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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전혜린 에세이 1
전혜린 지음 / 민서출판사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전혜린
불꽃같이 살다 간 여자, 라는 평을 듣고 있는 전혜린씨의 수필 모음집.
초반부 뮌헨 예찬론, 작가나 작품에 대한 생각들은 수필로써 충분히 읽힐 만하고, 책으로 만들어 질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허나 뒤쪽으로 갈 수록 이건 아니지 싶다. 백지영의 개인적인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었을 그것에 대해 생각하다 나는 약간 화가 났었다. 백지영은 분명히 성인이고, 자신의 의지로 섹스를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전혀 없었으며, 그것은 지극히 사생활이었다. 근데 바보같은 언론이라는 미친 작자들은 그런 개인적인 일들에 대해 들쑤시고, 네티즌이라는 멍청이들 또한 그것을 다운 받아봤다. 이건 절대로 인권 침해다. 왜 갑자기 백지영에 대해 두드리냐면 이 책의 뒤쪽 또한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미셸 투르니에가 말한 외면/내면 일기의 방법으로 나눈다면 책의 뒤쪽부분은 절대적으로 내면일기다. 개인적인 기록인 만큼 이해나 공감이 힘들 뿐 아니라, 조금 예민한 사람의 경우 보지 말아야 할 타인의 비밀을 본 듯한 죄책감이 들 지경이다. 작가가 죽었기에 이런 책이 나온 것이지 작가가 살아 있었다면 이런 식의 책은 절대로 나오지 않았다. 이건 추측이 아니라 확신이다. 도대체 자신의 일기를 출판하는 멍청한 작자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매우 마음에 드는 부분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자신의 딸(정화)에 대한 무한한 애정의 글들은 읽는 사람마저 자신이 사랑받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예쁘게 묘사되어 있다. 정화씨가 이 책을 봤다면 분명 엄청나게 행복했으리라. 그런면에서 나는 커트와 프랜시스가 떠올라 버렸다. 커트와 전혜린씨는 타다가 재가 된 대표적인 케이스의 인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