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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살다 나답게 죽고 싶다 -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한 종활 일기
하시다 스가코 지음, 김정환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일본의 베스트셀러 <오싱>을 쓴 소설가 하시다 스가코는 지난 2016년 12월에 '분게이 슌주'라는 잡지에 '나는 안락사로 죽고 싶다'는 글을 썼다고 한다. 그리고 그 글은 정말로 큰 반향을 일으켜 일본 내의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선택하는 죽음'에 대한 공감을 했고, 많은 논의를 낳았다고 한다.(심지어 그 글은 1년 동안 '분게이 슌주'에 실렸던 글들 중, 독자들이 가장 재미있게 읽은 글에 선정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큰 호응을 예상치 못했던 작가는 다시 한 번 죽음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그럴 법 한 것이 이 작가는 작년 기준 92세였기 때문에, 충분히 죽음이란 것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있던 나이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고민의 결과(?) 혹은 과정이 바로 이 책 <나답게 살다 나답게 죽고 싶다>이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전쟁을 그대로 겪은 세대이다.)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자신이 하고 싶고, 해야 할 일들에 대해 담담히 서술한다. 일테면 죽기 전에 자신의 집에 있는 물건들 일부를 정리한다던가 하는 식이다.
일제시대라는 직접 접하기 힘든 과거에 대해 서술하는 부분도 충분히 흥미로웠고, 앞으로 남은 시간들에 대해 말하는 부분도 정말 재미있었다. 아마 모든 사람들이 92세가 되었다고 해서 죽음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담담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작가는 깊이 있는 사유를 하기 때문인지, 글로 쓴 것들이 충분히 공감이 되는 동시에, 흥미로웠다.
자살이라는 단어가 가진 뉘앙스는 굉장히 부정적이고 불편하다. 하지만 안락사라는 단어가 가진 뉘앙스는 자살의 그것만큼 부정적이지는 않다. 그 이유는 둘 모두 죽음을 '선택'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전자의 것은 외부의 요인을 견디지 못해 결국 포기하는 느낌이라면, 후자의 것은 자신의 의지를 반영한 선택이라는 느낌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좋은 삶이 중요하다는 것은 나도 너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젊기에 좋은 죽음에 대해 생각할 기회는 많이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며 평소 생각하기 힘든 것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는 점이 무엇보다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