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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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은 두텁고 주말엔 피곤하고 상황을 설 땐 TV를 보고 점심시간엔 후임들과 이야기를 해야한다. 이런 변명을 하는 이유는 역시 이 책을 읽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려야만 했을 까닭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변명은 변명일 뿐, 이라는 얘기.

이 책을 산 건 재수할 때로 기억한다. 지금도 그렇긴 하지만 당시에는 과연 문학(그것도 오로지 소설!)만을 읽는 내 좁은 독서의 슿펙트럼에 더 많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었고 때마침 'TV책을 말하다'에서 이 책을 소개해줘서 옳다쿠나 하고 샀다. 당시의 리뷰는 어렵고 거리감이 있다는 과학에 대한 선입견을 넘어서는 재미있는 과학서적이라는 뉘앙스의 얘기였는데 실제로 당시에 이 책을 읽을 떄는 너무 읽기 힘들어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100페이지쯤 겨우읽다 포기하고 이렇게 군대에 올때까지 책장한켠에 장식해두었을 뿐이다. 그리고 군대에 와서 휴가를 나가곤 귀대할 때 미처 읽지 못한 책들을 가져오게 되었고 그 사이에 이 책이 끼어 있었다. 결국 또 가져온지 한 달이 되어서야 이 책을 읽기 시작했고, 당시의 지루함보다는 리뷰 그대로의 독서를 했다는 기분이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우주탄생부터 인류출현까지의 '역사' 그리고 지질학, 분자학, 생물학 등 '거의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내가 읽은 얼마 안 되는 과학서적(태반이 교과서이리라)에는 지구는 **년이 된 행성이다. 라고만 쓰여있었고, 그대로 받아들여야 했을 뿐 어떻게 **년이 되었고 그걸 발견해내기까지의 과정이 어땠는지를 알려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숫자가 나오기까지의 시행착오와 이견들따위를 이야기하듯 써줬다. '이야기하듯'이 이 책의 장점인데, 그래서 그때의 그 리뷰는 읽기 쉽게, 다가가기 쉽게 쓰여졌다는 말을 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소재라는 점은 바로 직전에 읽었던 책과 비슷하지만 그 깊이는 좀 달랐다. 수십(백?)권의 참고서적(실제로 책 600페이지 중 뒤의 100페이지는 참고서적의 각주다)에서 나온 글의 가치는 전적으로 다르다. 물론 그 분야의 전문가가 본다면 '지구 대기권 핥기'식의 글일지 모르겠으나 문외한인 나로써는 정말 고마운 글이었다. 너무 재밌는, 모르던 사실을 많이 알게 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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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심리학 - 합본양장
박지영 지음 / 파피에(딱정벌레)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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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뒤에 쓰인 서평 '심리학의 숲을 한 번쯤 어슬렁거리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한다'라는 말만큼의 책이었다. 단지 어슬렁 거리고, 발 한 번 담가보고, 목 한번 적셔보고, 그런 책이다. 물론 그런 것이 꼭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모든 일에 가진 모든 것을 걸어 최선을 다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런 사람은 꼭 나쁘다. 모든 것을 평등하게 대하는 것이 인간적인 건 아니다. 오히려 자신에게 중요한 것/그렇지 않은 걸 (제대로)판달할 줄 아는 사람이 옳다. 하지만 이 책이 가볍고 나에게 있어 큰 의미가 되지 못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나에게 있어 큰 흥미가 되지 못하고 적당한 '관심'정도만을 끄는 그저 그런 소재위주의 재미없는 책이었다. 너무 여러가지를 말하려고 하다보니 어느 한 가지도 제대로 말하지 못했고 깊이가 없을 수 밖에 없었다. 다만 그 사소하고 자잘한 소재들의 '흥미'만은 다양한 독자를 포섭할 수 있다고 본다. 그 다양한 독자가 오직 '베스트 셀러'따위를 읽는 대중들 일 뿐일지라도. 곧 그 어느 독자도 작가의 이름을 의미있게 기억하지는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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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은희경 지음 / 창비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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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조금이라도 친한 사람은 내가 독서를 좋아한다는 걸 어느쯤은 알고 있을테고, 그들이 물어보는 일반적인 질문-좋아하는 작가?-에 서슴없이 은희경의 이름을 말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단지 이 작가의 좋아하는 것이 지금까지 나온 그녀의 책 전부를 읽었고 그 중 일부를 샀다는 것에 있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확실히 좋아하는 작가에 우선적으로 꼽느니만큼 그녀의 책이 단순히 내 취미생활-독서-에만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녀의 책을 처음 읽은 것이 얼마 되지 않은 2004년 12월쯤이었던 걸로 기억하지만, 그간 나는 참 많이도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2년이 넘는 시간은 누구에게도 참 많이 변할 시간이라는 것에는 확신하지만 그래도 정말 난 참 많이도 변했구나,싶다. 지금 생각해보니 사는 걸 수치화하는 게 웃기다만 은희경 혹은 그녀라는 대명사로 일컬을 수 있는 것들이 적어도 내 인생의 몇 %를 차지한 정도는 됐다는 거다. 그게 얼마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2년만에 나온 신간이고 꼬박 5년만에 나온 소설집이다. 책 사이의 텀이 딱 2년이라는 것에 (개인적으로)여러가지 생각이 든다만, 그만큼 나는 간절히 기다려왔었다. 그렇다면, 그래서 내가 돌려받은 대가는 무엇인가? 어느 정도의 실망과 경외심이리라. 어쨌든 은희경도, 나도 2년 전의 각자가 아니니까. 김중혁의 말대로 은희경은 보다 모노톤의 잿빛으로 그 색이 변해(바래?)간다. 비밀과 거짓말부터(혹은 그것은 꿈이었을까 부터)그런 징후를 느꼈지만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은희경의 원색적 서술이 많이 사라진 것은 너무 아쉽다. 그러나 의심을 찬양함/표제작/지도중독 세 편에는(특히 의심을 찬양함에는)진심으로 만족했다. 예전 (내가 반한)은희경 그대로는 아니지만 변한 그녀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 변한 나와/은희경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네이버 동영상에서 본 그녀의 인터뷰에서 말한 제 작품은 더 이상은 친절하지만은 않습니다,라는 얘기를 떠올린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족.여전히 작가의 말이 가장 좋았다. 세 번쯤 읽었다.

사족2.인터넷에 옮겨적기 전 종이에 써진 두 번째 사족은 '내 글이 원래 이렇게 능글맞았나'였다. 하지만 옮기며 생각해보니 이 글은 독후감상문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러브레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니 인정을 하게 된다. 러브레터니 능글맞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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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기회 - 더글러스 애덤스의 멸종 위기 생물 탐사
더글라스 아담스 외 지음, 최용준 옮김 / 해나무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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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후임에게도 말했지만 나는 센스있는 것에 맥을 못 춘다. 애니메이션 심슨이나 코넬리우스의 'point'앨범 혹은 프랭크 밀러의 신시티 중 1권 하드 굿바이 같은 것에 말이다. 음악이나 책을 듣고 읽을 때면 똑같이 좋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 쯤은 나도 할 수 있다 싶은 것이 있는 반면 이건 열 번 죽었다 깨어나도 절대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게 또 있다. 왜 이렇게 서문이 기느냐. 그것은 이 책이 바로 그런 후자의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에 대한 숭배는 히치하이커 시리즈부터였지만 이 책을 다시 한 번 읽으며 더욱 절절히 이런 보석같은 글을 써 준 작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건빵과 맛스타라도 보내드리고 싶은 심정이다. 시종일관 웃음과 재치로 실실거리다 급소만을 노리는 묵직한 훅을 맞다보면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에 관심의 ㄱ에도 관심이 없던 나 자신이 왠지 제대로 살고 있었나, 하는 의문까지 든다. 분명히 나 어렸을 적에는 마을에 가득했던 참새나 까치가 요즘은 분명히 드물다. 그것들이 줄어든 자리엔 그 만큼의 도둑고양이가 늘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우리동네도 더글러스 애덤스와 마크 카워다인이 와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그러나 더글러스 애덤스는 아쉽게도 2001년에 49세의 아까운 나이로 운명하셨다.)

어쨌든 이상의 신간이 없으니만큼 그나마 나온 책이라도 빨리 번역해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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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그
은희경 지음 / 창비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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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가 책을 잘못 보내준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이 책은 은희경의 신간을 사면 번들로 한 권 더 주는 책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은희경의 장편을 번들로 주다니. 가장 좋아하는 책이니 만큼 집에도 한 권 있어서 선임에게 보라고 줬는데, 내가 당장 읽고 싶어서 먼저 읽기로 했다.

왠지 시작부분에서 은희경답지 않은 미숙함이 뭍어나서 가장 처음 읽을 때 많이 기대하지 않았던 기억이 났다. 하지만 그 미숙함은 주인공의 미숙했던 시절을 반영했던 것일까. 첫 챕터의 마지막 문장의 쌉싸래함만큼 무척 마음에 드는 소설일 뿐이다. 작가 서문에 써 있던 대로 은희경은 인간의 삶을 미화시키지 않아 무엇보다 좋다. 그저 이 책은 읽는 순간 너무도 즐겁고 좋아서 특별히 더 쓰고 싶은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다만 은희경 소설만큼이나 좋았던 서평을 잠깐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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