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집
소피 골드스타인 지음, 곽세라 옮김 / 팩토리나인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그래픽 노블 <여자들의 집>을 읽었다.  

실패한 네러티브는 어떠한 것일까. 숨어 있는 것들이 많아 밝혀내는 재미를 가진 작품과, 최소한의 설명도 없어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 사이의 경계는 아주 가깝다. 구분하기 애매하기 때문이다. 어떠한 이야기를 풀어 갈 때는 최소한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 물론 팬터지나 SF에서 서술식으로 세계관을 설명하는 것 만큼 지루한 일도 없다.(이 세계는 7개의 왕국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세계의 법칙은...이라던지)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설명하지 않는 것도 결코 좋은 일은 아니다. 그래서 이 그래픽 노블은 솔직히 실패한 네러티브로만 느껴졌다. 


수녀와 비슷한 옷을 입은 네 명의 여자가 미지의 행성에 찾아오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녀들은 그곳에서 4개의 눈을 가진 한 남성 외계인을 만난다. 그러면서 이런 저런 사건들이 일어나긴 하는데... 

세계관에 대한 묘사부터 인물과 감정에 대한 묘사까지 이 작품은 온통 구멍이 뚫려 있다. 지도의 다른 부분들을 모아서 부족한 한 조각에 대한 추측을 하는 것은 어떠한 픽션을 읽는 재미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지도의 대부분의 부분들이 비어 있다. 읽고 나면 느껴지는 것은 거대한 공허뿐이다. 솔직히 어떠한 부분에 대한 궁금증도 생기지 않았다. 궁금할 만큼 작품에서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읽을 만 했던 부분은 작가가 쓴 자기소개 정도다. 그것의 반만큼 멋들어지게 작품을 작업했다면 이것보단 조금 더 읽을 만 하지 않았을까. 실망을 했다고 하기도 민망한 게, 실망할 만한 내용도 없다. 그냥 만화가 지망생의 자아로 가득찬 작품을 보는 기분이 들 정도로 텅 비어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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