 ‘법의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죽음이라고 말한다. 단순히 기괴한 죽음을 말해 흥미를 끄는 게 아니라, 그런 다양한 사례의 죽음들을 ‘학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책이라는 이야기다. 뭐, 어쨌든 기이한 죽음(자살)의 방법들은 흥미롭긴 하다만. 

 

무튼 내가 여기서 이 책이 다룬 자살 방법이 얼마나 독특하고 기괴한지에 대해 말하는 것은 안 그래도 얇은 이 책을 읽을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거 같아서 그런 부분은 차치하고 말하자면, 이 책은 정말 읽을 만하다. 정말로 사람들의 사회는 복잡하고 기괴하게 구성되어 있구나, 절로 손으로 무릎을 치게 된다. 

 

어쨌건 이 책은 자살에 대한 의견이나 그것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책이 아니다. 그저 그 자살과 죽음의 여러 독특한 방법을 단순히 학자적인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때론 작가의 이상하리만치 담담한 어조에 놀랄 수도 있지만, 뭐, 일독을 강하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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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된 장소에서 언더그라운드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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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는 언더그라운드2. 지난번에 읽은 언더그라운드의 후속편이다. 그땐 옴진리교 사린테러 사건 때의 피해자들을 인터뷰했었다. 하지만 그 책이 출판되고 난 후 하루키는 너무 한쪽에만(피해자 측) 편향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내 생각으론 그런 책이 출판된 것 자체가 너무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서 이번 책-언더그라운드2(일본에선 포스트 언더그라운드라는 제목으로 연재되었다고 한다. ‘약속된 장소에서’는 출간될 때 바뀐 이름이다.)은 옴진리교의 교인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다. 사건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사람들은 전부 재판 중이었기 때문에 그들을 직접 만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일반 교인들을 만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딱 잘라 말하면 이 책도 무척 좋았다. 1권에서 느낀 특유의 사실감이 너무도 잘 전달되었다. 1권의 집필 동기 자체가 언론이나 다른 수단을 통해서는 사린테러 사건의 진짜 사실을 알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에 하루키가 직접 피해자들을 만나며 이야기를 들은 것이었는데, 그런 만큼 소설이나 보고서에서는 살릴 수 없는 진정한 사실성이 덩어리로 쏟아졌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일방적인 가해자이며 사이코 집단이라고만 생각했던 옴진리교였지만, 실제로 그 안의 일반 신도들을 만나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물론 교주 아사하라와 테러를 계획, 실행했던 사람들은 잘못을 저지른 것이며 죗값을 치러야 한다. 그러나 난데없이 터진 사건에 혼란스러워했던 것은 일반신도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그들이 우리가 생각했던 ‘맹목적이며 앞뒤볼줄 모르는 광신도들’ 이미지와는 상당히 달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인터뷰를 할 정도면 상당히 느슨한 신도들일 가능성이 높지만, 그들이 이야기한 주변 사람들 얘기를 들으면 그들이 전부 맹목적인 것은 아니었다.  

 

사실 대부분의 신도는 말 그대로 종교적 귀의를 위해 옴진리교에 입단한 것이 맞다. 그들도 사린 테러 사건이 큰 잘못인 것을 알며, 그 사건을 저지른 사람들이 벌 받는 것에 동의한다. 또한 그들 자신이 옴진리교에서 생활을 하면서 겪고 본 여러 부조리들에서도 그들은 분명 자각하고 있었다. 또한 사건 이후 옴진리교를 보는 시선에 대해서 불편해한다는 점도 같다.(탈퇴 한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지만.)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들도 역시 피해자들처럼 옴진리교에 대해 원망을 하고 있지는 않았다. 사린 테러 용의자로 지목받아 경찰서에 다녀 온 사람들도 있고, 그 뒤로의 생활도 불편한 것은 많았지만 그들은 그것에 대해 불평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신자들은 진정으로 옴진리교를 단순한 종교로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옴진리교의 사상들 대부분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사회에서 적응하기 힘든 종류의 사람들의 마음을 잡아끄는 뭔가가 있었던 것 같다. 이 부분은 책을 읽는 편이 내가 설명하는 편보다 나을 것 같다. 그렇게 몇몇의 옴진리교 관계자들의 말을 듣고 있으면 정말로 기분이 묘해진다. 왜 그런 사건이 일어났으며, 그래야만 했는지에 대해서 판단하기가 무척 혼란스러워지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그런 테러를 저지르는 집단은 순수한 ‘악’이며 그것을 쳐부수는 ‘선’을 보고는 마음이 후련해지는데, 이건 애초에 옴진리교가 진짜 ‘악’인지부터 헷갈리는 상황이 오는 거다. 아마 이런 점들 때문에 모르긴 몰라도 일본 내에서도 이 책이 상당히 화제가 되었을 것 같았다. 

 

거기에 더해서 이런 책이 나올 수 있는 일본의 환경과, 이런 일을 맡아 하는 작가가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부럽게 느껴졌다. 전의 포스팅에도 썼듯이 우리나라도 여러 비참하고 혼란스러운 사건들이 많았는데(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대구지하철, 멀게는 5.18광주 민주화운동 등) 그것들에 대해 진지하고 생생한 접근을 한 적이 없다. 아마 단순히 노력의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여러 정치적인 문제들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들을 전부 포함해 참 부러웠다. 

 

마지막으로 현재 옴진리교를 탈퇴한 한 남자의 이야기 속에서 내 주변에서도 볼 수 있었던 종교인들이 가지는 특유의 태도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는 다음과 같다. 그런 종류의 사람은 남의 얘기를 아예 안 듣는 것은 아닌데, 무언가 자신을 설득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한다면 그는 그 얘기를 신경 쓰지도 않는다. 그리고 그 자신을 설득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것도 사실은 단순히 그 이야기의 논리성과 타당성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자신의 마음에 드느냐가 중요하다. 또한 자신이 믿는 것과 지식들에 상당한 자부심과 자존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들을 건드리면 쉽게 분노한다. 대체로 권위주의적이며 아주 깐깐한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런 성향을 일반화시킬 수는 없지만, 어떤 종교든 깊고도 고집스럽게(아집을 부리며) 빠진 사람의 경우는 저런 성향을 보이기 쉽다. 자신의 믿음에 따라서 극단적인 행동을 하기도 쉽다는 생각이 든다.(아마 그런 행동 자체도 스스로의 믿음에 의해 합리화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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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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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갑자기 이 책이 생각나서(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냥 생각났다.) 오랜만에 인터넷을 통해 이 책의 정보를 찾아보니 영화가 나왔다고 했다. 그래서 급히 그 영화를 찾아봤는데 너무 찾기 힘들었다. 며칠이 지나도록 이 책이 머리를 맴돌아 결국 어제 빌리고 말았다. 

 

이 책은 단연 온다 리쿠 최고의 작품(이라고 말할 정도로 그녀의 소설을 많이 읽지도 않았지만, 어쨌건)이라고 말할 수 있는 동시에, 내가 읽은 청춘 문학(그런 장르가 존재한다면, 어쨌든)에서 가장 좋은 책들 중 하나이다. 가상의 한 고등학교 북고에서 매년 개최되는 행사인 보행제(24시간을 걷는 행사)를 배경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줄거리는 단순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중심이 되는 단 하나의 갈등만을 놓고 진행되는데, 그 단순함 덕에 이야기 에 아주 깊이 빠져들 수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단순하다고 흥미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배경이 되는 고등학생 3학년인 젊은이들의 심리를, 이 작가는 너무도 잘 묘사한다. 그들의 서툰 마음과 행동, 두근거리고 빛나는 순간, 그리고 잡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담담하게 서술되는 글은 마음에 깊이 남는다. 가장 좋은 것은 보행제라는 행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나도 20대 초반이었는데, 그땐 장시간 걸어 본 경험이 없었다. 하지만 군대에서 행군도 해보고, 작년에 산티아고 순례길에 다녀 온 경험으로 읽어보니, 분명히 처음 읽을 때 발견하지 못했던 많은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작가도 분명 오랜 기간 걸어 본 경험이 있지 않고서는 이런 서술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독후감을 쓰며 찾아보니 난 이 책을 2006년에 이미 두 번이나 읽었었는데, 그때는 대부분의 감상이 주인공들의 심리 묘사와 줄거리에 치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오늘 읽은 느낌으로는 이것의 배경이 꼭 보행제가 아니면 안 되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오래 걸어본 사람은 안다. 몸의 피로가 마음으로 전달되는 그 느낌을.  

 

특히나 마지막에 모든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의 희열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이다. 추리 소설을 써 온 작가라서 그런지 마지막에 모든 것을 뭉쳤다 터뜨리는 연출은 너무도 훌륭하다. 동시에 이 작가의 다른 소설들이 대부분 추리와 장르문학이라 이 소설에서 느낀 감동을 느끼지 못할 것 같아 쉽게 빌려보지 못하고 있다. 결국, 그런 우려가 들 정도로 이 소설이 너무 좋았다는 말밖에는 나는 할 말이 없다. 

 

(+)본격적인 독서를 시작한지도 벌써 십 년이 넘어가는데,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에는 지금 내가 읽는 이 소설들을 나중에 읽어도 재미있을까 하는 의문이 많았다. 그때의 나는 내가 얼마나 어리고 부족한지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언젠가는 내가 어떠한 계기로 큰 성장(지적, 정신적)을 할 줄 알았다. 하지만 난 아직도 만화책을 좋아한다. 취향은 쉽게 변하지 않는가보다. 아마 몇 년 후 나는 이 책을 다시 읽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도 난 이 책에 충분히 감동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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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되겠지 - 호기심과 편애로 만드는 특별한 세상
김중혁 지음 / 마음산책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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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우연히 반납 코너에 있어서 슬쩍 펴봤는데, 카툰+에세이의 구조를 가진 책이었다. 아주 예전에 김중혁의 단편집을 그럭저럭 즐겁게 읽은 기억이 있어서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만화도 그리는 줄(그것도 꽤나 잘)은 몰랐다. 덕분에 급격히 흥미가 돋아서 빌리게 되었다.(사실은 하루 전에 도서관에서 보고 대출할 책이 꽉 차서 그 다음에 빌리긴 했지만.) 

 

대체로 아주 가벼운 글들의 연속이었다. 카툰도 그림은 재미있게 잘 그렸지만 내용은 사실 별로였고, 그러다보니 그전에 그럭저럭 즐겁게 읽었다고 생각한 그의 단편집도 왠지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몇몇 글들은 나 자신에게 아주 유효했다. 그는 글에서 일관되게 자신의 행복론에 관해 설파한다. 그리고 그 행복론은 김난도 같은 양반이 말하는 행복론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었다. 이유는 김난도의 말은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 자신의 삶과 그의 글 사이에는 너무도 큰 괴리가 있다. 하지만 김중혁은 자신의 생각 그대로를 실천하면서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었고, 그랬기 때문에 그의 몇몇 글들은 무척이나 마음으로 다가왔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이 책을 돌이켜보면 그리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지 않을 것 같다. 얼마간만 지나도 내가 이 책을 읽었나 싶을 정도로 기억이 희미해질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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