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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이야기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
오비디우스 지음, 이윤기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평점 :
1
요즘은 물음표가 많은 삶을 살고 있다. 단정짓고, 판정내리기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요즘은 그렇기에 무척 혼란스럽다. 생각해보면 그리 남지 않은 대학생활인데, 방학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다가 이번만큼은 알바를 최소화(여러가지 여건상 아예 그만 두진 못하겠고)하고 좀 쉬려고 결론을 내렸다. 쉬면서 무얼 할까 하다가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빼고, 그 남은 시간에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를 1권부터 읽기로 결정했다. 무엇보다 장정일의 ‘구월의 이틀’에서 읽은 것에 영향이 큰데, 그동안 몇 권씩 관심 있는 것만 읽어오던 그 시리즈를 최대한 독파해보기로 했다.(바로 전에 읽은 책도 그러고 보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장정일의 말에 따르면 전집은 작정하고 1권부터 읽어야 다 읽을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동의한다. 중간 중간 읽은 것은 제외하기로 하는데, 읽은 것 중에서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시리즈와 많이 차이가 난다거나 읽었어도 제대로 기억이 안 나는 작품들은 다시 읽기로 한다. 그리하여 호기롭게 변신이야기 1, 2권을 빌려왔다.
나도 이 책이 어떤 맥락에서 지어졌는지는 잘 모르지만, 아는 한도 내에서 말하자면 그리스 신화가 로마 신화로 이어지면서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로마식으로 바뀌고, 또 몇몇 내용이 변형 되게 된다.(그러나 대부분의 이야기 골조는 그대로라고 한다.) 그렇게 전승되던 그리스, 로마 신화는 다양한 작가에 의해 다양한 판본으로 쓰여지게 되는데,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가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의 하나라는 것이다. 우리의 고전소설도 이와 흡사한데, 같은 춘향전, 심청전이라고 해도 그 판본에 따라 이본이 수십 가지이며 그 내용도 조금씩 차이를 보이지만 그 골조가 비슷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좀 나을 것이다. 하여튼 제대로 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은 적도 없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꽤 재미있었고, 지루했다. 아무래도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연속적으로 진행되며, 인물들의 이름도 너무 많고 복잡해서 이해하기 어려워서 지루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재미있었다는 점은 현대에도 쓰여지고 있는 많은 이야기들의 기본적인 플롯이라고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의 출발점을 발견한 것 같아 재밌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품 부분중에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와 거의 흡사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는 아마 셰익스피어가 이것을 차용해 이야기를 만든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야기의 대부분이 들어봤던 것은 분명하나, 이것을 제대로 읽어보는 일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지금 지어지고 있는 이야기들이 전대의 어떠한 영향 아래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고 그 전대의 이야기들도 계속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신화 혹은 전설과 맞닿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들 사이의 교차점은 바로 이 ‘변신이야기’도 한 몫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장정일이 왜 세계문학 시리즈는 1권부터 읽으라고 했는지 더욱 잘 알게 된 것 같다.
다음 읽을 책은 ‘변신이야기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