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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안에서의 택시잡기 ㅣ 민음의 시 16
장정일 지음 / 민음사 / 1988년 2월
평점 :
장정일의 시집 두 권을 모두 같은 날에 봐버린 후 합쳐서 독후감상문을 쓰려 했지만, 이놈의 게으름 혹은 뭔가 하는 일 없으면서도 바쁜 인생 덕에 이렇게 한참이나 늦게 쓰게 된다.
하여튼 나는 시라는 건 정말 하나도 모른다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로 모른다. 이건 겸손 비슷한 것은 단 1%도 담겨있지 않다고 확신할 정도다. 나는 여타 중,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에 온 대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교과서에 나오는 정도의 시를 읽어봤고, 그런 시들 중에서 아주 마음에 드는 시들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그 마음에 드는 시의 저자들의 책을 찾아볼 정도로 열정적이지도 않았다. 말 그대로 코리언 스탠더즈. 그러나 거의 유일하게 좋아한다고(다른 작가들의 좋은 시는 많이 있었지만 그들을 좋아한다고 말할 정도로 알고 있는 작가는 없다)말할 수 있는 시인은 장정일이다. 이제는 시인이라고 부르기 뭐하지만 어쨌든 그렇다.
장정일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tv책을 말하다에서였는데 그때 삼국지를 출간한 것을 계기로 출연했었다. 그 방송에서의 장정일의 모습에 제법 충격을 받아서 이것 저것 책이나 정보들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그래서 몇 권의 책을 읽었으며, 그때 읽은 책에 햄버거에 대한 명상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때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시에 대한 편견은 시라는 건 정말로 고립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작가의 허영에 찬 독백을 독자는 뭔가 신성한 것을 훔쳐보듯 쳐다보는 것 정도랄까. 아무튼 '알아들을만하게' 쓰여진 시라는 것을 처음 봤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정도는 그 정도였을 뿐이었던 것이었을까. 나는 그 이후로 딱히 시집이라 부를만한 것을 읽지 않았으니. 그래서 어쩌다가 충동적으로 이 책과 밑의 책을 빌렸고(아마 최근 수업시간에 장정일의 시를 본 것이 꽤 컸던 것 같다) 읽었다.
서두가 꽤 장황했으나 본문은 딱히 쓸 게 없다. 다음의 이야기로 대체하기로 한다. 책이란 (특히시는) 직접 읽는 쪽이 백배 나을 듯. 본문이랍시고 '장정일의 시는 현대 사회의 병폐, 고립, 그리고 당시 시대상황의 거울처럼 사회를 비추고 있다. 또한 작가는 스스로 밝혔듯, 모든 아버지로 대표되는 것에 비판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따위의 감상을 쓴다한들 우스울 뿐이다.
꽁트나 시 따위는 농담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함축성 때문이 아닐까. 농담에 와르르 웃어버리고 난 뒤 이해하지 못한 한두 사람이 옆 사람에게 왜 웃기냐고 물어봤을 때, 옆 사람이 아무리 잘 설명해 주었다 한들 농담을 바로 이해했을 당시의 기분은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시는 특히 정신을 집중하고 침착히 읽어야 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