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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굴레에서 2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평점 :
10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아주 두꺼운 책이지만, 무척 즐겁게 읽었다. 이 소설은 작가 자신의 극히 자전적인 인생을 모티브로 쓰여진 책으로, 주인공 필립의 유년기부터 서른 살까지의 삶을 다루고 있다. 세계 문학을 읽다보면 이러한 식의 자전적인 젊은 날의 사건과 생각들을 다루는 소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그런 종류의 소설을 ‘교양소설’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이 책의 해석을 보며 알게 되었다.
작가들이 갖는 가장 멋진 점은 ‘남들이 다 생각하는 것’을 쓴다는 것에 있다.(물론 네러티브나 플롯의 이야기는 아니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쓴다면 그 소설은 이미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다소 점수가 깎일 수밖에 없다. 작가는 평소 사람들이 생각하고 사는 것들, 하지만 표현력이나 통찰력이 부족해 문자화 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구체화시키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의 그러한 글을 읽을 때마다 절로 손뼉을 치며 감탄하게 되는 것이다. 아! 이거 내가 생각하던 건데! 라며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남들이 다 생각하는’문제들은 시대를 초월하는 경우가 많다. 백여 년 전에 써진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얼마나 많이 필립의 삶에 공감을 했던가. 20대의 어둡고 좁은 통로를 통과하는 필립의 여러 모습들은 자연스레 현재의, 과거의 나와 겹쳐졌다. 그리고 그 통로를 통과해 30살이 된 필립이 느끼는 사랑에 대한 감정을 보며, 슬픔을 느끼는 동시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가에 대한 고민은 누구에게나 있어 언제나 가장 큰 화두가 아닐 수 없다.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던 순간도, 나중에 바라보면 아주 바보 같았던 적이 없지 않다. 지금의 내 삶도 몇 년 뒤의 내가 바라본다면 어떻게 보일지 너무 궁금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늘 고민하고 살 수밖에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