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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걷는 시간 - 소설가 김별아, 시간의 길을 거슬러 걷다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8년 3월
평점 :
소설가 김별아를 말할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단연 그의 대표작 <미실> 이다. '미실'이라는 인물을 처음 발굴해 흥미롭게 그려냈고, 그 덕분에 김별아 작가도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미실>의 성공 이후로도 김별아 작가는 역사 소설류를 많이 집필한 것을 보였다. 이를테면 '전공'이 된 것이리라. 이 책 또한 장르는 다르나(에세이) 그의 전공 분야이다.
월간지인 '전원생활'에 19개월 간 연재했던, 19편의 글을 모아 낸 책이 바로 이 <도시를 걷는 시간>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작가들이 특정한 주기가 있는 매체에 글을 싣는 것을 좋아하는데, 연재라는 형태의 글이 갖는 특정한 분이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본래 작가라는 사람들을 상상하면 으례 괴짜와 같은 이미지가 있는 경우가 많다. 회사원처럼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 글을 쓰기 시작하고, 퇴근 시간에 맞춰 글을 정리하고 집에 가는 소설가보다는, 한없이 놀다가도 자신이 내킬 때 밤을 새워 글을 쓰는 이미지인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한 사이클에 맞추어 글을 꼭 써야만 하는 '연재'라는 시스템은 그 작가가 어떠한 성향인지를 더욱 잘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마 김별아 작가는 무척 성실한 타입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꾸준히 많은 작품들을 발표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무척 탄탄했다. <도시를 걷는 시간>이라는 제목 속 도시는 '서울'이다. 김별아 작가는 서울 시내 곳곳에 위치한 다양한 조선시대의 흔적들을 살피며, 그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평소에 익숙하게 다녔던 공간들이 역사적(조선사)으로 그렇게나 의미있는 곳들인지 몰랐기에 새삼 놀랐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던가. 김별아 작가가 이 책을 통해 소개하고 있는 서울이 내가 아는 그 서울이 맞나 싶었다.
역사와 서울과 조선을 좋아하는 사람이 읽는다면 금상첨화인 책이었다. 다만 서울만을 좋아하고 역사나 조선에 하나도 관심이 없는 사람이 읽기에는 다소 애매할 수 있다. 책의 대부분이 역사적 지식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역사를 잘 모른다면, 역사에 대해 배워보고 싶은 마음은 최소한 가지고 읽도록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