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란 무엇인가 - 책 만드는 사람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
김학원 지음 / 휴머니스트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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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난 20여 년 간 ‘미학오디세이’,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등 수많은 인문, 역사서를 출간해온 휴머니스트 출판사의 김학원 대표가 제목 그대로 ‘편집자란 무엇인가’에 대해 쓴 글이다. 한국에서 90년대 초반부터 계속 출판업계쪽에서 의미 있는 출간 활동을 계속 해오다가 2000년대에 들어 미국으로 더 좋은 편집자가 되기 위해 유학을 떠났다가 돌아와서 출판한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은 출판업계에서 일하고 싶은 예비 편집자, 그리고 현재 출판업계에 입문한 초보 편집자, 그리고 현재 왕성하게 출판을 하고 있는 기존 편집자 모두를 위한 책이라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만큼 풍성하고 좋은 정보를 많이 담고 있기 때문이다. 출판업에 오래, 그리고 제대로 종사해 왔다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질 정도로 글들은 아주 훌륭하다. 무엇보다 저자의 인성 자체가 아주 훌륭했기 때문에 이런 좋은 글이 나올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저자가 그간 출판업에 종사하며 편집한 책들 중 아주 좋은 책들이 많았기 때문에 설득력은 더 커진다. 이 편집자 한 명이 없었다면, 우리나라의 인문서적들은 보다 볼품없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특히 직업윤리와 직업에 대한 애정을 토로하는 부분들은 작지만 깊은 감동을 준다. 책의 백미는 현재 출판업에 종사하고 있는 55명의 편집자들에 대한 설문인데, 진솔하고도 당당하며 생생한 느낌을 준다.  

 

책이라는 매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점들 중 하나는 단연 간접경험이다. 자신이 관심이 있지만 실제로 시도해보지 못한 분야들에 대해,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생생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은 책을 읽는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다. 그리고 이렇게 한 분야에 대해 아주 좋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출판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필독해야 할 목록의 도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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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원 2013-09-17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연히 글을 읽고 감사한 마음에 말없이 발길을 돌리기 힘들어 댓글 남깁니다. 고맙습니다. 비록 오십을 훌쩍 넘겼지만 청춘의 열정으로 좋은 책 열심히 펴내겠습니다. 건강하시고 추석 명절 휴가 잘 보세요.^^

김동훈 2014-03-26 18:56   좋아요 0 | URL
이 글을 보실 일은 없겠지만 저도 오랜만에 알라딘 들어와서 기분 좋은 댓글을 읽으니 기분이 좋네요 ㅎㅎ

댓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책 많이 부탁드립니다.
 
천일야화 3 열린책들 세계문학 138
앙투안 갈랑 엮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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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도서를 읽는 일은 늘 괴롭다. 이 책을 1권부터 6권까지 한꺼번에 읽는다고 생각하면, 그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답답해진다. 그래서 늘 세 권을 빌릴 때 한 권씩만 끼워 넣는다. 이게 바로 내가 아주 긴 장편을 읽는 방식이다.  

 

3권도 마찬가지로 셰에라자드의 재미난 이야기가 계속된다. 이상할정도로 각각의 이야기들의 결말엔 아무런 패턴이 없다. 결혼혐오증에 걸린 한 남자가 주인공이다. 하지만 엄청나게 예쁜 여자가 나타나 사랑에 빠진다. 사랑하는 두 사람은 오래도록 기다리다 만난 거다. 둘은 힘든 과정들을 거쳐 만난 만큼 애틋하고 깊이 사랑한다. 결국 결혼에도 골인한다.(그 와중에 한 명을 더 만나 셋이 결혼한다. 이슬람 사회는 일부다처제니까.) 그리고 다음 이야기에선 그 남자의 두 아내가 각각 상대방이 낳은 아들들을 사랑하게 된다. 이게 무슨 막장드라마냐고? 천일야화다. 그리고 남자는 후회한다. 역시 결혼 따위는 하는 게 아니었다고. 

 

이런 식으로 끝도 없는 이야기들은 진행된다. 너무 잘 짜여져 있지 않기 때문에 이야기는 오히려 사실적으로 느껴진다. 현실도 아무런 복선 없이 끊임없는 이야기들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속에서 순종을 배운다. 특히 이번 권에서는 우리나라 고전소설과 아주 흡사한 구조를 지닌 이야기를 만나서 무척 놀랐다. 아주 전형적인 한국 고전소설의 느낌이었다. 이런 이야기들의 원형 구조들이 흐르고 흘러 세계에 퍼진 것이리라. 그 이야기들의 흐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무척 황홀한 기분이었다.  

 

매번 한 권을 읽고는 재밌긴 한데 다음 권을 도저히 읽을 자신이(끈기가?) 없어지는 기분이 들지만, 이번에도 역시 버릇처럼 4권을 빌렸다. 셰에라자드의 목을 치지 못하는 한 명의 칼리프가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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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지음 / 마음의숲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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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삶을 의태어로 표현하자면 ‘꾸역꾸역’일 거다. 꾸역꾸역 출근을 하고, 꾸역꾸역 책을 읽고, 꾸역꾸역 밥을 먹고, 꾸역꾸역 산다. 그런 와중에 김연수의 글을 만난다. 이 책은 김연수가 달리기를 하며-혹은 인생을 살며-느낀 것들에 대한 에세이다.  

 

요즘 나는 내 자신을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늘 다른 사람만큼의 ‘어떤 것’을 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해왔었다. 남들만큼 놀고 남들만큼 공부하고 남들만큼 일하고 남들만큼 블라블라. 그런 것들을 충족하지 못하면 나는 자신이 무척 찌질 하게 느껴졌고, 그건 다들 알다시피 그리 좋은 기분은 아니다. 그래서 작년엔 통장을 털어 여행까지 다녀왔을지도 모르겠다. 특히 ‘노는 것’에 대해서는 남자들의 사회를 겪어본 사람이라면, 그 부분에서만큼은 결코 뒤쳐지면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을 거다. 그래서 우리는 군대에서 근무를 설 때 뻥을 친다. 자기가 얼마나 잘 나갔는지에 대한 거짓말들. 그리고 그것은 전역을 하고 복학을 하고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해서도 마찬가지다. 그 대부분의 무용담들은 절반 즈음의 상소리를 동반하고 얘기되어진다.  

 

그리고 난 요즘 그러한 순환고리에서 한 발자국쯤 떨어진 기분이 든다. 나는 잘 놀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난 담배도 안 피고 술도 안 먹고 심지어 커피도 안 마신다. 당구는 말할 것도 없다. 밤늦게까지 노는 게 싫고 저녁땐 혼자 생각을 하다 티비를 보거나 책을 보는 게 좋다. 나는 내 이런 점들이 늘 ‘찌질’하게 느껴졌었는데, 얼마 전부터 그것을 받아들이고 나니 마음이 무척 편하다. 그냥 그게 내 삶에 맞는 것들인 것이다. 

 

김연수도 ‘사람 좋고 성실한’ 자신이 늘 콤플렉스였다. 그 주변의 소설가들은 사람 좋고 성실한데 글을 못 쓰는 것보다, 사람 나쁘고 성실하지 않아도 글을 잘 쓰는 걸 선호한다. 어쨌건 소설가들은 대체로 사람 좋고 성실하지는 않은가보다. 그래서 그는 늘 그런 자신의 점들을 쑥스러워했다. 하지만 달리기를 시작하고, 대회에 나가보니 그건 역전되었다. 마라톤은 매일의 꾸준함이 쌓여야만 완주를 할 수 있다. 이른바 성실함은 기본 요건인 거다. 마라톤의 세계에서 김연수는 그리 성실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냥 보통이었던 거다. 그리고 그제야 비로소 김연수는 사람 좋고 성실한 자신을 받아들이게 된다. 자신이 있어야 하는 곳에 있게 된 거다. 

 

그런 것 같다. 소설가라서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고 특별하게 사는 것 같지만, 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니 소설가가 된 것은 아닐까. 인생이란 그런 것 같다. 김연수는 그런 얘기를 한 권 내내 한다. 그냥 그때그때 하고 싶은 걸 하고, 여름엔 더워하고, 겨울엔 추워하다보니 소설가가 되었다. 그런 얘기다. 

 

요즘 참으로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이 책은 왠지 그런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한 위로처럼 느껴졌다. 김연수를 엄청 좋아한다거나 하는 건 아닌데 종종 그의 책을 찾아 읽을 때가 있다. 아마 그런 점들 때문에 나는 김연수를 읽는 것 같다. 언젠가 우연히라도 그를 마주치게 된다면 깊이 고개 숙여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좋은 글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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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언 - 전3권
엘리자베스 코스토바 지음, 조영학 옮김 / 김영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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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갈수록 읽기 힘들어서 3권은 읽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결말 부분에서 조금 흐지부지 끝나는 감이 있었는데, 그게 조금 아쉬웠다. 그리고 갈수록 대부분의 진행이 등장인물들의 대화나 행동이 아닌 소설 속 ‘문서’들로 이루어진다는 점도 아쉽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재치 있고 지적이며 아주 흥미로운 작품이란 것은 분명하다. 특히나 그녀의 소설 속 ‘드라큘라’라는 존재는 트와일라잇 같은 데 나왔던 이상한 소년소녀 판타지가 결합된 알 수 없던 애들과는 달리 유난히 사실적이다. 그 사실적이라는 말은 곧 그만큼 공포스럽다는 이야기도 된다. 그 공포는 일종의 사실적 공포다. 혼자 사는 집에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침대 밑에 귀신이 있는 것과 사람이 있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사실적으로’ 공포스러울지는 실은 무척 간단하다. 엘리자베스 코스토바가 그리는 공포는 후자의 공포와 흡사하다. 

 

어쨌건 이 소설은 한동안의 흐름이었던 미국 대중소설들 중 상당히 훌륭한 작품들 중 하나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영화의 판권도 팔렸다는데 이건 정말 영화로 만들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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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언 2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7
엘리자베스 코스토바 지음, 조영학 옮김 / 김영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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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총 세 개의 주 네러티브가 교차적으로 진행되면서 이야기는 점차 절정으로 치닫는다.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소설에서 그 이야기를 따라가는 과정은 살 떨리게 즐겁다. 3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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