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무라카미 류 지음, 한성례 옮김 / 동방미디어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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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무라카미 류의 등단작이자 아쿠타카와상과 무슨 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게다가 소설 자체의 특이성 때문에 당시 일본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200페이지 정도가 되는 분량인데 초반 100페이지에선 섹스+마약을 하는 것에 대한 묘사. 다음 50페이지 정도는 친구들의 그저 그런 이야기. 나머지 50페이지는 주인공의 속내묘사로 이루어져 있다. 상당히 노골적인 성관계 묘사는 화제가 됐을 만도 하다는 생각을 했다.

소설가의 등단작은 소설가 자신의 이야기를 주로 쓴 경우가 많다. 소설은 소설가의 삶이라고도 말할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는 것이다. 주인공의 이름인'류'는 무라카미 류 자신의 이야기를 옮겼다고 대놓고 말하고 있다. 정말 묘한 이 소설은 작가 자신이 상실감을 그렸다고 했는데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상실감을 정말 잘 그렸다. 앞부분 성관계에 대한 묘사도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이런 저런 묘사의 수위가 상당히 높으니 비위 약하신 분들은 보지 않기를 바란다. 나도 좀 일부분은 불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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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김별아 지음 / 문이당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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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원고료 세계문학상 당선작.
장정일 말대로 1억원어치의 감동을 꼭 줄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만 노력만큼은 참으로 대단하다.

신라시대의 인물 미실을 소설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이런류 작품은 김훈의 칼, 현의 노래나 기타 많은 소설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류의 소설은 개인적인 관점으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본다. 수호지, 삼국지와 같이 시간이 진행됨에 따라 여러 인물이 파노라마식으로 등장하는 서사형과, 한 인물에 집중해 1인칭시점으로 인물의 세부묘사에 충실하는 인물형이 있겠다. 물론 어느 작품도 딱 맞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는 작품은 없다. 이 작품은 전자-서사형이다.
미실의 색공과 인생의 굴곡을 다루었는데, 역시 구성이 치밀하고 인물간이 많이 얽혀있다. 이 작품의 노력은 비단 이것만이 아닌 것이, 이런 역사물에서 하루키같은 문체가 나온다면 그것은 엄청난 코미디일 것이다. '진흥제는 핸섬하게 생긴 쿨한 왕이었다'따위의 문장이 나온다면 이건 더 이상 문학이라 부를 수 없을 만큼 수준 이하다. 작가는 이것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으며 문장이 예스럽다. 아마 이런 문체가 아니었는데 노력을 통해 작품에 맞는 문체를 쓴 듯 하다. 그리고 이렇게 한국색이 뭍어나는 문체를 쓰려면 소설 내에서 쓰는 많은 단어의 세 배는 알아야 할 것이다. 알고 있는 단어의 1/3정도밖에 소설내에서 쓰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노력으로 이 소설은 1억원 고료의 세계문학상을 수상했으리리라 생각된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사다함의 죽음을 물고 늘어져 미실에게 트라우마 수준 정도로 사다함의 역할을 부여했다면 더욱 재밌지 않았을까 싶다. 어차피 선택은 작가의 몫이니 내가 하는 소리는 개소리나 마찬가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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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기를 치켜세움
폴 오스터 지음, 샘 메서 그림,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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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놀다가 타자기를 치켜세움과 셀마라는 얇은 책을 발견해 그 자리에서 읽고 나왔다. 고작 3-40분 정도의 짧은 시간에 두 책을 읽었기 때문에 한꺼번에 적기로 한다.

타자기를 치켜세움은 폴 오스터가 사용하는 오래된 타자기에 대한 개인적 애정을 담은 글이다. 26년이나 사용했다면 많은 의미가 생기는 것 또한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재밌는 문장은 -폴더에 옮겨 적는다.

셀마는 동화책인데 작가의 이름은 모르겠다. 행복에 대한 깊지 않지만 재미있는 고찰을 담은 즐거운 책이었다. 그림이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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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
천운영 지음 / 창비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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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부터였나...은희경의 소설을 빌리려다 도저히 못 찾겠어서 다른 작품들을 빌렸다. 천운영은 평소에 많이 듣던 분이라 미리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기회가 닿아 보게 되었다.

표제작 바늘의 경우 표절의혹이 있었었는데 이번에 이 책을 보게 되니 작가가 표절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그렇고 하루 30분씩 보다 위기감이 느껴지면 한꺼번에 봐버리는 독서습관좀 고쳐야겠다.

작품은 굉장히 좋다. 정말 좋다. 오랜만에 정말 마음에 드는 작가를 만났다. 다만 이런류의 소설을 읽으면 쓸데없이 많은 생각이 들고, 그건 조금 나를 기분이 안좋게 만든다.
하성란이 생각났다. 하성란의 작품과 조금의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조금 확대해서 생각해 보면 그건 비단 하성란만의 유사성이 아니다.
얼마 전 수요기획인가에서 살타첼로라는 형님들이 나왔었다. 그형님들은 우리 스스로도 무시하는 우리나라음악을 모티프로 재즈로 편곡해 연주를 하시는 멋진분들이셨다. 그 분들이 한국 음악은 서양음악과는 다른것이 있다했다. 그건 '한'이라고 하셨다. '한'이라는 개념은 오래전부터 내가 생각해 오던 것이다. 그것은 우리 나라 예술 곳곳에 박혀 있다. 국민성이란 분명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내 생각으로)문학에서의 '한'은 남성작가보다 여성작가쪽이 연륜이 많은 작가보다는 서른에서 마흔정도 나이의 작가쪽에서 더욱 많이 표현된다. 젊은 나이에만 가질 수 있는 독기는 나이가 먹게 되면 지혜로 묽어지게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김지하씨가 책을 말하다에 나왔을때 나는 울고 싶어지지 않았었는가) 한은 슬픔이나 비애와 흡사하지만 같지 않다. 한은 좀 더 처절하고, 끈질긴, 밑바닥스러움이 있다. 서민을 위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런 것들이 있을 수 있지 않나 싶다. 일본 여성작가의 소설은 대개들 상큼하다. 그건 우리나라 여성 소설가들에게선 잘 찾아볼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지금 활동하는 여성작가들의 경우에는 자라는 것이 워낙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바꿔말하면 한은 얼마 후면 명맥이 끊길지도 모른다. 가난은 상상따위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육체적 경험이다. 정신은 육체보다 항상 아래에 있다고 나는 믿는다.

천운영의 작품엔 한이 있다. 한은 내가 참 좋아하는 요소다. 질척질척한 진창을 걷는 기분으로 나는 이 책을 봤다. 아무렇지 않은 구절에서 눈물이 솟기도, 평온하게 진행되는 구조에 슬픔을 느꼈다.
정말 많은 책을 읽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읽은 책이든 영화든 적어도 외국작품에서 한을 느낀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슬픔이란 투명한 것(카타르시스-정신적 정화)이라면 한은 더러운 것이다. 더럽고 처절하기 때문에 그것은 우리와 가깝다. 서민은 더럽고, 처절한 삶을 산다.

정말 걱정이다. 한의 명맥은 벌써 위기에 다달았다. 작가라고 말하기 힘든 귀여니 따위의 소설은 불쏘시개로 쓰기에 비싼 정도고, 20대에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는 턱없이 적다. 우리는 너무 편하게 자라버려서 한은 이미 상실했다. 우리는 가사만 한글일 뿐인 시시껄렁한 발라드나 댄스 음악 따위를 듣고, 하성란, 신경숙, 전경린을 읽기 전에 하루키나 바나나를 읽는다. 하루키와 바나나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다만 그 전에 우리 나라 소설을 읽어주는 게 어떨까? 다빈치 코드는 200만부가 팔렸다는데 하성란의 소설들은 고작 3-4쇄를 찍고 있으니 이거 한심해도 너무 한심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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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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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엔 저자가 아멜리 노통이라고 쓰여 있지만 노통브라 적는다. 외국의 고유 명사는 외국 발음으로 적자는 운동이 일어나 최근에 출간되는 아멜리 노통브의 책은 아멜리 노통브라 적히고 있다.

 제목 적의 화장법은 무슨 뜻일까 하고 많이 생각했다. 적은 enemy의 적이고 화장법은 여성들이 많이 하는 바로 그 화장이다. 적이란 개념은 소설 내에서 직접 설명되지만 화장은 조금 생각해 봐야할 요소다.

 처녀작인줄 알고 빌렸는데 10번째 작품이란다. 처녀작은 살인자의 건강법이란다. 이름 비슷하지 않냐?(안 비슷하다!) 아무튼 잘못 빌렸다.

 스포일러 있으니 조심해라.

 공항에서 비행기출발시간 연기때문에 기다리던 중년의 남자 앙귀스트는 기다리는 동안 책이라도 볼까 하고 책을 꺼내드는데 텍스토르라는 남자가 접근해 귀찮게도 이런 저런 말을 건다. 오로지 둘의 대화만으로 진행되는 이 소설은 계속해서 긴장감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럼으로 해서 책에 대한 집중력이 높아지는데 그건 텍스토르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면서 순식간에 긴장감이 사라지고 약간의 지루함이 찾아온다. 반전은 놀랍기는 하지만 새롭지는 않다. 앙귀스트가 텍스토르를 죽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 긴장감을 가지고 진행되었다면 오히려 더욱 재밌지 않았을까싶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재밌었기 때문에 아멜리 노통브라는 작가 기억해 둔다. 프랑스 문단에 새로운 충격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까에서는 역시 의문이지만 말이다. 작가의 열성적인 다작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일년에 한 권의 책은 꼭 내고 있다고 한다.) 

작품과는 관련 없는 내용이지만 뭐 작품과 관련없는 내용 말하는 게 하루이틀일은 아니다보니 그냥 말하겠다. 번역은 소설가보다 시인쪽이 조금 나은 것 같다. 번역자 성귀수시인은 주석도 충실하게 달아주고 단어도 잘 고르신 것 같다. 무조건적으로 멋진 단어를 고르다가는 번역일지 또 다른 외국본일지 모르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그건 번역가가 확실히 지양해야 할 요소다. 독자는 중학생일수도, 초등학생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한다. 

그건 그렇고 싸이 글쓰는 거 좀 바뀌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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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1일 추가

 제목에 대하여.

적이란 개념은 작품내에서 알 수 있고, 화장법은 그 적을 감추는, 아니 변장시키는 것이라는 생각.

텍스토르(적)를 앙귀스트가 화장을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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