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클베리 핀의 모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
마크 트웨인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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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간 내가 읽어왔고, 좋아해왔던 미국문학들과는 그 방향이 조금 달랐다. 전까지 읽고 생각했던 미국문학의 전형성은 사건보다는 인물과 상황 중심이었고, 극히 개인의 내면을 그려낸 것이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절대적으로 사건 중심적이며, 당시의 시대상황을 다소간의 우화적으로 그려낸다. 소설에 들어가기 앞서 작가가 미리 못을 박아두는대로, '이 소설에서 교훈이나 플롯을 찾아려는 자들은 총살당할 것이다.'

600여 페이지나 되는 이 두터운 책은 제목 그대로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다루는데, 저 유명한 소설 '톰 소여의 모험'의 후속편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예상대로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은 친구로, 전편이 톰 소여의 내용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였다면(읽어보진 않았다만) 이번 편은 허클베리 핀의 내용이 중심이다. 책은 생각보다 아주 재미있는데, 다분히 반인륜적인 아버지가 헉 핀을 버려 왓츤 부인의 도움으로 녀와 함께 살던 헉 핀이 우연히 발견한 돈 6000달러 때문에 아버지가 돌아와 헉 핀-혹은 6000달러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술에 취한 아버지에게 두드려 맞는 것도 싫지만, 왓츤 부인과 함께 사는 것도 자유분방한 핀에게는 고역이어서 핀은 자신이 죽었다는 생각이 들게 꾸민 뒤 아버지에게서 도망쳐 뗏목을 타고 미시시피강을 따라 내려간다. 그리고 같은 고향에서 살던, 다른 도시로 팔려가는 것이 두려워 도망친 흑인 노예 짐과 마주치며 그들은 함께 뗏목을 타고 여행한다.

물론 잘 쓰고 재미있는 소설이었다는 점에서는 다른 말을 하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아쉬운 면이 없었냐 하면 그건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미국문학을 읽으며 기대하는 것은 개인 내면의 극밀한 묘사인데, 그 부분은 조금 아쉬웠다. 마크 트웨인의 모험 이야기는 소년들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커다란 흐름자체는 아주 좋았지만 세세한 부분이 모자랐던 모양이다. 또한 트웨인은 하퍼 리와 같이 명시적으로 평등에 대한 메시지를 보내기 보다는, 다소 은유적인 방법-사건과 등장인물의 행동, 말과 같은 것-으로 작품 내에 하고 싶은 말을 심어 놓는데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 아주 좋았다.

마지막에 톰 소여가 등장하는 에피소드는 아주 짜증났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게 톰 소여가 등장함으로써 사건이 커지고 재미있어진 것을 부정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다음 읽을 책은 조셉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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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시골의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
프란츠 카프카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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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변신’ 및 ‘유형지에서’라는 두 소설이 책으로 묶여져 나온 것은 읽었지만, 카프카의 이 작품집은 ‘변신’이외에도 많은 단편 및 꽁트(한두 페이지 분량의 극도로 짧은 단편)로 이루어져 있어서 건너뛰지 않고 읽었다.

변신이야 워낙 유명한 소설인데다가 그것에 대한 해설도 널리고 널려 있어 나도 그런 해설들에 의존해 읽었는데, 다른 수많은 단편, 꽁트들은 읽은 지 일주일도 안됐지만 솔직히 내용도 잘 기억 안 날 정도로 어렵고 어지러웠다. 그나마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 가장 대중적인 모양이다.(아니라면 그것의 해석이 워낙 잘 이루어졌던가) 그레고르 잠자가 변신한 벌레에 대한 묘사는 여전히 나를 소름돋게 했는데, 이미 몇 번 읽은데다가 잘 알려진 작품인것과는 관계없이 이 이야기의 마지막은 여전히 서글펐다.

그러나 이것 외에 특히 ‘굴’이라는 작품이 나를 너무 괴롭혔는데, 독백을 통해 이야기가 아주 난잡해게 진행되는 그 소설을 읽는 내낸 느꼈던 것은 난감함 뿐이었다. 뒷부분의 꽁트들은 그것이 소설인지 단지 카프카가 써놓은 낙서들인지 잘 모를 정도로 그저 뜨악한 기분만 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느 정도 의미를 찾은 것은, 이 민음사판의 세계문학전집이 갖는 하나의 장점이었다. 그것은 (현재까지 읽은 책들의)번역가들에 있다. 현재 200여권이 넘게 나와 있는 세계문학전집 시리즈이지만 처음엔 이 책도 10권, 20권으로 시작했을 것이다. 그리고 ‘세계문학전집’이라는 ‘이름값’을 맞추고 또 어느 정도의 판매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잘 알려진 작가들을 위주로 편성해야했음은 아마 자의반 타의반이었을 거다. 그런 부분에서 민음사는 특정 작품 혹은 작가에 대해 ‘스페셜리스트’라고 불릴만한 좋은 번역가들을 선정한다. 변신이야기의 이윤기나 이 책의 전영애같은 경우이다. 번역가의 약력만 봐도 그녀의 카프카에 대한 사랑은 이미 증명된 것이나 다름 없다. 기회가 된다면(정말 기회가 될 경우겠지만) 번역가 전영애의 카프카에 대한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전적으로 내가 카프카의 작품들은 전혀라고 해도 과장이 없을 정도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다음 읽을 책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이지만 지난 리뷰에서 찾아볼 수 있으므로(이미 읽었으므로)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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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이야기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
오비디우스 지음, 이윤기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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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설명하기 힘들지만 나는 인생을 관통하는 어떠한 법칙이나 우연(혹은 필연)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항상 그렇지만 어떤 일은 다른 어떤 일에 영향을 준다. 빤한 말이라고 하겠지만 다른 어떤 일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줄지는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일어난다. 이 책을 읽는 도중 교수님이 이 책을 언급한 것만 해도 몇 번이며 그 사이에 본 영화 ‘시네마 천국’에서 토토에게 알프레도가 말해주는 이야기의 내용도 바로 이 책에서 언급되는 것이었다. 이런 경험은 이번이 결코 한 번이 아닌데, 그 모든 것을 나는 어떠한 인생의 법칙이라 말하고 싶다. 오히려 운명이나 인연이라 말하면 그것의 뜻이 퇴색되는 것 같아 함부로 그런 표현을 쓰지는 못하겠다. 하여튼 읽는 내내 이렇게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를 읽기로 한 일은 너무 잘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편집자 후기까지 읽으니 이 책이 어떤 맥락에서 써진지도 조금 더 알 것 같았는데, 그리스 로마 신화의 다양한 판본 중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것이 바로 이 변신이야기 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현대 작가들이 쓴 그리스 로마 신화는 바로 이 책을 바탕으로 해서 나온 것이라고. 하지만 그런 이 책도 몇몇 부분은 대충 서술하며 넘어가는데,(트로이 전쟁이라던가 헤라클레스의 열두 가지 고난 등) 그런 부족한 부분은 다른 신화들 속에서 보충되는 것일 거다.

무엇보다 이윤기의 번역이 아주 좋은데, 좋은 번역가들의 특징은 그 책 나름의 특성이 살아 있는 동시에 문장에서 번역가 특유의 채취가 난다는 것이다. 번역의 문제는 항상 논란이 되어 왔는데, 나는 어느 정도의 의역은 허용하는 입장이다. 김억이 주장한 번역도 하나의 창작이라는 주장도 상당히 지지하는 편인데,(물론 시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에 시는 넘어가기로 하고 소설에서만) 작품의 중요한 메시지만 남아 있다면 다른 부분에서는 번역가의 권한이 어느 정도 인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번역가의 애정이 바탕에 깔려있어야 함을 가장 기본의 전제로 해야 할 것이다.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하는 부분과 신들의 다양한 이름(영어, 그리스어, 라틴어 식 이름), 관련된 신화의 내용 등을 주석으로 적절히 처리하며 독자의 독해를 돕는다.

다만 이 책 자체가 너무도 많은 이야기들(플롯들)이 나오기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많이 긴장되고 다소 피로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다.

다음 읽을 책은 ‘햄릿’이나 지난 독후감에 있듯 민음사 판으로 읽었기 때문에 건너 뛰고 ‘변신, 시골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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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이야기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
오비디우스 지음, 이윤기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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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즘은 물음표가 많은 삶을 살고 있다. 단정짓고, 판정내리기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요즘은 그렇기에 무척 혼란스럽다. 생각해보면 그리 남지 않은 대학생활인데, 방학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다가 이번만큼은 알바를 최소화(여러가지 여건상 아예 그만 두진 못하겠고)하고 좀 쉬려고 결론을 내렸다. 쉬면서 무얼 할까 하다가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빼고, 그 남은 시간에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를 1권부터 읽기로 결정했다. 무엇보다 장정일의 ‘구월의 이틀’에서 읽은 것에 영향이 큰데, 그동안 몇 권씩 관심 있는 것만 읽어오던 그 시리즈를 최대한 독파해보기로 했다.(바로 전에 읽은 책도 그러고 보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장정일의 말에 따르면 전집은 작정하고 1권부터 읽어야 다 읽을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동의한다. 중간 중간 읽은 것은 제외하기로 하는데, 읽은 것 중에서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시리즈와 많이 차이가 난다거나 읽었어도 제대로 기억이 안 나는 작품들은 다시 읽기로 한다. 그리하여 호기롭게 변신이야기 1, 2권을 빌려왔다.

나도 이 책이 어떤 맥락에서 지어졌는지는 잘 모르지만, 아는 한도 내에서 말하자면 그리스 신화가 로마 신화로 이어지면서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로마식으로 바뀌고, 또 몇몇 내용이 변형 되게 된다.(그러나 대부분의 이야기 골조는 그대로라고 한다.) 그렇게 전승되던 그리스, 로마 신화는 다양한 작가에 의해 다양한 판본으로 쓰여지게 되는데,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가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의 하나라는 것이다. 우리의 고전소설도 이와 흡사한데, 같은 춘향전, 심청전이라고 해도 그 판본에 따라 이본이 수십 가지이며 그 내용도 조금씩 차이를 보이지만 그 골조가 비슷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좀 나을 것이다. 하여튼 제대로 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은 적도 없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꽤 재미있었고, 지루했다. 아무래도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연속적으로 진행되며, 인물들의 이름도 너무 많고 복잡해서 이해하기 어려워서 지루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재미있었다는 점은 현대에도 쓰여지고 있는 많은 이야기들의 기본적인 플롯이라고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의 출발점을 발견한 것 같아 재밌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품 부분중에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와 거의 흡사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는 아마 셰익스피어가 이것을 차용해 이야기를 만든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야기의 대부분이 들어봤던 것은 분명하나, 이것을 제대로 읽어보는 일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지금 지어지고 있는 이야기들이 전대의 어떠한 영향 아래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고 그 전대의 이야기들도 계속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신화 혹은 전설과 맞닿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들 사이의 교차점은 바로 이 ‘변신이야기’도 한 몫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장정일이 왜 세계문학 시리즈는 1권부터 읽으라고 했는지 더욱 잘 알게 된 것 같다.

다음 읽을 책은 ‘변신이야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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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태엽 오렌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2
앤소니 버제스 지음, 박시영 옮김 / 민음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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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가는 기차 안에서 도무지 할 게 없어서 엠피에 들어 있던 이 영화를 봤는데, 생각보다 너무도 훌륭하고 여운이 많이 남아서 책을 빌렸다. 내러티브 자체가 너무 흥미로웠기 때문에 원작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읽고 나서 보니 영화 또한 일부 조금을 제외하고는 책에 거의 의존해 있다. 조금 제외한 부분은 사실 영화상으로 표현하기 애매(폭력이나 선정성 문제는 아니다, 이유는 영화를 보면 알겠지)한 부분, 뭐 대체로 영화로 표현하기엔 너무 영화가 길어지고 많은 부분 나레이션으로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감독이 일부러 조금 내용을 바꾼 것 같다.

사실 영화를 보고 나서 책을 보는 경우는 반대의 경우보다 먼저 본 매체에 대한 영향력이 지배적인데, 영상 예술이 가지는 문학보다의 자극성 때문에 그럴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알렉스를 연기한 말콤 맥도웰을 떠올렸다. 그리고 앞서 말했던 영화와 책이 다른 부분에서는 영화에선 이랬는데, 책은 이렇구나 하고 생각했다. 사실 선후관계를 따지면 책에 따라 영화가 만들어진 것이겠지만 내가 본 순서는 반대였으니. 둘 다 훌륭했지만 그래도 영화를 보고 굳이 책을 봤으니 책을 본 것에 대한 장점을 말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우선, 책에서는 영화와는 달리 어느 정도 시간적 제약을 벗어날 수 있다. 이 말은 작가 자신이 설명하고픈 만큼 어떤 상황이나 인물의 심리에 대해 서술할 수 있다는 점. 영화에서 다소 설명이 미흡했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면 그것을 책을 통해 해소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뭐 그런 것들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영화와 책이 많이 다르지 않으므로 무엇이 되었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란 생각이다. 다른 무엇들보다 서상 예술이 갖는 가장 크고 중요한 것-이야기 자체가 아주 재미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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