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거미원숭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문학사상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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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란 것을 타인에게 빌려 본 게 얼마나 되었는지도 모를만큼 오래되었다. 아마 이 게시판에 있는 책 중엔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기억된다. 주위에 독서를 즐겨 하는 사람들이 적은 것이 첫 이유겠고, 도서관에서 빌리거나 사서 보는 습관에 익숙한 내가 둘째 이유일테고, 남에게 무언가를 빌리는 식의 신세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내 성격이 또 다른 이유라면 이유일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책들 중 하나가 이 책이라는 어떤 분(편의상 a)에게서 나는 이 책을 빌렸다. 다 보고 난 후에 잠깐동안 어떤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책과 그 사람은 닮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은 아주 재미있고, 가볍고(실제 무게도 가볍다) 그렇다고 무시하기엔 무언가의 메시지 혹은 주제가 제법 크게 있다. a씨와 이 책은 아주 많이 닮아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은희경 김승옥 등의 작품들과 나도 닮아있을까? 그럼 그 중에도 어느 면이 닮아 있을까. 요시모토 바나나와 신경숙을 가장 좋아하던 시절의 나는 또한 그녀들의 작품들과 닮았던 과거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잘 모르겠다.

책은 단편-이라하기에 뭐한 꽁트들을 모아놓았다. 후기에 보면 어떤 광고에 실렸던 것들이었단다. 광고와는 딱히 상관 없는 자기가 쓰고 싶은 것을 하루키가 쓰면, 안자이 미즈마루라는 화가는 이야기에 상관 있는, 혹은 전혀 상관 없는 그림들을 그려서 함께 광고에 실린다, 라는 것이 책의 기본 컨셉트였다고 한다.

그리고 편의상b라는 분과 오늘 잠깐 하루키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b님의 말씀이 하루키는 일종의 20대의 아이콘이라서 나이를 먹고서도 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일정부분 동의하지만, 하루키는 그런 수준에서 멈추기엔 너무나 글을 잘 쓰기 때문에 백퍼센트 동의할 수는 없었다. 모든 건 내가 나이를 먹고 나서 알게 될 것이다. 그때도 여전히 하루키를 좋아하고 또 읽고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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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보낸 3주일
장정일 지음 / 청하 / 199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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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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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안에서의 택시잡기 민음의 시 16
장정일 지음 / 민음사 / 198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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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의 시집 두 권을 모두 같은 날에 봐버린 후 합쳐서 독후감상문을 쓰려 했지만, 이놈의 게으름 혹은 뭔가 하는 일 없으면서도 바쁜 인생 덕에 이렇게 한참이나 늦게 쓰게 된다.

하여튼 나는 시라는 건 정말 하나도 모른다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로 모른다. 이건 겸손 비슷한 것은 단 1%도 담겨있지 않다고 확신할 정도다. 나는 여타 중,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에 온 대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교과서에 나오는 정도의 시를 읽어봤고, 그런 시들 중에서 아주 마음에 드는 시들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그 마음에 드는 시의 저자들의 책을 찾아볼 정도로 열정적이지도 않았다. 말 그대로 코리언 스탠더즈. 그러나 거의 유일하게 좋아한다고(다른 작가들의 좋은 시는 많이 있었지만 그들을 좋아한다고 말할 정도로 알고 있는 작가는 없다)말할 수 있는 시인은 장정일이다. 이제는 시인이라고 부르기 뭐하지만 어쨌든 그렇다.

장정일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tv책을 말하다에서였는데 그때 삼국지를 출간한 것을 계기로 출연했었다. 그 방송에서의 장정일의 모습에 제법 충격을 받아서 이것 저것 책이나 정보들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그래서 몇 권의 책을 읽었으며, 그때 읽은 책에 햄버거에 대한 명상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때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시에 대한 편견은 시라는 건 정말로 고립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작가의 허영에 찬 독백을 독자는 뭔가 신성한 것을 훔쳐보듯 쳐다보는 것 정도랄까. 아무튼 '알아들을만하게' 쓰여진 시라는 것을 처음 봤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정도는 그 정도였을 뿐이었던 것이었을까. 나는 그 이후로 딱히 시집이라 부를만한 것을 읽지 않았으니. 그래서 어쩌다가 충동적으로 이 책과 밑의 책을 빌렸고(아마 최근 수업시간에 장정일의 시를 본 것이 꽤 컸던 것 같다) 읽었다.

서두가 꽤 장황했으나 본문은 딱히 쓸 게 없다. 다음의 이야기로 대체하기로 한다. 책이란 (특히시는) 직접 읽는 쪽이 백배 나을 듯. 본문이랍시고 '장정일의 시는 현대 사회의 병폐, 고립, 그리고 당시 시대상황의 거울처럼 사회를 비추고 있다. 또한 작가는 스스로 밝혔듯, 모든 아버지로 대표되는 것에 비판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따위의 감상을 쓴다한들 우스울 뿐이다.

꽁트나 시 따위는 농담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함축성 때문이 아닐까. 농담에 와르르 웃어버리고 난 뒤 이해하지 못한 한두 사람이 옆 사람에게 왜 웃기냐고 물어봤을 때, 옆 사람이 아무리 잘 설명해 주었다 한들 농담을 바로 이해했을 당시의 기분은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시는 특히 정신을 집중하고 침착히 읽어야 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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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은희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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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본 책을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라는 건 말도 안되지만, 아무튼 동기가 약했음) 다시 보게 됐을 때, 나는 아주 게을러진다. 심하게. 중간에 두 권의 책을 봤으며, 두 권의 책을 본 다음에도 40권쯤 되는 만화책을 봤고, 컴퓨터를 잔뜩 했으며, 잘 보지 않던 티비도 잔뜩 봤다. 그만큼 눈 앞에 어른거렸던 책을 애써 무시했던 것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항상 그렇듯 서두가 길어진다. 처음엔 물론 그냥 봤던 것이었으나 보면서 어느 정도의 동기부여도 됐다.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아내의 상자' 때문인데, 딱히 내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이쯤하고 넘어가도록 한다.

전부터 은희경 단편집중에서는 가장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태양의 서커스, 내가 살았던 집을 제외하고 전부 재미있게 봤다. 상속은 약간 어렵긴 했지만 괜찮았다.

글을 진지하게 써야만 한다는 강박이 약간 오고 있는데, 덕분에 글을 쓰는 일이 괴로워지고 있다. 항상 멋대로 주절거리는 일에만 익숙하고, 또 남에게 보인다는 사실은 염두해두지 않고 이 폴더에 글을 써 왔던 나로써는 아주 힘든 일이 찾아온 모양이다.

오랫동안 본 만큼 감상도 긴 것은 아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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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문학 레포트 中

기껏 썼는데 혼자 보기 아쉬워 첨부. 볼 만한 글도 아닐 뿐더러 읽을 사람도 없을 것 같아서 여전히 아쉬움.

 

'아내의 상자'를 읽고.

1. 서

 과제의 주제를 듣고 난 뒤, 나는 우선 이상 문학상이란 무엇인가부터 확실히 알고 넘어가고자,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이상 문학상에 대해 검색을 해 보았다. 추측한 바로는 이상은 시인으로 주로 알려진 그 이상이겠고, 문학상은 말 그대로 문학상일 것이었다. 문학상엔 보통 고인이 된 지명도 높은 작가의 이름을 상징적으로 붙이는 것이 관례다. 실제로 검색해 보니 내 예상과 큰 차이는 없었다. 검색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이상 문학상은 소설가 이상의 작가정신을 계승하고 한국 소설계의 발전을 위해 1977년 문학사상사가 제정한 문학상이다. 2006년 현재까지 총 30회가 진행되었고, 88년 12회 수상작이 두 작품의 공동 수상인 것을 고려하면 총 31명의 작가가 이 상을 수상했다. 마찬가지로 독후감을 쓸 작품의 선택 가짓수는 총 31편이었다.

 나는 일단 전에 읽었었던 작품들 중 하나를 독후감으로 쓰기로 했다. 독후감이라는 것이 아무리 마음을 가볍게 먹으려 해도 가볍게 먹히지 않는 종류의 글이다 보니, 전혀 모르는 작가의 전혀 모르는 글보다는 그래도 한 번 봤던 글을 다시 읽으면 전에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도 느낄 수 있고, 전부터 생각했던 것들도 분명히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전에 읽었던 작품은 다음의 총 네 개였다. ‘김승옥-서울의 달빛 0장 ’(77년도 1회 수상) ‘이문열-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87년도 11회 수상) ‘은희경-아내의 상자’(98년도 22회 수상) ‘김훈-화장’(04년도 28회 수상) 여러 가지 이유로 나는 은희경의 작품을 택했다. 우선 이문열은 딱히 좋아하지 않는데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라는 작품은 너무도 유명해 내가 더 써봤자 쓸 말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제외했고, 김승옥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지만 아직은 많은 부분 그의 작품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제외하기로 했다. 김훈 또한 굉장히 좋아하는 작가이지만 ‘화장’은 김훈의 단편들 중 크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제외하기로 했다. 반면 은희경의 작품은 꽤 오래전부터 읽어왔고, 그런 만큼 은희경 작품들에 대한 애정도 컸다. ‘아내의 상자’라는 작품 또한 제법 좋아했던 작품이어서 이 기회에 조금 더 ‘아내의 상자’를 꼼꼼히 읽어 분명히 정리를 해보고픈 마음 또한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많은 이상 문학상 수상 작품들을 읽어보지 못해 선택의 폭이 좁았던 것은 아쉽게 생각한다.


2.본

 내가 한국 문학이라는 것에 관심을 갖고 그것을 읽기 시작했던 것이 2002년을 전후한 아주 최근의 일인데,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의 은희경은 특히 당대를 대표하는 작가였다. 90년대 초에 한국 소설계의 지배적 문학은 장정일의 표현을 빌리자면 ‘운동권 후일담 문학’이었다. 80년대에 대학교를 다닌 작가들은 대부분 운동권에 몸담은 작가들이었고, 그 운동권이라는 관념이 붕괴되자 그들은 극한 혼란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이 작가가 되자 당시의 혼란을 담은 경험들을 글로 옮겼고, 그것은 ‘운동권 후일담 문학’이란 것으로 발산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90년대에 대학생이 된 소설의 독자들은 운동권이란 것에 큰 공감이나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세계는 이원화에서 다원화로 그 모습을 바꿔가고 있었고, 그에 따라 당시의 주 독자들이라 할 만한 대학생들은 운동권 후일담 소설에 애착을 갖지 못했다. 그런 반면에 장정일이나 은희경, 김영하 따위로 대표되는 새로운 90년대 문학이 탄생해 그 입지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은희경 또한 연령으로는 충분히 운동권 후일담 소설을 쓸 만했지만 스스로 밝혔듯, 자신은 운동권에 깊이 빠져있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민주화, 운동권이란 것으로 상징되는 하나의 대표적 정신이 없던 당시의 독자들과 은희경의 코드는 맞았다. 그런 대문자가 없는 대신 은희경의 소설은 철저히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집중한다. 그녀의 이름을 퍼뜨리게 만든 작품-『새의 선물』에서부터 작가는 그것에 집중한다.

 이상 문학상 수상작 『아내의 상자』또한 은희경의 다른 작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은희경의 소설 작법-분명히 개인적이고도 주관적인 내 의견이지만-에서의 캐릭터 생성법은 정형화되고 어떠한 계급이나 집단을 대표하는 전형적인 인물이 아닌, 그 정체를 알 수 없을 만큼 기이한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그녀의 소설이 거대하거나 확고한 서사구조가 없는 이야기가 뼈대를 이루는 만큼 그런 독특한 캐릭터의 행동을 추적하는 식의 소설을 계속 써왔다고 생각한다. 『아내의 상자』에 등장하는 ‘아내’의 인물도 매우 특이하다. 하지만 소설을 죽 읽은 다음 들었던 생각은, 아내는 결국 현대인의 일부 모습을 극단적으로 묘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럼 결국 아내는 나와 우리들이었고,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이상하게 사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소설은 주인공(남편)이 독백조로 담담하게 아내가 떠난 방의 상자에 대해 말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주인공은 아내의 이상한 습관과 생활을 이해할 수 없었고,-실은 이해하려 하지 않았고-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무관심했고, 그래서 아내의 방황과 고독은 깊어져만 간다. 아내는 그런 자신을 이해해 달라는, 구해 달라는 식의 메시지를 몇 번이나 주인공에게 보냈지만 주인공은 자신의 일에 바빠, 그리고 아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음으로 그녀를 저버린다. 그리고 그에 걸맞게 아내는 일종의 탈선-불륜-과 같은 행동을 함으로써 자신의 고통을 풀어보려 한다. 그것을 알았지만 이미 늦어버렸다는 것 또한 알게 된 주인공은 그런 그녀를 뒤늦게나마 치유하거나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이미 늦었다고 생각해 오히려 더 큰 포기를 해 버린다.

 주관적인 느낌의 줄거리를 정리하다보니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바를 강하게 느끼게 되었다. 인간과 인간에 대해 말하곤 하는 작가답게 사람 사이에 가장 중요한 것-소통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사람에게 말이 생김으로써 서로 소통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것은 그렇기 때문에 사람 사이에 단절을 낳았다. 언어는 불완전하다. 실제로 우리가 말하는 ‘사랑’이라는 명사와 스스로가 느끼는 ‘사랑’사이에 있는 괴리를 생각해 보자. 수많은 말을 한들 우리는 스스로의 기분을 조금도 남에게 정확히 전달할 수 없다. 정확하게 말을 했다고 한들 우리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랐고, 또 살고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마음이나 기분, 생각을 짐작할 수는 있어도, 알 수는 없다. 은희경은 초기작부터 그런 인간관계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어 보곤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써 왔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그것을 인정하게 되는 것은 너무도 슬픈 일이다. 인정은 했지만 너무도 슬프기 때문에 작가는 이해를 화두로 계속 소설을 쓴 것이다.

 건조하고 고독하며 슬픈 이야기인 만큼 작가의 냉소적 문체는 더욱 작품에 효과적으로 작용된다. 인간에 대한 애정에서 나온 냉소인 만큼 그것은 건조하면서도 습기에 차 있다. 자신의 아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은 타인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은 차가움 속에서 아내는 길을 잃었던 것이리라.


3.결

 은희경 작품들의 가장 큰 화두-현대인과 냉소, 인간관계와 이해라는 것이 아주 적절하게 배합되어 있어, 그녀의 모든 작품들의 엑기스를 보는 것 같은 이 소설을 읽으면 서글퍼진다. 가장 가까운 부부, 가족이라는 관계조차 이해보다는 단절에 가깝다는 것을 작품은 반복적으로 말하고 있는데 그 메시지는 생각할수록 정말로 슬픈 것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렇게 갑갑하고 꽉 막힌 것 같은 세상을 우리는 어쨌든 계속해서 살아 나가야 하는 것이다.

 현대 사회의 아주 갑갑한 면을 거울로 비추듯 말끔히 비추고 있기 때문에 이 작품이 이상 문학상을 수상한 것이 아닐까 한다. 누구나 사회의 어떠한 부조리에 대해 그 본질을 꿰뚫는 생각을 하긴 쉽지만, 모두의 공감을 이끌어 낼 법한 이야기로 그것을 포장할 수 있는 사람은 분명히 극히 소수일 것이다. 그리고 은희경은 그 극한 소수자에 들 것이다. 그녀의 소설을 좋아하는 한 명의 독자로서 이건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소설의 가장 큰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구절을 적으며 글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 미숙한 작문 실력의 내 글로 마무리 짓는 것 보다는 훨씬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나는 아내를 사랑했다. 그녀에 대해서라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은희경, 『상속』, 「아내의 상자」, 문학과 지성사, 283쪽

“대체 나는 무엇을 근거로 아내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다고 생각해왔던 걸까.”

-은희경, 위의 책, 3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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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반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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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가 아마 essay in love

내 읽기론 절대 소설이 아니다. 내러티브는 있지만 뒤의 내용이 전혀 궁금하지 않음은 물론, 절대로 이야기 때문에 본 책이 아니다. 이야기는 작가가 하고 싶은 말에 대한 일종의 '용례'정도. 삽화가 있는 책의 주는 삽화가 아닌 것과 같은 이치다. 작가는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말하고 싶었고, 그에 따라 가장 이해하기 쉬운 형태-사랑하는 것을 단지 예로 사용한 것 뿐이다. 원제를 그대로 사용하는 쪽이 좋았을 것 같은데 말 그대로 사랑에 대한 수필일 뿐.

앞부분은 많은 공감을 이뤄내며 재미를 주었는데 뒤로 갈수록 이상한 이론만 잔뜩 나오고(나는 무식하거든) 왠지 지지부진해졌다. 후반부쪽은 거의 억지로 읽었음. 이건 아마 내가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겪어 본(경험해 본)만큼만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언제쯤 연인이 생기고 이런 저런 경험을 해본 뒤가 되면 뒤쪽의 내용도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직 뭐라고 단정내리기엔 시기상조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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