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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우연히도 '깊이에의 강요'를 읽고 흥미를 가지게 된데다, 최근 영화 개봉까지 한다고 해서 전부터 많이 들어온 작품이라 이 기회에 읽기로 했다. 가장 적당한 독서의 속도는 어느정도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대략 4일정도가 걸린 모양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이 걸린 듯한 기분을 받았는데 그건 이 책을 읽다 말다를 반복했기 때문. 실제로 굉장히 재밌었지만, 고작 30페이지 정도를 읽고 다시 20페이지를 읽고, 다시 40페이지를 읽고 라는 식으로 굉장히 띄엄띄엄 독서를 하다보니 한창 재밌을 때 독서를 그만 두어야 하는 감질나는 상황을 맞이했던 것이다. 덕분에 가장 적당한 독서의 시간이라는 걸 생각하게 되었다.
이렇게 띄엄띄엄 읽는 것도 상당히 좋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단숨에 한 권을 읽는 것도 별로다. 그건 생각할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또 너무 텀을 길게 잡고 읽는다면 그것 또한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아 재미가 없다. 결국 적당한 시간은 하루 100페이지정도가 아닐까. 100페이지라면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로 하루 그 정도 시간이 아주 적당하다. 그럼 400페이지 정도 되는 이 책을 4일에 읽었다면 적당한 게 아냐, 라고 물으시겠지만 200페이지를 3일동안 읽고 200페이지를 하루동안 읽은 나로써는 그리 만족스러웟던 독서는 아니었다. 아, 이건 극히 주관적인 의견으로 나 자신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이니 자신에게 실행하지는 않길 바랍니다.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독서 또한 자신의 리듬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서론이 길었다. 작품은 일단 재밌다. 3인칭인데, 우리나라 소설의 3인칭은 주인공의 분신인 듯 하고 가능한 색을 없애려고 하는 정말 단순한 전달자의 위치를 느낄 수 있다면, 외국의 소설은 3인칭 서술자에게도 어느 정도의 자아를 느낄 수 있다.(대체 얼마나 소설 읽었다고 이런 말 하는지 모르겠다만) 다시 말하면 어떤 한 서술자가 독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 말한다.
이건 한 천재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 사람의 천재는 후각이었다. 모든 관심이 냄새에 밖에 없었고, 그 관심의 대부분은 새로운 냄새를 찾거나 아름다운 냄새를 찾는 것 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냄새로 세상을 사로잡을 생각을 한다.
소재가 무척 재밌고 그 소재의 표현이 아주 사실적인데, 그 소재로 냄새를 선택한 이유는 작품에 너무도 극명히 나타나있다.
위대한 것, 끔찍한 것, 아름다운 것 앞에서도 눈을 감을 수는 있다. 달콤한 멜로디나 유혹의 말에도 귀를 막을 수는 있다. 그러나 결코 냄새로부터 도망칠 수는 없다. 냄새는 호흡과 한 형제이기 때문이다. 살기 원하는 사람이라면 냄새가 자신의 형제와 함께 그들 사이에 나타날 때 그것을 도저히 막을 수 없는 법이다.
236p
무엇보다 이야기 자체에 집중한 아주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사실 아직 잘 이해를 하고 있지 못하고 있어서 뭐라고 말하기 힘든 상태이긴 하지만, 한 가지 큰 의문이 있는데 그건 주인공 그루누이와 엮이는 모든 인물들의 파멸로 이어지는 결말은 너무도 닮았다. 그루누이를 낳았던 어머니부터, 그를 키운 가이아르 부인, 향수 장인 주세페 발디니 등등등 곁가지 이야기로 나오는 모든 인물의 결말은 놀라울 정도로 같다. 이것은 작가의 인생관의 반영일까. 모르겠다.
그럭 저럭 길게 두드리긴 했으나 알맹이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깊이의 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