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비아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52
모르텐 뒤르 지음, 라스 호네만 그림, 윤지원 옮김 / 지양어린이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2015년 9월. 터키의 해변에 작은 아이의 시체 하나가 떠내려왔다. 그 아이의 정체는 바로 시리아 난민이었다. 3살배기 시리아 난민이던 아이는 시리아 내전에서 도망쳐 유럽으로 망명하던 길이었다. 아이가 타고 있던 배는 바다 위에서 전복되었고, 아이는 익사해 터키의 해변으로 떠내려오게 된 것이다. 



전쟁이 나쁜 이유는, 그 속에서 피해를 입게 되는 약자들이 평소보다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우리 일상 속에서도 소수자와 약자들은 늘 피해를 받으며 살아간다. 그들은 언제나 멸시 혹은 동정의 대상일 뿐이며, 같은 사람으로 취급되지 않는데, 이런 일들은 전쟁 속에서 더욱 심해진다. 

한국전쟁때 죽은 수많은 민간인부터, 일제시대의 위안부, 베트남 전쟁때의 라이따이한 등 우리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피해자들은 셀 수 없이 많다. 터키의 해변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아이도 결국은 시리아 내전이라는 전쟁의 피해자였다. 가장 약하고 가장 힘없고 가장 소외된 자들이 전쟁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다. 그리고 대부분의 전쟁이 일어나게 되는 계기는 가장 많이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서였다. 



<제노비아>는 그래픽 노블과 동화책의 절반쯤에 위치한 듯한 책이다. 책의 시작부분 주인공 소녀는 어떠한 배 위에 타 있다.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빡빡하게 사람이 들어 차 있는 작은 배는 파도에 위태롭게 흔들리다가 결국 전복되고 만다. 소녀는 물 속에서 자신이 배에 타게 된 과정들을 돌이킨다. 

한 소녀의 비극을 통해 작가는 우회적, 우화적으로 시리아 내전에 대해 다루고 있다. 소녀의 부모들과 소녀는 어떻게 헤어졌고, 소녀는 어떻게 배에 혼자 타게 되었는지를 행간 속, 그림 사이에 암시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암시 덕분에 두껍지 않은 이 책을 덮고 나면 시리아 내전에 대해 알고 싶어진다. 아마 이것이 작가가 의도한 바가 아닐까 한다. 오로지 많은 관심만이 이러한 시리아 내전, 난민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금세 읽을 수 있는 책이었지만, 읽은 시간 이상으로 깊은 생각과 의문을 들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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