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약속
루스 퀴벨 지음, 손성화 옮김 / 올댓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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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곳에는 수많은 물건들이 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내 주변에도 컴퓨터, 스마트폰, 머그컵, 핸드크림 등등 이루 나열할 수 없는 수많은 물건들이 내 주변에 놓여 있다. 이 모든 물건들은 나와 각각의 에피소드들로 이어져 있다. 각각의 물건이 내 인생에 어떤 식으로 개입되었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모두 다르다. 그 물건들과 나는 관계를 맺고 있다. 

<사물의 약속>은 사회학자인 저자가 어떤 물건과 사람사이의 관계에 대해 8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심리학적인 관점으로 사회적인 현상과 역사적 의미를 파헤치고 있다. 이 작품이 소개하고 있는 8개의 에피소드에는 유명인(마티스, 에드워디언, 보부아르 등)들과 그들의 물건을 소개하고 있기도 하고, 특정한 물건 자체(이케아의 의자, 벨벳 재킷 등)에 초점을 맞춰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특정 물건 자체에 초점을 맞출 때는 작가가 등장한다. 작가 개인사에 그 물건들이 어떠한 영향을 주고 어떻게 관계를 맺었는가를 설명한다.  

이 책이 소개한 에피소드들 중에서는 역시 작가 자신과 관계를 맺은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었다. 명사들의 물건의 이야기도 좋지만, 아무래도 작가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는 곧 지극히 공적인 이야기도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보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자세하게 풀어 낼수록 그 이야기는 공적인 힘을 갖는 것 같다. 작가가 자신이 벨벳 재킷을 소유하게 되면서 겪게 된 여러가지 심리적 변화만큼 공감이 가는 내용도 없었다. 


작가는 이런 에피소드들을 통해 결국은 소유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우리가 어떤 물건을 살 때는 그것이 꼭 필요해서인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소유하고 싶어 한다. 나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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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리 블라이의 세상을 바꾼 72일 넬리 블라이 시리즈
넬리 블라이 지음, 김정민 옮김 / 모던아카이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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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선, 넬리 블라이라는 인물에 대해 알아야 한다.  넬리 블라이는 19세기 말(1864년)에 태어난 인물이며, 본명은 엘리자베스 제인 코크 런이다.  

넬리 블라이는 20세에 지역 일간지에 실린 여성혐오 칼럼을 읽고, 반박문을 그 신문사에 보내게 된다. 재밌는 것은 이 신문사의 편집장이 그의 글을 마음에 들어했고,  기자로 채용하게 된다. 그렇게 기자로 일하며 23세에 정신병원에 10일감 잠입 취재를 한 후 정신 병원의 실태를 폭로했고, 그 기사는 특종이 된다. 그는 이렇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기자가 된다. 


사실 현대에도 여성으로서 직접인으로 살아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19세기 말에 그런 일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된다. (넬리 블라이 같은 인물을 설명하며 여자니 여성이니 같은 말을 하는 것도 죄송스럽지만, 현실이 그렇다보니 하지 않을 수도 없다.) 

이 책은 넬리 블라이가 기자 생활을 하며 세계 일주를 하게 된 것에 대한 기록이다. 제목 그대로 넬리 블라이는 총 72일 간 세계 일주를 하게 되는데(미국에서 대서양쪽으로 출발해 지구를 한 바퀴 돈 후 태평양 쪽으로 해서 다시 미국에 도착) 당시 시대를 생각하면 엄청난 도전정신이 아닐 수 없다. 

세계여행을 가게 된 사연도 흥미로운데, 넬리 블라이는 소설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읽고 자신은 80일보다 빨리 세계를 일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신문사에 말했고, 신문사에서는 그런 그의 제안에 흥미를 느껴 세계 일주를 하는 것을 지원했다고 한다.(이런 자세한 내용도 책에 다 나와 있음) 

이 책은 당시(19세기 말)의 세계 각국의 생활상을 그려냈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를 갖는다. 그가 실제로 방문한 나라들에 대해 묘사하고,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쓰고 있으며 정말 흥미롭다.(아쉽게도 한국은 방문하지 않았지만, 이웃나라 일본을 방문해 기록을 남기기고 했다.) 



표지 또한 멋진데, 넬리 블라이의 탄생 151주년을 기념하여 만든 구글 두들 일러스트레이터 케이티 우의 작품을 넣었기 때문이다. 케이티 우(그림)는 예예예스의 케런 오(음악)와 함께 구글두들을 제작했는데 구글두들 영상도 정말 멋지니 꼭 찾아볼 것.(케런 오의 목소리가 정말 예쁘다.) 

다만 아쉬운 점은 디자인이다. 일러스트도 멋지고 내용도 좋은데, 책의 디자인이 애매하다. 글자의 장평도 좀 이상해보이고... 읽는 데 불편함은 없지만 다소 아쉽다, 정도로 표현하는 게 맞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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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여자들 - Dear 당신, 당신의 동료들
4인용 테이블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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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출간한 퍼블리(PUBLY)라는 회사와는 나름의 인연이 있어, 그들의 활동을 흥미있게 지켜본 경험이 있다. 퍼블리는 양질의 디지털 콘텐츠를 생산하여 그것을 판매하는 회사였는,데 이 책은 그런 디지털 콘텐츠를 다시 한 번 책으로 출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하는 여자들>은 제목 그대로 '일하는 여자들'에 대한 책이다. 양장의 좋은 재질로 제작된 이 책은 처음 받은 순간 꼼꼼하게 잘 만들었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퍼블리의 욕심이 느껴지는 부분. 

이 책에서는 총 11명의 일하는 여성들을 인터뷰하였다. 영화감독부터 일러스트레이터, 작가, 극작가, 기자까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성으로서 한국사회에서 한 명의 직장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그 여성이 결혼한, 아이를 가진 여성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존재(출간)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그런 여성들의 자세한 이야기를 다룬 것만으로도 이 책의 존재 의의는 무척 크다. 특히 자신이 일하고 싶은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직업인'으로 봤을 때에도 무척 의미가 있다. 어떤 직업에 대해 알고 싶을 때 가장 좋은 것은 그 일을 하고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해 보는 것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그 직업, 그리고 그 직업에서 여성으로서 일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다.(그것이 마냥 유쾌한 경험은 아닌 듯하지만) 


다만 아쉬운 점은 보다 '평범한' 직장인으로서의 여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평범이라는 것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답하기 궁색하지만, 적은 월급을 받으며 작은 규모의 직장에서 그다지 전문적이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일을 하는 여성 정도로 답하고 싶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의 삶이 무척 궁금했다. 

더불어 문장들도 너무 무겁고 부담스러웠다. 조금 더 일상의 언어로 말할 수 있었다면 읽는 쪽에서도 조금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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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 감정 오작동 사회에서 나를 지키는 실천 인문학
오찬호 지음 / 블랙피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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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여러 모습들을 좋아하지만, 그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는 말이었다. 이 말이야말로 노무현 대통령의 삶을 나타내는 말이었던 것 같다. 

한국 사회에는 부끄러운 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자신의 행동을 침착하게 되새겨보고, 그 속에 있는 잘못들에 대해 부끄러워 할 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누구나 실수나 잘못된 행동을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책임지는 것, 그리고 다시 그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는 우리 사회의 여러 논란과 논쟁거리에 대한 사회적 이슈들을 짚어보고, 한국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진단, 분석한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만 이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지 알아보고 있다.  

우선 이 책은 현재 가장 큰 이슈들인 여성혐오, 꼰대, 부패, 부정, 공감 없는 사람들이 하는 행동에 대해 다룬다. 부끄러워 해야하는 상황에 그러지 않는 '현실의 예'를 담고 있다. 그 내용들은 대부분 내가 한 번쯤은 겪었거나 본 듯 너무나 익숙하다. 

우리는 너무나 차별과 강박, 타인을 재단하고 판단하는 것에 익숙하다. '와, 여자신데도 정말 일 잘 하시네요'라는 한 문장에 얼마나 많은 부끄러움이 들어갔는지 알고 있을까. 하지만 정작 저런 문장을 입 밖으로 내는 사람은 그 말을 칭찬으로 알고 하고 있다.(나도 사실 오늘 무심코 '여성스럽다'는 표현을 한 번 사용했다. 아직도 반성 중.) 

이러한 강박, 차별에 대해 작가는 침착하게 설명한다. 왜 그것이 잘못되었으며, 어떤 의미에서 문제가 있는지 말이다. 그리고 동시에 어떻게 해야 이러한 현실을 바꿀 수 있는지도 덧붙인다.  



이 책은 무엇보다 술술 읽힌다는 점에서 좋다. 내가 평소에 생각하던 것들을 정확히 짚어준다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문장도 매끄럽고 공감도 되었다.  

특히 평소에 '예민하시네요'라는 말을 많이 듣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 사회는 '예민하다'는 말로 너무나 많은 것을 퉁치고 있다. 우리는 부끄러움을 알아야 하고, 어떠한 현상에 대해 늘 의문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들은 단순히 '예민하다'는 이야기만을 한다.  

예민에 대해 조금 더 논의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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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왜 역사를 지배하려 하는가 - 정치의 도구가 된 세계사, 그 비틀린 기록
윤상욱 지음 / 시공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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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튜브로 역사 전문 영상을 만드는 청화수님의 채널을 즐겨 보고(듣고) 있다. 최근에 들은 것 중 하나는 삼국시대의 백제에 대한 내용이었다. 의자왕에 대한 내용도 있었는데, 이것에 대한 여러 의견들이 아주 재미있었다.  

의자왕은 백제의 대표적인 암군(3,000궁녀설...)으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그랬을까 하는 의문에 대한 내용이었다. 현재 남아있는 백제에 대한 기록이 적고, 그나마다 신라의 기록에(삼국사기) 의지해야 하기 때문에 그 기록을 100%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인 경우가 많다. 신라가 자신들과 치열하게 전쟁을 했던 백제에 대해 좋은 감정이 있을 리 만무했다. 자신들의 무력 통일과, 통일 이후에도 우후죽숙 솓아나는 백제 부흥 세력에 아마 치가 떨렸을 것이다. 그래서 신라가 백제에 대해 100% 팩트 그대로의 기록을 남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권력이 통치를 위해 역사와 과거를 지배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옳고 그름을 차치하고) 백제 멸망 이후 백제인들을 통치하기 위해서는 '백제는 나빴고, 신라가 옳았다'는 것을 강조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 책은 그런 식으로 '권력이 역사를 지배하려 하는 이유'와 그 '방식' 그리고 '사례들'에 대한 책이다. 크게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ISIS, 독일, 이탈리아, 루마니아, 헝가리, 폴란드 등 10개 나라에 대해 다루고 있다. 목록만 봐도 알겠지만 이 10개의 나라는 역사적으로 권력자들이 '콧방귀 한 번씩 낀' 나라였다.  

이 나라들에서 힘을 가진 권력자들은 언제나 자신의 권력을 더 길게 유지하고 싶어했고, 더 강하게 만들고 싶어했다. 그래서 그들은 역사를 이용했다. 그들은 자신을 신격화하거나, 민족적 위인들과 자신을 동일시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일부 역사를 수정하거나, 심하면 역사 교과서까지 다시 썼다. 히틀러는 아리아 신화(게르만족 신격화)를 이용했으며, 무솔리니는 로마 제국을 이용했다.  


이 책은 이러한 사례들을 다루며 언제나 나올 수 있는 권력의 역사 이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런 일들을 피하고 '제대로 된 사고와 판단'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아무리 민주주의 제도가 잘 되어 있는 국가라고 할지라도, 언제나 권력자들의 횡포는 일어날 수 있다. 브라질의 영웅으로 묘사되는 룰라 대통령도 부정부패로 징역을 선고받았다. 부정한 권력을 견제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의식있는 시민들의 정치활동뿐일 것이다. 이런 책을 보며 조금이나마 의식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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