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밖의 세계사 지혜가 드는 창 5
안효상 지음 / 새길아카데미 / 199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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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김학원 편집자의 책에서 본 ‘상식 밖의 세계사’라는 책이 아주 흥미로워보여서 빌렸는데, 왠지 이 책이 아닌 것 같다. 도서관에서 검색했을 때 여러 권이 나오기에 93년에 출판된 이 책이 그 책인 줄 알았는데, 막상 읽어보고 김학원 편집자가 쓴 글을 생각해보니 다른 책인 듯하다. 

 

상식 밖의 세계사라고 해서 세계사의 숨겨진 비밀들이나 상식과 다른 이야기를 말 할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정확한 이름은 상식의 세계사라고 해야 옳다고 할까... 총 67개의 꼭지로 이루어진 이 책은 극히 무난하게 진행된다. 고대부터 시대별로 이야기가 진행됨은 물론, 그 이야기들 전부가 그냥 통사를 다루고 있다. 단지 그 통사를 자잘하게 잘라놓은 것뿐이다. 간혹 흥미롭고 몰랐던 사실이 전혀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극히 평범한 세계사적 지식일 뿐이다. 거기에 더해서 통사적인 지식을 전달하지만, 통사는 아니기 때문에 세계사적 지식을 어느 정도 갖추어놓지 않은 상태로 이 책을 본다면 무척 당황스러울 것도 같다. 이 책의 내용 대부분은 세계사적 지식을 기반으로 한 뒤에야 읽을 수 있다. 

 

어쨌건 입문서로서의 위치도 어중간하고, 전문 서적으로서의 위치도 아주 애매한 책이다. 세계사 입문자나, 관심이 있는 사람 어느 쪽에도 추천하기에 난감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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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야화 4 열린책들 세계문학 139
앙투안 갈랑 엮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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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을 너무 고통스럽게 읽어서 재미를 잃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4권에서는 흥미를 느꼈다. 사실 3권까지는 역자(앙투안 갈랑)가 원본에 의거, 셰에라자드와 칼리프, 디나르자드의 이야기를 계속 삽입하고(n번째 밤) 있었는데 가독률이 떨어지므로 4권부터는 삭제해 다시 엮는다. 그 덕분인지 가독률이 상당히 올라갔었다. 분명히 그런 식으로 호흡을 끊는 연출은 그리 좋지 않다. 

 

여전히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갈수록 하나의 이야기의 길이가 길어지고 있다. 또한 왠지 그 이야기들 중 일부는 실화에 기반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생했다. 이야기 자체가 사실성이 넘친다는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들의 기이함이야말로 기록되어질만한 사건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쨌건 6권까지는 묵묵히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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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 없이 해피엔딩 - 김연수 김중혁 대꾸 에세이
김연수.김중혁 지음 / 씨네21북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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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가 소설가가 되었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심지어 나 자신도 소설가라는 경우에는. 상대방의 기분은 또한 어떨까. 그런 것이 궁금해질 땐 이 책을 읽으면 된다. 

 

경북 김천에서 나고 자란 이 두 소설가는 잘 알려진 문단의 죽마고우라고 한다. 그간 두 사람은 각각의 글들을 통해서 그 사실들을 넌지시만 밝혀왔는데, 이번에는 아예 작정하고 함께 책을 썼다. 아니 그 이전에 함께 영화에 대한 수필들을 1년 정도 격주로 연재했다. 그것을 책으로 낸 게 바로 이거다.  

 

초등학교부터 친구인 것도 그렇지만, 함께 소설가라는 그리 흔치 않은 직업을 갖게 된 두 사람은 다소 미묘한 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김연수의 경우는 이른 나이에 등단을 한 것도 모자라 10여권이 넘는 소설책을 낸 데다가, 여러 종류의 상을 많이도 탔다. 반면 김중혁은 등단도 늦은데다가 낸 글들의 절대적인 분량도 김연수에 비해 무척 모자라다. 여러모로 김중혁이 김연수에 비해 작가로서의 커리어는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책을 처음 집어 들고 이 두 사람의 기구한 운명에 숙연해졌다. 두 사람이 여러모로 비교가 될 수 밖에 없는 책인 거다. 솔직히 김연수가 더 뛰어난 글들을 쓸 거라고 지레짐작했다. 하지만 오랜 친구라는 점을 내가 너무 간과했던 것일까. 한 주씩 돌아가면서 연재했던 이 글들에 김중혁의 자격지심은 없다. 초반부 다소 김연수를 따라가기 벅차보였던 김중혁의 글이지만, 중반을 넘어가면서는 정말로 자연스럽게 두 친구는 적절한 선을 발견해낸다. 그 뒤로는 경쟁이고 뭐고 없다. 그저 이건 한 권의 책일 뿐이다. 두 사람은 절묘하게 조화되기 시작한다. 

 

마치 편지를 보내듯 하나의 글에 다음 사람은 답변한다. 각각의 칼럼은 각각의 영화를 소개하고 있지만, 서로의 글에 대해 품평하기도 하며, 대화를 나누는 듯 한다.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글이 나오다보면 다소 번잡해 질 것도 같지만, 막상 읽어보면 너무도 잘 어우러지는 두 사람의 글은 무척 훌륭하다. 한 권의 훌륭한 책이 된다. 어쩌면 우연히 최근에 읽었던 두 사람 각각 수필집보다 더욱 재밌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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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일요일들
은희경 지음 / 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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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독서 취향에 대해 대충 알고 있는 사람들은 내가 은희경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녀의 작품을 좋아해 장, 단편 가리지 않고 읽어왔다. 학교 내 작은 문학 토론 동아리를 잠시 할 때도, 내 선정 작품은 그녀의 것이었다. 별다른 고민 없이 선택했던 기억이, 그리고 꽤 좋은 평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솔직히 그녀의 최근 작품들은 영 좋아할 수가 없었다. 대략 ‘그것은 꿈이었을까’정도부터였던 것 같다. 특히나 최근의 비밀과 거짓말-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소년을 위로해줘 콤보는 날 무척이나 곤란하게 만들었다. 그녀의 작품에 대한 오랜 애정이 그녀의 소설을 보는 내 마음을 흐리게 했다. 솔직히 그 세 작품은 유난히 내 취향에 맞지 않았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최후의 결론은 하나였다. 그래도 나는 그녀의 작품을 여전히 좋아한다는 것. 그것이었다. 

 

그래서 그녀의 산문집을 빌려 보았다. 작가 생활을 꽤 길게 한 작가임에도 처음으로 낸 늦깎이 산문집이었다. 또한 산문집을 내기 위한 산문이 아니라, ‘소년을 위로해줘’를 연재할 때 연재 마지막마다 붙였던 ‘사족’들에 트위터에 쓴 문장 몇몇을 붙여 만들어 낸 산문집이었다. 그리고 이 산문집을 읽은 내 감상은...글쎄? 

 

솔직해지기로 하자. 이 말을 하지 못해서 말이 멤 돌았던 것이다. 난 솔직히 최근에 나온 은희경의 소설들이 별로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그녀의 작품을 계속 봐왔던 것은 그녀가 가진 문장의 힘 때문이었다. 별로인 작품들 안에서도 그녀는 충분히 빛나는 순간들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감명 깊게 봤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문단과 문단 사이에서 그녀의 문장들은 빛났다. 그래서 난 그녀의 책을 계속 읽는다. 

 

내 입맛에 꼭 맞는 소설을 써달라는 것은 억지다. 그리고 요즘 그녀의 소설을 더 좋아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랬거나 어쨌거나 결론은 난 그녀의 책을 계속 읽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늘 그랬지만 이번 감상문은 특히나 쓸모없는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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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 선언 - 세계 역사를 바꾼 위대한 선언 돋을새김 푸른책장 시리즈 17
칼 마르크스 & 프리드리히 엥겔스 지음, 권혁 옮김 / 돋을새김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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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친구와 오랜만에 연락을 했다. 얼굴을 보기로 약속을 하고 책을 빌리러 가는데, 전에 만났을 때 그 친구가 본다던 공산당선언이 떠올랐다. 트로츠키 평전을 아주 재미있게 봐서 흥미가 생겨 빌렸다고 했는데, 그 이야기 자체가 왠지 기억 속에 남아(아마 흔치 않은 책을 봤기 때문일까.) 자연스레 공산당선언을 빌리게 되었다. 

 

나는 86년생으로 여러모로 늘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로운 세대라고 생각해 왔었다. 하지만 이 책을 빌리면서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찾아서 들고 대여하는 곳으로 가는데 이 책을 들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무언가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길에서 경찰을 마주쳤을 때 까닭 없이 몸이 움츠러드는 것과 흡사한 기분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주변에 사람들이 있으면 신경이 쓰여 표지가 보이지 않게 몸으로 가리기도 했다. 이건 어떻게 봐도 레드 콤플렉스였다. 이데올로기에 한없이 자유로운 세대라고 생각했는데, 과거의 족쇄라는 건 생각보다 단단한 모양이었다. 놀라운 경험이다.  

 

책은 예상대로 무척 어려웠다. 본문 자체는 그리 많은 분량은 아니었지만, 그것을 읽는 일은 아주 힘들었다. 이해도 잘 가지 않았다. 오히려 뒤쪽에 부록으로 붙어 있던 ‘해설’ 부분이 더욱 재미있고 이해하기도 쉬웠다. 해설 부분에서는 이 공산당선언이 나오기까지의 시대 배경과 마르크스와 엥겔스에 대한 짧은 이력, 공산주의의 세계적 진행 과정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를 한다.  

 

사실 이 책에 대한 내 감상이나 설명을 쓰는 일은 무척이나 성급하고 경솔하게 느껴진다. 이유는 나는 이러한 사상들에 대해 아주 무지한 상태이며, 이 책 자체를 읽고 이해하는 것도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행간에 숨겨진 많은 의미들을 깨닫기엔 내 지식은 너무나 미천했다. 배움이란 건 욕망이다. 아직 내 욕망은 너무도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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