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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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운동을 하는데, 목표지점까지 달리고 돌아오는 길에 비를 만났다. 갑작스런 소나기였지만 피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 어쩔 수 없이 그냥 맞고 집까지 왔는데, 물론 속옷까지 다 젖고 말았다. 어차피 운동하고 나서 옷을 다 빨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나서 한 운동이라 비를 맞는 일은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아예 몸에 달라붙는 티셔츠의 감촉이 기분이 나빠 윗옷을 벗고 달리려고 하는데, 주머니 속에 있는 mp3가 걸렸다. 전에도 비를 맞은 날 가방에 있던 mp3에 물이 들어가서 고장이 난 적이 었었는데, 윗옷까지 벗으면 주머니에 넣은 mp3가 젖을 것 같아 결국 집에 오는 내내 mp3가 젖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면서 왔다. 그렇게 하나의 걱정을 시작하니 또 다른 걱정들이 스믈스믈 올라왔다. 이 신발 젖으면 신을 거 없는데...  

 

늘 운동할 때 홀가분한 것이 좋아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나가는 편인데, 간만에 시원하고 기분 좋게 운동할 수 있었는데 결국 mp3라는 게 발목을 잡았다. 산다는 건 결국 이런 게 아닐까 한다. 홀가분해 지는 것은 마음의 문제지만 그것들을 막는 게 너무 많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역시 내 마음의 문제인 거다. 

 

이번 하루키의 신작은 생각만큼 재미있었다. 하루키 특유의 문체나 사건을 진행해가는 과정, 즉 하루키 월드를 체험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독창적인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가지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은 독자에게 언제나 즐거움을 준다. 하지만 어느 순간이든 한 번 ‘문학적 정점’에 도달한 작가들의 그 다음 작품들을 살피는 일은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내가 생각하는 하루키 문학의 정점은 단연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였다. 쥐 시리즈 3부작으로 충분한 기반을 쌓은 하루키는 그 위에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그리고 그 뒤에 나오는 작품들은 그 금자탑을 꾸며주는 주변의 벽돌들에 지나지 않게 된다. 지난번의 ‘1Q84’로 다시 한 번 그것에 도전하나 싶었는데, 2권까지 잘 나가다가 3권에서 삐끗하면서 아쉬움은 더욱 커졌다. 그래서 이번 책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읽게 되었다. 

 

내가 느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그의 세계를 구성하는 소품집의 하나로 훌륭히 장식될 것이란 생각이다. 충분히 흥미롭고 재밌긴 하지만 전설은 되지 못할 것이다. 뭐, 그렇다고 문학적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겠지만, 솔직히 한 작가의 최대 역량을 본 이후로는 기대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나게 되고, 묶여진 매듭은 풀리게 되지만, 역시나 말하지 않을 것들은 말하지 않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은 극히 하루키스러운 작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된다. 결국 이 감상문도 악평도 호평도 아니라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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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아트 온라인 5 - J Novel
카와하라 레키 지음, 김완 옮김, abec 그림 / 서울문화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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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권부터는 안 볼 거 같다고 썼지만...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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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굴레에서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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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아주 두꺼운 책이지만, 무척 즐겁게 읽었다. 이 소설은 작가 자신의 극히 자전적인 인생을 모티브로 쓰여진 책으로, 주인공 필립의 유년기부터 서른 살까지의 삶을 다루고 있다. 세계 문학을 읽다보면 이러한 식의 자전적인 젊은 날의 사건과 생각들을 다루는 소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그런 종류의 소설을 ‘교양소설’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이 책의 해석을 보며 알게 되었다.  

 

작가들이 갖는 가장 멋진 점은 ‘남들이 다 생각하는 것’을 쓴다는 것에 있다.(물론 네러티브나 플롯의 이야기는 아니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쓴다면 그 소설은 이미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다소 점수가 깎일 수밖에 없다. 작가는 평소 사람들이 생각하고 사는 것들, 하지만 표현력이나 통찰력이 부족해 문자화 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구체화시키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의 그러한 글을 읽을 때마다 절로 손뼉을 치며 감탄하게 되는 것이다. 아! 이거 내가 생각하던 건데! 라며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남들이 다 생각하는’문제들은 시대를 초월하는 경우가 많다. 백여 년 전에 써진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얼마나 많이 필립의 삶에 공감을 했던가. 20대의 어둡고 좁은 통로를 통과하는 필립의 여러 모습들은 자연스레 현재의, 과거의 나와 겹쳐졌다. 그리고 그 통로를 통과해 30살이 된 필립이 느끼는 사랑에 대한 감정을 보며, 슬픔을 느끼는 동시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가에 대한 고민은 누구에게나 있어 언제나 가장 큰 화두가 아닐 수 없다.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던 순간도, 나중에 바라보면 아주 바보 같았던 적이 없지 않다. 지금의 내 삶도 몇 년 뒤의 내가 바라본다면 어떻게 보일지 너무 궁금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늘 고민하고 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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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아트 온라인 4 - J Novel
카와하라 레키 지음, 김완 옮김, abec 그림 / 서울문화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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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권부터는 안 볼 거 같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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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아트 온라인 3 - J Novel
카와하라 레키 지음, 김완 옮김, abec 그림 / 서울문화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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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같은 장르의 어떤 매체라고 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걸 보는 눈은 바뀌는 모양이다. 예전이었음 무척 즐겁게 읽었을 특정한 어떤 장면들을 지금 읽고 있으면 거리를 두고 냉정히 볼 수 있게 되었다. 참을 수 없는 손발의 오그라듬을 이젠 담담히 바라볼 수 있게 되었으니.  

 

무튼 이런 종류의 책은 내러티브가 가장 큰 장점이다. 앞으로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계속 읽게된다,는 무슨 ‘ㅅㅂ 껨하는데 이유가 있냐’라는 희대의 명대사처럼 라이트 노벨 읽는데 이유가 있냐 그냥 읽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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